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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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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41회

안동일 작

 

폴을 만난 것은 빌리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익스프레스사 클레임건이 그쪽의 태도 변화로 대충의 타협점을 찾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제임스의 예상대로 언론이 가세하자 저쪽은 당황했고 타협 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보스인 젠마노가 보석 상태에 있는 와중에 일이 더 커지면 자신들이 불리 하기 때문이었다.
겐마노는 가멘트 에리어 책임자인 토니를 불러 일을 어떻게 처리했기에 이지경에 왔냐고 호통을 쳤고 일단은 사태를 원만히 처리하는 쪽으로 나가라고 지시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해결이었고 그들의 속성상 끝까지 빌리를 그냥 넘어가게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었다. 뉴욕 데일리의 마이클은 마피아 비리의 2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젠마노가 사태를 파악 하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강구 하기 위해 가멘트 에리어로 암행 파견한 인물이 폴 이었다.
폴은 샥스틴을 통해 빌리와 한번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샥스틴의 의견도 그랬고 또 만나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서 약속장소에 나갔다. 두사람 모두는 깜짝 놀라야 했다.
“아니 너 윌리엄 아니야?”
“폴 네가 웬일이냐?”
함께 있었던 샥스틴이며 유진도 놀란 표정 들이었다.
“너 SSM에 있다고 하더니 웬일이야?”
“니들 백인들이 하도 못살게 굴어서 돈이나 벌어 볼까 하고 이 업종에 뛰어 들었지. 너야 말로 개업하고 있다고 하더니?”
“응 개인 프랙티스 오피스야 가지고 있기는 하지.”
폴은 자신이 존 젠마노의 개인 변호사로 있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젠마노와는 외가쪽으로 친척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너야 말로 페밀리 이겠구나?”
폴은 씩 웃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인연에 일은 쉽게 풀려 갈 수 밖에 없었다.
폴은 그뒤 이틀 간격으로 두 차례나 빌리를 찾아 왔다. 폴은 쥐를 잡더라도 도망 갈 구멍을 열어 주면서 잡는게 도리 아니냐는 동양 속담을 인용해 가면서 빌리네 쪽도 얼마간 양보 할 것을 종용해 왔다. 녀석은 동양 에 대해 원래 아는게 많았다. 자신이 처리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로 빌리의 입장을 세워 주겠다고 했다.
빌리가 누가 쫒기는 쥐이고 누가 몽둥이를 쥔 사냥꾼이냐고 들이 댔더니 지금으로선 자신들의 처지가 딱 하다고 하소연 조로 나왔다. 그러면서 폴은 지금 단계에서 자신이 나서면 빌리가 안 다칠 수 있지만 일이 더 커지면 처음엔 잠잠하게 가라 앉는 듯 해도 종국에는 빌리가 크게 다치게 된다는 얘기를 들려 주는 것이었다. 진심이 담겨 있는 걱정이었다.
빌리는 폴의 체면도 세워주고 자신도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마무리 짓겠다고 내심 작정하고 있었다. 모두의 의견이 그렇기도 했다.
“야 국무장관, 자식 넌 어떻게 그렇게 운이 억세게 좋냐? 우리 일 시작 할때도 첫날 맨손으로 나가 떡하니 몇십만불 들고 오더니 이번엔 꼼짝없이 칼침 아니면 총맞나 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냐?”
유진이 몇달만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빌리에게 놀려대듯 한말이었다.
“폴 같이 징그럽게 생긴 녀석이 천사는 무슨 천사냐?”
빌리가 씩 웃으며 대꾸했다. 일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 드는 듯 했기에 빌리의 마음도 가벼웠다.
“천사라면 왕노사가 천사겠지.”
헤리의 말에 셋은 희죽이 웃어야 했다.
“총맞을 상황이라면 난 왕노사가 뭐 어떻게 움직여 줄것 같았었거든…”
헤리가 한마디 더 보탰다.
“노사가 홍콩서 어떻게 움직이냐? 기대할걸 해야지, 날개라도 달았냐?”
“왜 날개 달았잖아.”
헤리가 미소를 머금은채 벽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빌리네 사무실 벽에는 배가 불뚝 나오고 안경까지 낀 대머리 노인이 반나체로 날개를 달고 공중을 날고 있는 그림이 붙어 있었다. 지난번 왕노사가 뉴욕에 왔을 때 뉴욕의 한 화가가 그려준 그림이었다. 빌리등이 보기에는 썩 잘 된 그림이었는데 정작 주인공인 왕노사는 기분 나쁘다며 그림을 가져 가지 않았기에 빌리네 사무실에 걸려 있었다. 유진이 어려서 부터 형으로 따르고 있는 김장호 화백의 그림이었다. 왕노사를 모신 파티에 김화백도 초청을 했는데 술이 거나해진 화백이 펜으로 즉석에서 그려 왕노사에게 선사를 했었다.

그자리 에서는 눈을 껌뻑거리면서 잘 됐다고 하던 왕노사가 다음날 죽은 사람 그림이라며 책상에 던지는 것이었다. 날개가 문제였다. 화백의 생각으로는 노구에도 날개 달린듯 천사처럼 여기저기 활약 하고 계신다는 뜻에서 날개를 그렸는데 왕노사는 황천으로 날아 가라는 그림 같다고 싫어 했던 것이다.
얘기가 옆길로 새기는 했지만 빌리가 적당한 선에서 이탈리안 마피아 들과 타협을 하겠다고 생각 한것에는 왕노사의 조언도 크게 작용 했었다.
왕노사는 빌리네가 마피아와 정면 승부를 겨루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해 왔었다.
“빌리, 브루스에게 얘기 들었네, 자네 기백은 좋다만, 싸워서 이기지 못할 상대와는 친하게 지내는게 병법의 하나야, 힘을 기를때 까지는 섯불리 칼을 뽑는게 아닐세. 아무튼 칼을 뽑았으니 그냥 집어 넣지는 말고 기량은 보여야 겠지, 그래야 저들도 자네를 인정 할테니까, 그런데 인생에 있어 완전한 승리는 없네, 이기는게 지는 거고 지는게 이기는 것이라는 이치를 자네도 차차 알게 되겠지, 아무튼 내가 지켜보고 있겠네.”
왕노사는 이런 상황까지도 예견 했던 모양이다.
폴과의 대화는 그럭저럭 잘 진전 되어 갔고 폴은 자신이 젠마노에게 빌리에 대해 얘기를 잘 전했고 그이 반응이 너무도 좋았다고 했다. 빌리가 자신과 동창인 변호사 임에도 큰 회사 때려치고 돈 벌겠다고 가멘트산업에 뛰어 들었다는 얘기에 진진한 흥미를 보이더라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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