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삽화 팔콘사 RPG '영웅의 진격'에서
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6회

안동일 작

/뉴욕시 1천여개의 봉제공장 가운데 90퍼센트에 달하는 9백여개 업소를 한인과 중국계가 경영 하고 있었다. 숫자로는 중국인 업소가 많았지만 크기로 보면 한인교포들의 업소가 컸다. 나머지 10퍼센트가 이탈리안이나 쥬이시 대형업자들이 직영하고 있었다. 또 종업원 들 숫자로는 단연 남미계통의 이민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 하고 있었다. 비 백인 이민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백인들을 살찌워 주는 전형적인 스웨트 숍 비지니스가 바로 봉제업 이었다./

 

“꼭 30년 전의 일을 보는 것 같군, 그때도 유태인 메뉴펙쳐와 이탈리안 컨트렉터들 사이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었지.”
샥스틴 변호사 영감은 무슨 뜻에서인지 이런 말을 했다.
“기선을 타고 두 친구가 여행을 하고 있었네, 두사람이 갑판에 서서 바다를 쳐다보며 얘기를 하고 있었지. 한 친구가 ‘이봐 이배는 길이가 2백야드, 넓이가 70야드나 되는데 그러면 선장의 나이는 몇살일까?’ 하고 물었지, 마치 어려운 셈 문제를 내듯 말이야. 그랬더니 옆 친구가 ‘10분만 시간을 주겠나’하는 거였어. 문제를 낸 친구가 그러라고 그랬지, 10분뒤 친구는 자신있게 돌아와 선장의 나이가 50살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지, 어떻게 알아냐고 했더니 그사이 선장에게 가서 물어 봤다고 대답하는 거였지, 세상일이란 이와 같은 것 아니겠는가? 젊은이들.”
샥스틴은 용기있게 일을 밀어 부치고 있었다. 소송서류가 전달 되자 오히려 저쪽에서 놀란 모양이었다.
익스프레스사의 메니저가 죽을 상이 되서 빌리네를 찾아왔다.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투였다.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는게 양쪽에 다 좋지 않겠냐는 말은 했지만 자신의 처지에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 하지는 못했다.
빌리는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익스프레스사의 드레스 전량을 창고에 쌓아놓고 다른 소소한 일은 메니저 박씨에게 맡긴채, 유진 헤리와 함께 가멘트 업계 순방에 나섰다.
뉴욕시 1천여개의 봉제공장 가운데 90퍼센트에 달하는 9백여개 업소를 한인과 중국계가 경영 하고 있었다. 숫자로는 중국인 업소가 많았지만 크기로 보면 한인교포들의 업소가 컸다. 나머지 10퍼센트가 이탈리안이나 쥬이시 대형업자들이 직영하고 있었다. 또 종업원 들 숫자로는 단연 남미계통의 이민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 하고 있었다. 비 백인 이민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백인들을 살찌워 주는 전형적인 스웨트 숍 비지니스가 바로 봉제업 이었다.
먼저 찾은 곳이 규모가 큰 한인 컨트렉터들 이었다.
한인 봉제협회라는 단체가 있기는 했지만 이런 일에 나설 수 있는 단체는 아니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도 뭔가 해야 합니다.”
“최대의 무기는 뭐니뭐니 해도 단결입니다.”
빌리와 유진이 강조하고 다닌 말이었다.
은밀한 내방과 규합이 계속됐고 빌리에 동조하는 업체들이 예상 외로 많았다.
처음의 몇 업소를 설득하고 결심을 받아 내는 게 힘이 들었지만 규모가 큰 몇집이 결심을 굳히자 다른 업소들이 따라 왔고 나중에는 왜 우리한테는 연락하지 않았냐 면서 먼저 접촉해 오는 회사들도 있었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었고 그들도 마피아의 등쌀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게에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클리커사의 이수철씨의 결심이 큰 무기였다.

“그래 까지꺼, 그놈들이 죽이기야 하겠노? 공장 불태울라 할 낀데 내 미국올 때 공장 떠메고 온것도 아이고, 차제에 밀어 부쳐 버리자꼬마.이런일이야 우리가 먼저 나서야 했을긴데 이렇게 젊은 후배들이 총대 까지 메 주는데 뭐가 겁나 못하겠노, 잘했다. 잘했어.”
한인에 이어 공략하기 시작한 중국인 업체들도 하나둘 빌리의 편에 섰고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빌리가 계획한 일은 어느날 한순간에 대형 컨트렉터 업체들에서 콘설리데이트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고 선언 하고 이같은 사실을 메뉴펙쳐와 바이어들에게 통보 하자는 것이었다. 일종의 기습 시위 였다. 한두업체가 그러고 나서면 저들이 해꼬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일시에 보이코트를 하게 되면 저들도 당황하게 되고 속수무책일 터 였기 때문이다.
그사이 윤호는 콘설리데이트 말고 다른 트러킹회사를 수배해 놓고 있었다. 멕도걸이란 회사였다. 아이리쉬 트럭업자들이 결성한 회사였다.
처음에 이들도 그 흉폭한 콘설리데이트의 영역을 침범하면 후환이 있지 않겠냐고 망설이는 기색이었지만 이쪽에 가담한 업소의 숫자를 보더니 한번 붙어 보겠다고 나섰다. 사장인 케네스 오브리안이 배포가 큰 사내였다.그는 꼭 남들은 오브라이언이라고 발음하는 자신의 이름을 ‘브리안’이라고 고집하는 사내였다.
명분도 이쪽에 있었다. 누가 봐도 멕도걸 사에서 제시하는 운송약관이며 요금이 합당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조심하면서 다녔지만 빌리의 이런 활동은 마피아들에 포착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리와 헤리는 상미의 아파트에서 출퇴근을 하는등 각별한 조심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아파트로 어떤 보복이 가해질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녁마다 빌리와 유진은 상미네 아파트 인근의 박사범네 태권도장서 몸을 풀었다. 아무리 총이 난무하고 있다고는 해도 사나이 마지막 승부는 자신의 주먹으로 결정 난다에 달려있다는 정사범의 말은 빌리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인생계명의 하나였다. 정사범은 빌리에게 기마자세를 처음으로 가르친 어린시절의 은사였다. 빌리의 공중 회전 뒤 돌려차기는 박사범도 경탄을 금치 못하는 일품중의 일품이었다. 그러나 빌리들은 그보다 더 근사한 안전장치를 하고 있었다. (계속)

*연재소설 ‘영웅의 약속’은 매주 월 수 금 일주일에 세번 업데이트 됩니다.

 

 

Related posts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40)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4회

안동일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60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