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5회

안동일 작

/ 이탈리안 마피아는 80년대 후반 이후 소위 ‘리지드먼트 비지니스’라 해서 외형상으로는 합법적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뉴욕시의 청소업, 어물 도매상인 풀턴 어시장, 청과 도매상인 헌츠포인트 마켓, 그리고 시 전역에 걸쳐 있는 주차장사업, 그리고 가맨트 센터가 그들의 활동 무대였고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업이었다. 물론 마약이며 매춘등 불법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겉으로는 그런 사업들을 합법계약에 의해 법을 지키며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가영이 수소문해 보니 익스프레스사의 경영권이 최근에 들어 암암리에 이탈리안 마피아들의 손으로 넘어 갔다고 했다. 방만한 경영으로 부채에 시달리던 익스프레스사가 마피아의 돈을 끌어 들였고 결과는 경영권의 이양으로 나타 났다는 얘기였다.
이런저런 경로로 알게 된 그쪽 사람들과 얘기끝에 친구들이 경영하는 씨엔씨 엔터프라이즈 얘기를 했었단다. 그때 이미 그들도 빌리네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별로 좋지 못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직 크게 충돌할 일 없기에 그냥 넘어 갔다는 것이었다.
그랬는데 며칠 뒤 느닷없이 빌리네에게 일감을 주겠다고 소개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 뒤는 빌리네도 아는 자신들의 얘기였다.
“말하자면 일종의 테스트였겠지. 너희들이 순순히 콘설리데이트를 썼다면 그냥 자기네 손아귀에 쥐고 놀아도 되겠다고 생각 했을테고, 지금처럼 이렇게 뻗대고 나가면 완전히 깝데기 벋기겠다고 작정 했겠지.”
“야 우리가 뭐 그리 거물이라고 그쪽이 경계하냐?”
유진이 나섰다.
“그렇지 않아 그놈들 방침이 안 될것 같으면 싹 부터 자르자는 주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한다.”
뾰족한 수가 없었다.
20만장이나 되는 고급 드레스를 다른곳에 처분 할 데도 없었고, 또 원단 가격을 물어 주겠다고 해도 순순히 물러설 놈들이 아니었다.
“방법은 있지, 두가지인데, 내가 나서 볼테니가 너희들이 콘설리데이트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그들의 수하가 되던지 아니면 파산선고를 하는 것인데 5백만불 클레임이면 파산의 요건이야 충분한 것 아니야?”
“자네 지금 제정신으로 말하는 거야?”
빌리가 가영과 사귄이래 처음으로 역정을 냈다.
“왜 그리 흥분해, 사업하다 보면 파산선고 한두번 하겠어?”
가영은 진심인 모양이었다. 보따리 다 싸가지고 차이나 타운으로 옮겨 다른 비지니스 하자는 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절대 그럴 수 없어. 놈들한테 굴복 할 수 없단 말이야.”
그리고 파산이라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처음 뛰어든 인생의 첫 무대에서의 패배를 의미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딸린 식구 들이 수백명에 달했다. 이 엄동설한에 그들을 어디로 내몬단 말인가. 유진과 헤리도 같은 생각일 터였다.
가영은 신중하게 생각 해 보자면서 돌아 갔다.
세사람의 굳은 표정에서 어떤 결의를 읽었는지 가영은 문을 나서면서 한마디 던졌다.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나는 너희들 편이니까, 힘을 내.”
며칠동안 빌리등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익스프레스 사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러니 오히려 더 불안했다. 그동안 빌리네가 뉴욕 가멘트 업계에서 그토록 빠른 성장을 하면서 이탈리안 마피아들과 충돌이 없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적과 같은 일인지도 몰랐다. 이탈리안 마피아는 80년대 후반 이후 소위 ‘리지드먼트 비지니스’라 해서 외형상으로는 합법적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뉴욕시의 청소업, 어물 도매상인 풀턴 어시장, 청과 도매상인 헌츠포인트 마켓, 그리고 시 전역에 걸쳐 있는 주차장사업, 그리고 가맨트 센터가 그들의 활동 무대였고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업이었다. 물론 마약이며 매춘등 불법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겉으로는 그런 사업들을 합법계약에 의해 법을 지키며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가멘트와 페브릭 업계서 이들은 중계업인 디스트리뷰팅과 운송업을 장악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면 가차없는 보복을 가하곤 했다. 때문에 말도 안되는 엄청난 요금을 물어 가면서 콘설리데이트사를 이용해야 했고 또 일감을 따내기 위해 그들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큰 메뉴펙쳐와 바이어들은 중간 업자로 이들 마피아 계열의 디스트리뷰터를 내세우고 있었고 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일감을 따내지 못했다. 또 마피아는 쳌 케슁 이라는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었다. 바이어나 메뉴펙쳐가 컨트렉터에게 지불한 어음이나 포스트데이트 수표를 고리를 떼고 현금으로 바꿔주는 사업이었다.
빌리네는 가끔 콘설리데이트를 이용했을 뿐 다른 관계를 맺지 않았었다. 토니라는 마피아 계열로 알려진 한 중계업자가 한번 엉뚱한 제안을 해와서 이를 거절한 일은 있었다.
자신이 유명 브랜드 레이블을 댈테니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 이었다. 말하자면 가짜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였다. 레이블은 진짜 일 터였다. 자신이 중계자로 있는 바이어의 레이블을 중간에서 얼만큼 빼돌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혹 일감이 달리는 공장에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빌리등도 듣고 있었다. 물론 수익성이 높은 일이기는 했고 레이블이 진짜 이기 때문에 적발될 우려도 적은 사업이기는 했지만 빌리는 단호하게 거절 했었다.
다른 업자들이 이들의 횡포가 무서워서 또는 경영이 힘들었기에 이들의 불법 탈법을 받아 들였다면 빌리네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빌리네가 이들의 영역을 침범 했다면 수없이 침범한 셈이었다.
알레한드로의 일도 그랬고 루스 발만 일도 그랬고 또 한인 교포가 경영하던 제트로사를 합병 한 것도 그들에게는 곱게 보일리 없었을 터 였다.

이제 전쟁은 시작 됐다. 빌리등은 물러 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익스프레스사의 클레임 이었다. 5백만 달러에 달하는 클레임을 해결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쪽에서 먼저 공세를 취하기로 했다. 소기업 보호센터에 중재를 요청 하는 한편 변호사를 고용해 익스프레스사를 소송에 걸었다.
빌리도 변호사였지만 이 방면에서 40년 가까운 경력을 갖고 있는 유태인 변호사 샥스틴을 선임했다.
소기업 보호센터의 중재관은 빌리네가 만든 드레스가 자신의 견해로는 하자가 없다고 했기에 빌리네는 고무가 됐다.
샥스틴은 빌리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또 무엇 때문에 이런 곤경에 처해 있는지 몇마디만 듣고도 정확하게 파악 하고 있었다.

Related posts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25회

안동일 기자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연재 35회

안동일 기자

<장편 역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제22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