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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3회

안동일 작

/ 빌리네 회사의 종업원은 이제 5백명에 달했다. 한결 같이 비 백인 이었다.대부분 한국 동포와 중국인 그리고 중남미 출신의 히스페닉이었다. 워낙에 이 업종이 백인들은 거들떠 보지 않는 저임금 고 노동의 산업이기도 했다. 빌리등은 비백인의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 속에 계속 간직하면서 그들과는 고락을 같이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던 것이다. /

 

빌리는 회사를 이제 다시 오가나이즈 해야 겠다고 생각 했다. 헤리가 봉제 파트를 책임 지고, 자신이 원단 파트를 맡고 유진이 통관이며 배달등 외부 업무를 맡기로 했다. 회사는 계속 커 나갔다. 직원도 늘어야 했다. 상미를 가세 시키고 싶었지만 헤리가 떫더름 하게 여겼고 상미 스스로도 더 두고 보자는 통에 그 문제 만큼은 미적대고 있어야 했다.
빌리는 상미에게 ‘루쓰 발만’납품으로 벌어 들인 수익금의 절반을 한몫에 건넸다.
“야, 내 일년 봉급 가까이 되잖아? 나한테 이렇게 많이 줘도 되요?”
2만 5천 달러에 달하는 액수의 수표를 보면서 상미가 좋아했었다.
상미로서는 큰돈일 수도 있었지만 빌리의 성에는 결코 만족 스럽지 못한 액수 였다. 빌리의 처음 생각으로는 그 일의 수익 정도야 헤리와 상미의 결혼 자금으로 라도 다 건네고 싶었지만 막상 덩치가 커진 회사를 운영 하다보니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씨멘 엔터프라이즈를 창업하고 9개월이 지난 그해 연말 수익을 정산해보니 25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그사이 세 창업자는 최소한의 용돈과 경비만을 회사에서 가져 갔다. 세사람이 매달린것 치고 큰 액수는 결코 아니었다. 빌리 혼자의 연봉을 조금 능가 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세금을 내야 했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이 더 신나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빌리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유진도 마찬 가지였고, 헤리도 마찬 가지였다.
밤과 낮을 바꿔 가야 하며 살아야 하는 카지노 딜러나 일년이면 3백일 이상을 객지로 떠돌며 땡볕 아래서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떠돌이 프로 골퍼 생활 보다 훨씬 안정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사람은 뭔가 더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겨야 했다.
그 활로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일 밖에 없었다.
커미션 형식의 웃돈 조금 얹어 옷감 들여다 파는 일이며 피스당 한자리 숫자의 노임 따먹으며 하는 봉제 하청업은 한계가 있었다. 고급 의류 자체 브랜드 사업의 가능성을 상미가 보여 주지 않았는가?
여봐란 듯이 백인들을 굴복 시키면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려면 삼류 봉제업자, 원단 장사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셋은 자체 브랜드 만들어 내는 일에 신경을 쓰자고 서로를 격려 했다.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일은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 않았다. 맞물려 돌아가는 일만으로도 허덕일 정도로 바빠야 했고 또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도 빌리네 씨멘스 엔터프라이즈는 세 창업자들의 성에는 차지 않았지만 발전과 확장을 거듭했다. 창업 1년이 됐을때 결산을 해보니 외형은 400배의 성장을 했다. 자본금 5천불로 시작한 회사가 연간 5백만불의 매출을 보였던 것이다. 맨해턴 가멘트 업계의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었다. 주문이 이곳저곳에서 쉴새 없이 들어왔다. 특히 실크와 고급 청바지 분야 에서는 독보적인 컨트렉터로 꼽히고 있었다. 알레한드로의 일에서 시작해서 카트라이트 사의 닉스바지, 트라이언트사 누비 자켓등 까다로운 일들의 경험이 그들을 키웠고 무엇보다 실력있는 기술자들이 몰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빌리와 헤리 유진이 종업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될 수 있으면 그들의 편에서서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었다. 빌리네 회사의 종업원은 이제 5백명에 달했다. 한결 같이 비 백인 이었다.대부분 한국 동포와 중국인 그리고 중남미 출신의 히스페닉이었다. 워낙에 이 업종이 백인들은 거들떠 보지 않는 저임금 고 노동의 산업이기도 했다. 빌리등은 비백인의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 속에 계속 간직하면서 그들과는 고락을 같이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익스프레스사를 소개해 준것은 가영이었다. 그곳에 큰 일감이 있다면서 헤리에게 방문해 보라고 했다.
그곳을 다녀온 헤리의 낯빛이 별로 좋지 않았다.
“왜 그래? 잘 안됐어?”
마침 밖에 나갔다 들어온 빌리가 물었다.
“잘 안된 것은 없는데, 해도 너무 하는 것 같아서…”
“누가?”
“콘설리데이트 말이야.”
“그 얘기야. 이번에도 그쪽에 넘어가야 하는 액수가 큰가?”
콘설리데이트는 의류전문 배달 회사 였다. 뉴욕 가멘트 업계의 운송을 독점 하고 있는 업체였다. 빌리네도 카트라이트사며 몇곳의 일을 해줄때 그쪽의 요구에 따라 그 회사를 이용 해야 했었다. 콘설리데이트는 운송회사 치고는 너무도 엉뚱하게 비지니스를 하고 있었다. 운송 거리와는 상관 없이 액수에 따라 전체의 5퍼센트를 떼어가고 있었다. 운송료는 하청업자 부담이었다. 빌리네가 장당 10불씩의 옷을 5만장 재봉해 주면 전체 수입은 50만불 이 된다. 그러면 일이 끝나, 얼마 떨어 지지 않은, 어떨 때는 몇블록 밖에 되지 않는 발주자에게 가져 갈때 2만 5천 달러의 운송료를 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클레임이라도 걸려 다시 회수 해야 할때면 또 5퍼센트씩의 운송료를 부담해야 했다.
그게 뉴욕 가멘트 업계의 관행이었다. 콘설리데이트사는 이탈리안 마피아가 운영 하는 회사 였다.
빌리도 불합리한 횡포라고 느끼고 있었지만 아직 크게 부딪히는 일 없었기에 넘어가고 있었다.
“이번에 익스프레스에서 주겠다는 일이 실크일 인데 꽤 까다롭더라구, 자기들도 피스당 20달러는 생각 하고 있는 모양인데, 22달러는 받을 수 있을것 같아, 10만장이니까 양도 괞찬은 편이야. 그런데 보름안에 해달래.”
“그러면 이태리 애들한테 6만불이나 줘야 한다고?”
“그래 그렇다니까…”
“야, 그건 너무 억울 하다.”
“거기 안쓰고 다른 트러킹 회사 쓰면 안되냐고 슬쩍 물어 봤더니 메니저가 다 알면서 그러냐고 하던걸…”
“그래?”
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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