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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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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2회

안동일 작

/ 일이 잘 풀려 나갔다. 삭스에서 반응이 꽤 짭짤 했고 루쓰 발만은 로스엔젤레스며 시카고의 매장에도 빌리네 옷을 디스플레이 하겠다고 나왔다.
고급옷 전담반이 만들어 져야 했다. 미싱도 최신형으로 몇개 더 들여 와야 했고 재봉사도 솜씨있는 한국인들을 몇명 고용했다./

마이아미 안레한드로의 셔츠와 브라우스 사업은 성공작이었다. 알레한드로의 예상 대로 남쪽에서는 화려한 색깔과 무늬의 실크 옷 수요가 있었던 것이다. 알레한드로는 남부 쪽에서는 뿌리를 단단히 내린 체인점 허튼 마트를 꽉잡고 있었다. 지방에서 히스페닉 계통의 서민들은 그토록 탐을 냈으면서도 비싼 가격 때문에 군침만 삼켜야 했던 실크옷을 싼 가격에 입게 된것을 너무도 기뻐 했고 안레한드로의 공장은 밤낮없이 재봉틀 소리가 울려야 했다.
마이아미 창고에 쌓아둔 2백 라트의 원단이 결코 많은게 아니었다. 이대로 나가면 더 주문을 해야 할 판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그 가격으로는 어림이 없었다.
그사이 빌리네는 가영의 주선으로 폐업 직전에 있던 중국인 소유의 봉제 공장 두개를 인수 했다. 미싱이 1백대 정도씩 있는 꽤 괞찬은 규모의 공장들 이었는데 메뉴펙쳐와 디스트리뷰터의 횡포에 못이겨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빌리네 새 공장서도 실크 셔츠를 만들어 냈다. 미싱이 2백대면 하루에 만장 정도의 브라우스와 남자용 남방 셔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페턴은 알레한드로의 것을 가져와 재단 했고 전량 그에게 재 납품 하는 것이었다. 뉴욕쪽의 재봉이며 마무리가 자신들 마이아미 공장 쪽 보다 매끈 하다고 알레 한드로는 흡족해 했다.
빌리와 유진은 그럼 이 양반아 시끌벅적한 당신들 쿠바사람들과 그윽한 동양 사람들 손이 같을 수 있겠냐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꼭 이런 디자인만 해야돼? 조금만 손보면 아주 좋아질것 같은데…”
어느날 공장으로 놀러와 재단대 위에 놓여 있는 디자인 패턴이며 샘플을 들여다 보면서 상미가 빌리와 헤리를 쳐다 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거야 마이아미 일 하청인데 뭐 그 사람들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지.”
“하긴 스페니쉬들 취향이니까.”
“좋은 옷감 다 버려 놓는 기분이다.”
상미는 단추며 주머니를 유심히 들여다 보더니 계속 옷감이 아깝다고 했다.
“그래도 이나마 라도 임자를 만났으니까 그렇지 창고에 싸여서 좀 먹을 운명에 처해 있던 천 이었다구.”
“이거 얼마나 남아 있어?”
상미가 물었다.
“이제 거의 다 잘랐지?”
빌리가 헤리에게 물었다.
“아니야, 아직 60롤 정도는 남아 있어.”
상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거 뉴욕에 안 풀었지?”
“응, 완전히 남쪽에서만 먹히는 것 같은데…”
상미는 스와치 책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이 무니하고, 이 무늬, 그리고 이거, 이렇게 세개는 원단 좀 남겨 줄래? 한 5백 야드 씩만 있어도 충분해.”
“그거야 어렵지 않지.왜? 세라 네가 뭐 하나 만들어 볼라고?”
“응, 내가 드레스 하나 디자인 해 볼께.”
“그래서 그걸 어디다 팔려고 5백 야드씩 천 오백장 가지고 뭘해?”
헤리가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상미를 쳐다 봤다. 지금 알레한드로는 이 셔츠를 20불 선에 허튼 마트에 납품 하고 있었고 빌리네는 셔츠 한장에 9불씩 받고 완성품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천오백장이라면 패턴 뜨고 재단하고 부산을 떨다가 재봉틀이 돌다 마는 물량 이었다.
“천오백장? 나는 지금 한 3백장만 만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알다가도 모를 소리하네. 3백장 다 팔아야 9천불 정도 일텐데 그거 만들겠다고 부산 떨어?”
헤리가 다시 나섰다.
“이 청년들아, 눈을 좀 크게 떠. 언제 부터 이렇게 싸구려 인생들이 됐어? 실밥 풀풀 날리는데 며칠 있더니만 예전의 기개 들이 다 사라 진거야?”
상미는 뭐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지 빌리와 헤리를 사정없이 몰아 쳤다.
“30불이 아니라 3백불을 받는 다면 어떻겠어?”
“글쎄 그렇게 될까?”
상미는 피어슨이라는 여자 옷 대형 체인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회사는 자체 디자인한 브랜드도 가지고 있었지만 디자이너들이 들고온 옷을 자신의 브렌드를 붙혀 팔기도 하는 회사였다. 아무래도 상미는 의류업계의 그런 루트에 아는게 많았다. 그녀는 빌리네 천으로 고급 드레스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피어슨과 거래하는 유명 디자이너 숍이나 삭스나 부루밍데일 같은 고급 백화점에 내면 그 가격으로 팔 수도 있다는 것 이었다.
빌리와 헤리는 그런 루트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반신반의 했었다.
며칠 뒤 상미는 디자인 스케치와 패턴을 가지고 빌리네 공장으로 왔다.
최고급 단추와 악세사리를 부착해 샘플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그 패턴을 만들어낸 정성 때문에라도 일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장에서 가장 솜씨 좋은 재단사와 재봉사에게 일을 맡겼고 이틀 뒤 몇벌의 샘플이 나왔다.
상미는 샘플이 나오는 날 늘씬한 금발의 처녀 한명을 데리고 왔다. 모델이라고 했다.
스테이시 라는 모델은 상미의 눈짓에 따라 사무실 안에서 빌리와 윤호가 있는 것도 상관치 않고 뒤로 살짝 돌아 서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새 드레스로 갈아 입었다.
빌리는 순간적인 일에 자신이 오히려 민망해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 야 했으나 프로 정신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야 했다.
워낙에 스테이시의 몸 치수에 맞게 디자인 된 옷이어서 그런지 딱 맞았고 근사했다. 모델 아가씨는 빌리등이 보라는 듯 몇걸음 걸어 보이기도 했고 훽 하고 몸을 돌려 보이기도 했다. 그녀도 옷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어때 이 정도면 삭스에 내놔도 되겠어?”
“글쎄 우리들 눈에야 좋은데 그쪽에서 받아 줄까가 문제지.”
“기다려봐.”
흡족한 눈으로 자신의 작품을 쳐다보던 상미는 모델과 함께 공장을 빠져 나갔다.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회사일을 그렇게 등한히 해도 되는 것인지 상미는 며칠 동안 자신의 드레스 일에 매달렸고 며칠 뒤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시 나타 났다.
삭스 백화점의 루쓰 발만 매장에 납품키로 했다고 했다. 판매 가격은 3백75불로 절반을 빌리네가 차지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이 잘 풀려 나갔다. 삭스에서 반응이 꽤 짭짤 했고 루쓰 발만은 로스엔젤레스며 시카고의 매장에도 빌리네 옷을 디스플레이 하겠다고 나왔다.
고급옷 전담반이 만들어 져야 했다. 미싱도 최신형으로 몇개 더 들여 와야 했고 재봉사도 솜씨있는 한국인들을 몇명 고용했다.
엄청난 물량의 청바지일을 맡게 된것도 카트라이트사의 마가렛 때문이었다. 빌리네가 공장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마가렛은 조심스럽게 소량을 주문 했고 시험에 합격 했던지 큰 물량이 들어 왔다.
‘닉스’라는 브랜드로 전세계로 나가는 고급 디자인 청바지 였다.
원단 주문도 쑬쑬히 들어 오고 있었다. 홍콩의 스텔라 오빠와 호흡이 잘 맞아 큰 어려움 없이 공장을 수배 할 수 있었다. 조지는 심천을 자주 드나들고 있었다. 빌리나 유진이 한번 홍콩을 가 봐야 할텐데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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