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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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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0회

안동일 작

본격적으로 여성 패션에 뛰어 들기로 결정한 것은 헤리와 세라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세라는 하와이 마우이섬의 해변에서 스케치만 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두툼한 스케치북에는 스무점이 넘는 여성 의류가 스케치 되어 있었다.
“야, 허니문 가서 누가 이런일을 하고 온다데?”
빌리가 세라의 스케치북을 들춰 보면서 말했다.
“그럼 혼자서 뭘해? 헤리는 나흘 내내 낮에는 골프장에 가서 살았는데…”
“그랬어? 지겹지도 않니?”
유진이 싱겁게 웃고 있는 헤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옛날에 투어 다닐때 신세 졌던 교포들이 얼마나 보채야지,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클럽도 안가지고 갔잖아?”
“어떻게 알았는지 그 사람들이 호겐 에이펙스 딱 구해가지고 새벽 같이 호텔로 쳐들어 오는데 어떻게 해?”
“그래도 너무 했다. 신혼여행인데…”
“아니야 괞찬았어, 덕분에 나도 조용한 내시간 가질 수 있었구.”
“야, 밤에는 내가 얼마나 봉사 해줬냐?”
해리가 세라를 쳐다 보며 한마디 던지는 바람에 모두 웃었다.
“아니 그런 봉사가 아니고 산책하고 쇼핑하고 그랬다는 얘기야.”
헤리가 얼굴까지 빨개지며 한마디 더 하는 바람에 또 웃어야 했다.

여성패션 진출이야 진작 부터 생각 하고 있던 일이었고 ‘탈’브랜드의 인식도도 어느정도 확보 돼 있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듯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품목에 먼저 뛰어 드는가 하는 것이었다. 여성의류라 해도 종류가 워낙 다양했기 때문이다. 파티 드레스에서 부터 투피스 정장, 스포츠 자켓, 슬랙스, 스커트, 그리고 레인코트에서 오버 코트 또 내의 계통에 이르기 까지 모두다 탐나는 시장이기는 했다.
숙의에 숙의를 거듭한 끝에 레인코트를 먼저 시도 해 보기로 했다.
세라의 스케치 북에도 레인코트를 입은 쭉빠진 여성들이 가장 많기도 했고 또 인상적 이었다.
“어떻게 더운 해변에서 레인코트를 생각했지?”
“오후가 되면 거긴 꼭 소나기가 한번씩 오잖아? 그때가 참 상쾌하고 호젓 하더라구, 아련한 추억도 떠오르고…”
“아련한 추억이라?”
“세라한테 그런 추억이 많은가 보지?”
“내 개인적 추억은 골프장에서 쫄쫄 비맞은 기억 밖에 없다. 다 책에서 본거지.”
“그래 아련한 추억 현대적 감성, 그걸 컨셉트로 해서 레인코트를 만들어 내는 거야.”
“레인코트라면 가격도 괞찬고 시장도 넓으니까 해볼만 하겠는데…”
“좋아 결정 하자, 레인코트.”
이런 과정을 거쳐 세라는 레인코트 디자인에 들어 갔고 빌리는 원단 수배에 나섰다. 고급 레인 코트는 카튼을 주 소재로 해서 방수 처리가 관건 이었다. 카튼은 수입품으로는 한국의 것을 고급으로 쳤지만 미국의 그것을 따라 오지 못했다. 또 빌리가 알기에 쿼터 때문에 한국산 카튼의 쿼터는 종합상사가 다 쥐고 있었다. 가격이 많은 차이가 있기는 했어도 미국산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휴스턴의 원사 공장과 연락이 오고가고 적당한 선에서 계약이 맺어졌다.
세라의 디자인이 몇군데의 조언과 검증을 거쳐 확정 됐고 패턴이 나왔고 샘플이 나올 단계가 됐다.
무엇이던지 최고급으로 하기로 했다. 안감이며 단추 그리고 지퍼에 이르기 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원단은 이정도면 됐고 염색도 좋은데…”
“방수처리가 문젠데… 유진 그거 어떻게 됐니? 스토니브룩 화학실?”
“조금있다 결과 가지고 그분들이 이리로 오기로 했어.”
“정말 문제 없겠어?”
“그럼 노벨상 탄 사람들인데, 확실 하다고 그러더라.”
대학 화학실에서 새로 개발한 방수처리를 도입 하기로 했다. 아직 광범위한 실용 검증이 끝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노벨 화학상을 탄 석학이 이끄는 연구소의 신 발명품이었고 명문 대학의 명성을 믿기로 했다.
종래의 방수처리가 아무래도 뻗뻗한 느낌과 번쩍임이 있는 반면 이 신 개발품은 소재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방수만은 기가 막히게 보장 했다. 거기다 아무리 세탁해도 방수효과가 줄어 들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문제는 홍보 였다. 광고야 TV 광고가 최고 였지만 미국 의류 업계는 TV 광고를 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소비자들에게 다행한 일이었다. 엄청난 액수의 TV광고를 할 경우 그 부담은 판매가의 상승으로 나타나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었다.
칼빈 클라인도, 크리스찬 디올도 조지오 알마니도 특별한 TV 광고를 하지 않았다. 패션 잡지나 대형 빌보드, 그리고 입선전이 패션 업게의 주된 광고 전략이었다.
일단 브로셔를 만들어 유명 백화점과 고급 의류점 그리고 패션 잡지업계에 돌리기로 했다.
샘플이 나왔고 모델을 동원한 사진 촬영에 돌입할 단계였다.
여러명의 모델이 필요 했다. 상미가 생각 했던 모델들 가운데 중요한 사람들이 마침 유럽 여행 중이어서 다른 모델을 구해 보기로 했다.
모델 오디션 때문에 에이전시 스튜디오에 나갔던 상미가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왜 그래?”
헤리가 물었다.
“알고 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이 바닥도 참 큰일이야.”
“왜?”
“좀 쓸만 하다 싶으면 에이전트가 중간에 끼어 있어 엄청난 요구를 해오는데 그게 착복이지 뭐야?”
“그래? 다른 에이전트 알아보면 어때?”
“마찬 가지야.”
“우리가 직접 모델을 구해 볼까?”
“그랬다가 무슨 꼴 당할려고?”
“왜?”
“모델 에이전시들이 다 마피아 끼고 있잖아.”
“젠마노페밀리?”
“아니야 여긴 다른데야.”
“라루시 페밀리라고 50년도 넘게 이바닥 장악하고 있는 독종들이야.”

상황을 듣고 보니 상미의 말대로 이바닥도 참 큰일 이었다.
모델로 입신을 하려면 일단 에이전트에 등록을 해야 했다. 그래야 하다못해 백화점 세일 광고 전단에라도 속옷을 입고 등장 할 수 있었다.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 백화점이며 사진 스튜디오와 직접 연계되는 루트는 원천적으로 봉쇄 되어 있었다. 마피아들이 꽉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에 등록 하고 또 거기서 발탁 되기 위해서는 뒷거래가 필요 했다. 뉴욕만 해도 탑 모델을 꿈꾸는 아가씨 청년들이 수만명에 달했다. 모두들 자신의 용모 하나만을 유일한 밑천으로 가지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모델로 입신 하기 위해 사용할 밑천도 자신의 몸 뿐이었다.
또 대개의 에이전트들은 자신에게 뿐 아니라 업계의 중요한 인물들에게도 같은 뒷거래를 해야 한다고 종용 했고 중간 다리를 놔주는 역할 까지 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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