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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연재 장편소설> 영웅의 약속

삽화 출처:  팔콘사의 RPG  영웅전설 CG

연재 제 2회.                          안동일 지음

시대일보 편집국. 마감을 앞두고 한참 바쁜 시간이었다.
“어이 이부장 나좀 보자고.”
어디엔가 나갔다 편집국에 들어선 편집국장이 사회부 데스크 쪽을 향해 고함치듯 소리치며 급히 양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국장의 눈길은 정치부장, 사회부장 그리고 편집부장 세사람에게 차례로 쏠렸다.
이 시간에 국장이 양손을 들어 각 데스크 에게 모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중대한 일이 있다는 얘기였다.
국장이 들어 오는 것을 신경쓰며 주시하던 세사람의 부장이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국장의 뒤를 따랐다.
“국제부장은 어디있나?”
앞서 걷던 국장이 뒤따르던 편집부장에게 물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모양입니다.
“그사람도 빨리 오라고해”
“알았습니다.”
편집부장은 큰소리로 대답하며 저편 국제부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앉아있던 한 기자가 재빨리 눈치를 채고 일어섰다. 부장을 찾으러 달려 나가는 모양이었다.
국장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작 시간이면 나와서 앉아있는 편집국 내의 책상을 놔두고 따로 꾸며져 있는 방으로 들어 간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네사람이 국장실 소파에 앉았다.
국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국제부는 도대체 뭐하는 건지… 뉴욕에 누가 나가있지?”
“왜 뉴욕에 무슨일 있습니까?”
정치부장이 물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그룹쪽에서 먼저 얘기가 들어오나.”
국내 유수의 재벌사 시대그룹의 방계회사인 시대일보는 자연 그룹일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고 그룹 회장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
“무슨일인데 그럽니까?”
“당신들 윌리엄 정이라고 알아?”
“뉴욕에 있다는 한국인 마피아 두목말입니까?”
사회부장이 대답했다.
“마피아?”
국장이 혼자말 처럼 반문 했다.
“아무튼 그사람이 오늘 서울에 온대.”
“왜 온답니까?”
“이 사람이, 그걸 내가 알면 이렇게 깨지고 오겠어.”
정치부장이 핀잔을 들어야 했다.
“오늘 4시에 도착하는 비행기라고 하더군, 대한항공, 공항에 빨리 연락하고 자료들 모아봐.”
“어떻게 다루지요? 초판엔 사회면 정도에 도착했다는 기사만 적당히 비추고 말아야 겠는데요?”
편집부장이 나섰다.
“그정도가 아니야, 뉴욕에 나가있는 상사 쪽에서 연락이 온 모양인데 회장이 잔뜩 신경쓰고 있나봐. 그사람 요즘 엄청난 일 꾸미고 있다고 하던데?”
“예, 중국하고 러시아에 손을 뻗고 있다는 얘기 나온적이 있었죠.”
“그런 것도 있고 또 20여년 만에 서울에 온다는데 감동적인 얘기 아니야?”
국장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감동이란 말 때문에 부장들은 피식 웃어야 했다.
“감동은 무슨 감동입니까? 성공한 깡패의 금의환양이라도 됩니까?”
정치부장이 한마디 또 거들었다.
“글쎄, 그 사람 깡패가 아니라고 그러잖아.”
“그래도 정확한 알맹이도 모르는데 너무 키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빨리 알아보자는것 아니야?”
그때 방문이 열리며 국제부장이 들어섰다. 얼굴이 벌건게 사우나에라도 있다가 오는 모양이었다.
“응 왔구만, 이리 앉아”
의외로 국제부장을 바라보는 국장의 눈매는 부드러웠다.
“정부장, 윌리엄 정 온다는 얘기 알고 있어?”
“지금 들어오면서 들었습니다.”
“그래 그사람에 대해서 뭐 좀 들어온게 있나?”
“몇가지 있기는 있죠. 뉴욕에서 몇번 송고되지 않았습니까?”
“그래, 뭐 물건 좀 만들 수 있겠어?”
“아직은…그사람 변호사 자격까지 있다는 애기가 있었지만…”
“아무튼 있는 자료 다 모아 찾아 놓고 뉴욕에 연락해서 그사람 최근 동향에 대해 취재 하도록 해.”
“최부장, 공항에 누가 나가 있지?”
국장이 사회부장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고기훈이가 나가있는데요.”
“누구하나 더 붙이지. 고참으로. 사진도 하나 보내고”
“우리쪽에서 붙을까요”
정치부장이 나섰다.
“아냐, 그쪽은 윌리엄을 맞는 정치권 쪽의 움직임을 좀 보고 혹시 정부쪽에서 부른거 아닌가도 체크해 보라구.”
“재계도 움직일 텐데 경제부장한테 애기해야 잖습니까?”
편집부장이 끼어들었다.
“물론이지. 그건 나가서 얘기하면 되고…참,정치부! 박철이한테 내곡동도 찔러 보라구 그래. 그룹 회장실 에선 난린데 이거…일단 모두 비상 대기하면서 5시까지 기다려 보자구, 얘기가 된다 싶으면 스트레이트는 1면에 깔고, 2사회면에 윌리엄 스토리, 3면이나 4면쯤에 정치권 재계 반응, 스케치…이쯤 확 키워 보는 것으로 생각 하자구. 자 나가지, 뛰어보자구.”
국장이 대략적인 지면 구상을 쏟아놓으며 일어서자 네 부장도 따라서 일어섰다.
“그렇게 까지 하면 너무 키우는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국빈이라도 온것 같이…”
편집부장이 혼잣말처럼 내뱉았다.
“내 예감엔 감동적인 스토리가 나올것 같아.”
국장이 대꾸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국장은 자리 쪽으로 몇걸음 걸어가다 말고 돌아서서 사회부장에게 한마디 던졌다.
“참 공항에 박재순이 보내는게 좋겠는데, 그 친구가 잘할 것 같군”
자리에 돌아온 사회부장은 앉자 마자 전화기의 원터치 보턴을 눌렀다. 입력된 다이얼 넘버 돌아가는 단속음이 10자리 숫자인 것으로 보아 핸드폰에 거는 전화였다. 스피커 폰을 통해 신호음이 두번 울리고 이내 “여보세요,박재순입니다.”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사 사회부장은 수화기를 들어 귀로 가져갔다.
“박재순씨, 나야.”
“지금 어디있어?”
“그래 그럼, 빨리 공항으로 가봐, 4시에 도착하는 뉴욕발 대한항공편에 윌리엄 정이라고 교포가 들어오는데 철저히 붙어서 알맹이좀 뽑아내.”
“그래, 알고있군 그사람이야.”
“왜 오는지는 아직 몰라, 그리고 별로 협조 안할 거라구,그런 사람들 의례 그러잖아, 그러니까 잘해, 사진도 나갈꺼야.”
“그럼, 애기가 있으면 인터뷰도 나가야지.”
“그래 수고해. 수시로 연락하고.”

이윽고 비행기가 탑승구에 닿았고 승객들이 하나 둘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도착 예정시간인 오후 4시5분 이었다.
시대일보 박재순은 사진 기자와 함께 탑승구 바로 앞쪽 복도에 서 있었다. 그녀의 가슴엔 임시 출입 패찰이 붙어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신문기사를 복사한 용지가 들려 있었다. 급히 팩스로 보내온 윌리엄의 사진이 실려있는 미국 신문이었다. 사진은 간신히 윤곽이나 알아 볼 정도 였다. 여기자 일행의 옆에는 항공사의 지상직원과 정복의 공안요원 말고도 또 다른 사내들 두명이 서 있었다. 공항에 나와 있는 기관원들 인듯 싶었다. 정복의 사내는 진작부터 박재순 일행에게 탑승구에서의 사진촬영은 금지 되어 있다고 몇번이나 강조 하면서 사진기자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불안한듯 쳐다보곤 했다. 다른 신문사의 기자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윌리엄 정과 헤롤드 김은 열 댓명쯤이 탑승구를 빠져 나간뒤 복도에 모습을 나타 냈다.
윌리엄은 쑥색 탈라리아 셔츠위에 짙은 고동색 체크무니의 스포츠 코트를 입고 있었고 선그라스를 쓰고 있었다. 헤롤드는 짙은 회색 정장 양복차림에 역시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다. 첫눈에도 범상한 사람들이 아닌 분위기를 감지 할 수 있었다. 사진기자 이병헌이 프랫시를 터뜨렸다.
윌리엄과 헤롤드가 놀란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이쪽을 쳐다 봤다. 정작 더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은 기관원들이었다.
정장의 사내 중 하나가 ‘아니 이사람이’ 하며 이병헌의 어깨를 잡았다.
이 와중에 다른 사내와 여기자가 동시에 윌리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윌리엄 정 선생님이시죠? 저는 시대일보의 박재순입니다.”
여기자가 총알같이 빠른 목소리로 자신의 소개를 했다.
“허어 참”
윌리엄이 옆의 헤롤드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러더니 그녀를 한번 쳐다보곤 말없이 그냥 복도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습니다.”
여기자가 바짝 따라 붙자 그제서야 윌리엄의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윌리엄의 한국어 발음은 또렸했다. 그리고 정중했지만 친밀감이 있었다.
그때 정장의 기관원이 여기자를 밀치듯 하며 두사람 사이로 파고들었다.
“저 외사과에 있습니다.”
“어디라구요?”
헤롤드가 무뚝뚝한 어조로 되 물었지만 외사과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사내는 더 대꾸하지 않고 윌리엄쪽을 쳐다보며 자신의 할말을 계속했다.
“잠깐 이쪽으로, 인사를 드렸으면 해서 입니다.”
윌리엄을 안내 하려는듯 손짓으로 복도 저쪽을 가리켰다. 사내를 쳐다보는 해롤드의 눈길이 험악해 졌다.
“귀빈실입니다. 관례상, 중요한 분이 오시면 상부의 지시로 귀빈실로 모시죠.”
사내는 귀빈실 이라는 말을 애써 강조 했다.
“관례는 뭐고 상부의 지시는 뭡니까?”
헤롤드가 다시 나섰다. 아직 그의 목소리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헤리, 진정해, 가보자구”
윌리엄이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하더니 선선히 사내가 안내하는 쪽으로 따라갔다. 헤리는 해롤드의 애칭이었다.
여기자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귀빈실은 4번 출구 에서는 꽤 먼 거리였다. 그틈을 타서 여기자가 다시 윌리엄의 옆으로 따라 붙었다.
“생각보다 너무 젊어 보이시네요.”
“그렇습니까?”
윌리엄이 선그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윌리엄과 눈이 마주친 여기자는 순간 숨이 멎는듯 했다.
“재순씨라 했지요?”
“어떻게 내 이름을 그새 외우시죠?”
여기자는 놀라야 했다. 사실 그녀는 평소 자신의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아까 자신을 소개 할때도 급하게 빨리 얼버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윌리엄은 가볍게 ‘후훗’하고 잔웃음을 흘렸을 뿐 대답하지 않고 계속 걷기만 했다.
“얼마나 서울에 계시게 되죠?”
종종걸음으로 윌리엄을 쫒아 가며 여기자가 다시 물었다.
“일주일쯤 있을 예정입니다.”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귀빈실 입구에서 여기자는 제지를 당해야 했다.
“기자분들은 잠깐만…”
재순이 뭐라 할 틈을 주지 않고 사내들은 문을 닫았다.
재순은 문이 닫히는 틈으로 윌리엄이 자신을 향해 씩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닫힌 문을 잠시 노려보던 여기자는 더 실랑이를 해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선선히 물러서 저편 복도로 달렸다. 입국장 으로난 귀빈실 출구 쪽에서 윌리엄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복도를 달리면서 재순은 다소 높은 굽의 구두가 불편하다고 느꼈지만 오늘따라 평소와 달리 투피스 정장에 구두를 신고 나온것을 너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리엄에게 예쁜 인상으로 보여질 수 있다면 발이 아픈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그녀는 스스로 놀라야 했다. 시대일보 내에서 뿐 아니라 출입처며 기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남자로 통했다. (3회에 계속)

  • 영웅의 약속은 주 3회  (월수금)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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