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60회

안동일 작

홍콩에서도 모델대회 필름과 비디오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스타 TV가 생중계를 했음에도 한달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비디오 샾에서 2시간 짜리 비디오를 빌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델들 장기자랑이며 촌극 연기 같은 것도 재미 있었지만 마지막 피날레 쇼가 정말 멋졌어요. 어쩌면 그렇게 환상적인지 가슴이 다 뛰더라구요.하늘에서 내려왔다가는 연기처럼 쏙 사라지고… ”
옆에 앉은 숙정이 빌리의 손을 만지작 거리면서 또 그 얘기를 해왔다. 1등석에는 손님이 빌리네 네사람 말고 미국인 노부부 두사람이 더 있었을 뿐 한가 했다.숙정의 영어 솜씨는 날이 다르게 늘고 있었다. 지난번 영화에서는 자신이 직접 영어 더빙 까지 했다고 했다.
숙정은 대회 마지막 날 밤의 3D 레이져 패션쇼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TV 화면으로 봤음에도 그 정도 라면 실제 행사장에 참석해 특수 안경을 끼고 본 사람들의 놀라움과 경탄은 짐작하고 남았다. 빌리도 자신의 눈을 의심했을 정도 였다.
디즈니 월드 에프컷 센터 호수가에 버섯 모양의 스테이지가 꾸며져 있었다.호숫가 저편 까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 없이 야외 무대를 메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미리 나눠준 특수 플라스틱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예상인원의 두배가 넘는 사람이 몰려 들었기에 일부에게는 안타깝게도 안경을 나눠 줄 수 없었다.
모델이 스테이지를 걸어 나오고 있었다. 모델의 화려한 드레스에는 빌리네 트레이드 마크인 취발이 탈이 오밀 조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취발이 탈 위에는 여왕벌이 그려져 있었다. 스테이지 이편 사람들의 바로 눈 앞에 지금 걸어 나오는 그 모델과 똑같은 모델이 순식간에 모습을 나타 냈다. 홀로그라픽 영상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 였다. 그림자 모델은 실제 모델의 정 반대의 동작을 해 보였다. 모델이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 면서 자신의 각선미를 뽐내면 이쪽 영상은 조신한 태도로 어깨를 으슥 하면서 턱을 당겼다.
감미로운 음악이 돌연 바람소리로 바뀌고 실제 모델로 향한 조명이 꺼지면서 무대위에는 영상만이 남았다. 영상이 탈과 벌만으로 뭉쳐져 있었다. 그때 사방 천지에서 앵 하는 벌 날개 소리가 들리면서 스테이지에 있던 수만 마리의 벌들이 관중들의 얼굴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 들었다. 모두들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탄성과 함성이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벌들이 사라져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는데 머리위를 가득 메운 고성능 스피커 에서 괴기스런 음향이 울려 나오는가 했더니 취발이 탈들이 사람들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환상 적인 디자인, 멋진 모델들, 영상과학 그리고 첨단 음향이 만들어낸 환상의 쇼는 계속 됐다.
때론 모델들이 입었던 멋진 드레스가 여성 관객들의 몸을 향해 사뿐사뿐 날아 들었고 때론 미녀 모델의 손이 쑥하고 길어져 남자 관객들의 뺨을 스칠 듯 날아와 괴성이 오르게 했다.
중역급 커리어 우먼에게 어울릴 오피스 정장을 입은 모델이 돌연 해변가의 비키니 차림으로 변하는가 하면 드레스의 색깔과 무늬가 순식간에 변하면서 영 다른 분위기를 연출 하곤 했다.
칵테일 잔을 손에 들고 파티 드레스를 뽐내던 여인이 칵테일 잔을 관객을 향해 확 뿌릴 때면 공중에 장치된 분수에 의해 사람들의 얼굴로 실제 물방울이 날라와 기성을 연발케 했다.
TV 중계와 녹화에는 빠졌지만 이날의 압권은 걸을 때면 허벅지가 들어나는 차이나 풍의 섹시한 드레스를 선보인 티나 황이 자신의 팬티를 벗어 객석으로 던지는 장면이었다. 물론 티나는 드레스를 살짝 걷어 올려 팬티를 벗는 채 하면서 조명에 의해 페이드 아웃 됐고 나머지는 영상 처리 였다. 그런데 여자들이 더 큰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손바닥 만한 노란 헝겁이 사람들 앞으로 날라 올때 여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헛 손으로 허우적 거렸다. 그리고는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어 댔다. 많은 사람들은 눈물 까지 글썽였다.
공중에서 내려온 이 대회의 히로인 비키 트레이스가 세라가 디자인한 파티복의 자태를 한껏 뽐낸 뒤 관객들의 환호 속에 손은 뒷짐을 쥔 채 허리를 숙이면서 입술을 내미는 것으로 행사는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비키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스치듯 다가올때 비키가 사용하는 샤넬 5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때 그 냄새는 어떻게 된거야?”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은 가영이 물어 왔다.
“공중에 장치된 분무기에서 순간적으로 내뿜은 거지.”
“그리고 난 정말 비키 입술이 닿았었는데 그건?”
“자네는 진짜로 눈을 감았었군.”
“그럼, 감으라니까 감았지.”
“그게 이번 쇼의 최고 난제 였었다는데 빛의 반사하고 정전기를 이용한 트릭이었지.”
“입술이 따끔 하던데?”
“눈을 감은 사람들한테는 안광에서 빛이 안나오니까 앞쪽의 반사광을 이용해 안경에서 정전기가 발생 하도록 했다지, 그래도 자네 처럼 정말로 입술이 따금 했던 사람은 몇 안 됐던것 같아.”
“그랬구나, 어쨌든 참 대단하다.”
영문을 몰라 하는 청연과 숙정에게 가영이 그때의 광경을 제스쳐를 써 가면서 설명을 해 줬다.
“이번에 여왕으로 뽑힌 비키 트레이스가 미스터 정네 회사 전속 모델이잖아요?”
끝에 앉아 있던 청연이 고개를 쑥 내밀면서 빌리에게 믈어왔다. 그러니까 비키가 여왕으로 선발된데는 주최측의 무언의 압력이 작용한것 아니냐는 일종의 항의 였다.
“그건 정말 공정한 채점 이었습니다. 심사위원 가운데 우리쪽 사람이 둘 있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사람들은 다른 모델에게 점수를 더 많이 줬다는데요.”
“비키 트레이스 정말 대단해,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반하겠던데 뭐?”
숙정이 말했다.
“그래, 정말 깜찍한 여자잖아.”
빌리도 응수했다.
실제 빌리가 보기에도 비키의 재능은 대단했다.말광량이 같은 그녀에게 어떻게 저런 재주가 숨어 있는가 싶을 정도로 그녀는 노래, 연기 그리고 난데 없이 기계체조와 마술 까지 펼쳐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그녀의 감탄할 만한 덤블링이며 도약 솜씨는 치어리더 시절에 익혔던 모양이었다.
“빌리, 혹시 그 비키라는 모델과 어떻게 된 것 아니야?”
숙정이 빌리를 우정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수퍼스타가 나같은 사람 쳐다나 본다데?”
빌리는 혹시 스텔라나 왕노사가 숙정에게 무슨 얘기를 한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능청을 떨기로 했다. 진실이 항상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일 없지? 정말이지? ”
숙정이 재차 확인해 오면서 빌리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빌리의 팔을 끌어 어깨를 묻었다.
‘적어도 숙정 너와 함께 있는 순간 만큼은…’
빌리는 속으로 이 말을 삼켰다.               (계속)

Related posts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45회

안동일 기자

<연재 장편소설> ‘영웅의 약속’

안지영 기자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61)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