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엽 (전 KBS 교양국 국장 PD)
항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제정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는 부산과 포항 사이로 진입해서 인천으로 곧게 가는 항로였으나 수원쪽에서 아래로 우회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기상때문인 것 같다. 이 날 서울인근에 엄청 비가 많이 내렸는데 그래서 살짝 우회한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저지로 돌아 온 지 10여일 만에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나의 비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줄이야. 그 얘기는 뒤에 하기로 하고,
먼저 팬데믹으로 달라진 비행기 타기 전 꼭 챙겨야 하는 것은 코비드검사. 유행상황에 따라 수시로 달리진다. 8월 기준으로는 PCR검사는 탑승하는 날 0시 기준, 48시간 이내에 해야 하고, 신속항원 검사는 24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
8월8일 월요일 탑승이라 토요일 아침에 동네 한국약국에서 PCR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일요일 오전10시까지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한다. 3월에 한 번 걸렸기 때문에 양성으로 나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다.
뉴저지 집 인근에서 뉴욕 JFK공항까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큼지막한 밴인데 보통은 서너명이 타고 갔었는데 이번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13명이 정원인데 만석이다. PCR검사때 부터 느꼈는데 한국가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JFK는 8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대한항공은 1번 터미널이다. 아시아나는 예전에는 4번 터미널이었는데, 두 회사가 통합되면서 이제는 1번 터미널로 바뀌었다. 1번 터미널에는 JAL과 에어 프랑스등도 있는 걸로 아는데 JFK에서 그나마 좀 덜 복잡한 편이다.
예전에 인천공항공사가 JFK 1터미널 운영권을 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실제 운영을 시작했는 지는 모르겠다.
기사님 말이 공항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당분간 1,2터미널은 주차장 보수 공사로 인해 주차가 안되니 8터미널에 주차하고 트램으로 이동해야 한단다. 이건 돌아올 때 누군가 마중을 나온다면 필요한 정보다.
터미널 상황이 좀 달라졌을까 하는 기대를 했으나, 주차가 안돼서 그런지 배웅하는 차들이 2,3중으로 주차해 있어, 밴을 주차하고 짐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서 별로 달라진 것을 느끼진 못했지만,
보딩패스를 받고 짐을 부치고 검색을 통과하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만든 작은 불똥 하나
처음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 부터 걱정한 것이 하나 있었다.
한국 도착예정시간이 오후 5시50분인데, 인천공항에서 내 고향 군산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의 출발시간이 6시15분. 단 25분의 여유뿐인데 이걸 탈 수 있을까? 였다.
내 기억으로는 5시경에 도착한 걸로 아는데 왜 이번에는 5시50분이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원래 스케쥴을 좀 여유있게 해서 그런거라 여겼고, 내 기억처럼 5시경 도착하리란 기대를 했다.
그런데 보딩부터 좀 늦어진다. 결국은 이륙시간이 20분 정도 늦었다. 이륙이 늦어지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니까 그 정도 늦은 거는 만회가 되리라 생각했다.
좌석은 예상대로 거의 만석이었다.
기장의 안내방송은 이륙후 14시간 10분이 걸려 오후5시40분쯤 도착할 거란다. 어 이건 아닌데… 아까 보딩이 늦어서 그런가.
지루한 비행이 시작됐고, 아무리 지루해도 시간은 시간의 속도대로만 흘러간다. 그냥 14시간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중간쯤 왔을때 운항정보를 보니 이건 항로가 평소와 다르다.
원래는 베링해협을 지나 사할린, 중국을 거쳐 서해를 건너 인천으로 왔는데 아주 옛날 코스인 알래스카에서 일본을 거쳐 오는 항로를 오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탑승할 때 부터 비행거리가 평소하고 달랐었다. 보통는 6700마일 정도 인데 7000마일이 넘는 걸로 나왔다.
뉴욕까지는 6912마일+인천까지 132마일=7044마일.
어림계산으로 300마일이 늘었다.
보통 600마일로 비행하니까 30분 정도 더 걸리는 셈이리라.
비싼 항공유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데 이렇게 된 것 이유는 뭐지.
처음에 든 생각은 최근 불거진 ‘중국과의 갈등때문인가’ 였다.
그래서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때문에 러시아영공을 지날 수가 없게 돼 생긴 일이란다.
유럽으로 가는 비행편은 러시아 영공을 더 많이 지나서 가기 때문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단다. 그러고 보니 소련에 의해 격추되었던 대한항공기의 안타까운 사고도 생각이 난다.
이 작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야 할 텐데 장기전으로 갈 태세라 정말 안타깝다. 정녕 협상가 헨리 키신저라도 다시 불러와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미,러,중 그리고 일본까지 낀 각축에 둘러싸인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참으로 어렵구나란 걸 다시 느낀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이들의 각축을 잘 활용하는 신중하고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절대 정략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항상 국익이 우선이다. 미국도 누가 대통령이 돼도 변함없는 국제 전략의 기본은 바로 국가이익, National Interest이다.
우리도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미동맹도 미국이 우리를 위해서 있는 게 아니다. 미국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때 마다 되풀이 되는 남북문제나 한.미 혹은 한.중 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버스는 떠나고….
항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제정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는 부산과 포항 사이로 진입해서 인천으로 곧게 가는 항로였으나 수원쪽에서 아래로 우회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기상때문인 것 같다. 이 날 서울인근에 엄청 비가 많이 내렸는데 그래서 살짝 우회한 것 같다.
이로 인해 5분정도 늦어졌다. 지상에서도 트래픽이 있어 우회하면 늦어지듯이 하늘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있다.
그래서 결국 기장의 예상보다 5분 늦은 5시45분 착륙해서, 게이트로 이동하는데 15분. 입국 수속하고 짐 찾고 나오니 6시40분.
이미 버스는 떠났다.
(08-13 태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