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성 (철학박사 전 뉴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 참석한 것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초대 받아 갔는데 온갖 푸대접 다 받고 와서 주로 푸대접에 초점이 맞춰져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는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의 의의와 한국이 초대 받은 이유가 그것이다.
나토는 거대한 군사 동맹 체제이다. 13개 국으로 시작한 나토가 지금은 회원국이 30개에 이르렀고, 이번에 핀란드와 스웨덴이 또 추가로 가입 승인 되었다.
미국이 주축이 된 나토는 구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 안보 체제로서 그 군사력은 엄청나다. 막강한 파워 덕분일까, 지금까지 나토가 창설된 이래 유럽에서 나토 동맹국을 상대로 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막강한 군사력이 그래서 실제로 사용된 예는 코소보 전쟁이 한참이던 1998년 유고 공습 작전(Operation Allied Force)과 2011년 1차 리비아 내전 때의 공습 작전(Operation Unified Protector)뿐이다.
2012년에는 시리아 내전의 와중에 터키 공군 전투기가 격추 당하고 터키 영내에 포탄이 떨어지자 NATO 차원에서 대응, 동맹국들이 터키에 방공부대를 파병하기도 했다. 이후 시리아 정부군은 나토가 두려워 터키 영내에 대한 공격을 일제히 멈추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소련이 해체된 지금, 나토 동맹국을 위협하는 최초의 전쟁이 터졌다. 직접적으로 나토 동맹국을 향한 공격은 아니지만 동맹국 바로 옆의 나라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략함으로써 나토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이 첫 번째 의제였고, 다음으로는 대 중국 입장 정리였다.
첫 번째 의제의 결과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승인되었다.
과거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 가입에 회의적이었다. 바로 인접한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나토 가입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목격한 스웨덴과 핀란드는 회의적이던 태도를 급선회하여 바로 가입 신청을 냈고, 이번 회의에서 승인되었다.
두 번째,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 문제가 다뤄졌다. 나토는 명백히 유럽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동맹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의제가 미국에 의해 제시되었고, 중국은 나토의 위협임을 분명히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 받은 이유가 드러난다. 일본이 그동안 미국의 대리인으로서 대 중국 견제 역할을 해 왔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대한민국도 대 중국 압박과 견제 및 유사시 방어를 분담해 달라는 요청이 바로 이 초대가 포함한 함의였다.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부는 이 초대에 응함으로써 스스로 대 중국 전선에 동참할 것을 표명했고, 중국은 그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최대 승자는 그래서 미국이다. 원하는 바를 다 이뤘다.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면서 그 실체적 결과물로 스웨덴과 핀란드를 나토에 합류 시켰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는데,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더 중요한 두 인접 국가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는 기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라는 보호막이 없어 러시아에 대응할 독자적인 군사력을 확충해 왔기 때문에 그 두 나라, 특히 스웨덴의 군사력은 만만치 않다. 이들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게 만들었으니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목상 목적을 완전 상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바이든의 나토 정상회의 목적이었다.
다음으로 터키(이제 공식적으로는 ‘투르키예’라고 불러야 한다.)가 많은 이득을 보았다. 첫째, 스웨덴과 핀란드가 터키의 쿠르드 족 탄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는데, 이들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쿠르드 족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고, 두 나라는 받아들였다(나토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전체가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그리고 터키의 주력 전투기는 미국산 F-16인데, 터키가 러시아 산 S-400방공 포대를 구입하는 바람에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져서 기왕에 도입하기로 했던 F-35 도입도 무산되고, 심지어 F-16의 정비와 유지를 위한 부품과 기술 지원도 못 받게 되어 터키의 공군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는데,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 찬성 조건으로 미국에 F-16 후속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독재자이지만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 할 일을 다 했다. 외교는 이런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외교다.
가장 처참하게 당한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아무 이유 없이 유럽 군사 동맹 회의에 참석해서 엉뚱한 대 중국 견제와 대 중국 최전선에 내몰리게 되었다.
윤 대통령은 누가 물어봐도 얼렁뚱땅 넘어가야 할 문제인 대 러시아와 대 중국 입장을 자발적으로 강경한 발언으로 쏟아 냄으로써 이제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보복 당할 일만 남았다.
이미 보복은 시작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어렵사리 이집트를 방문해서 이집트 원전 사업에 한 다리 걸쳐 놓았는데(이집트 원전 사업은 러시아가 주 시행국으로 참여하고 있고, 러시아는 협력사가 필요한데 이 협력사로 우리나라가 끼어들었던 거다. 진정한 원전 사업의 지원자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대 러시아 강경 발언으로 러시아와의 계약이 연기되었다(사실상 무산).
또 러시아는 우리나라에 대형 LNG선들을 발주해 놓았는데 계약을 연기하고 있다. LNG선 여러 척이 날아가게 생겼다.
중국은 어떤 보복을 해 올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한 수준의 제제를 받을 것은 자명하다.
초대한 나토 사무총장이 회담 약속을 취소하고, 여러 나라 정상들이 회담을 거부하거나 취소하고, 심지어 배우자끼리의 만남조차 취소당한 것까지는 좋다. 눈 감은 사진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가장 믿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노 룩 악수로 수모를 줘도 좋다.
터키의 에르도안처럼 국익을 위한 외교, 실익 있는 외교를 하고 왔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나라의 장래가 심히 우려스럽다.
한 가지 더,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의제들 중의 하나에 그린 에너지도 있었다.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도 그린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것이었고, 그것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원전 세일즈를 했다. 성인병 예방을 위해 식단을 건강식으로 준비하자는 세미나에 참석해서 정크 푸드 영업을 한 것과 비슷한 짓을 한 거다.
웃음도 안 나온다.
07-11-22 이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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