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참여센터 대표)
대선주자 론 디샌티스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 주 교육위원회는 “흑인 노예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 발전 시켰는지” 를 가르쳐야 한다는 새로운 중학교 교과 과정 지침서를 7월 19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 지침서의 내용은 흑인 노예제가 노예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흑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노예제를 대놓고 찬성하는 것 보다도 더 교활하게 흑인들을 조롱 하면서 노예제를 반성하기 보다는 노예제의 정당성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이 있기 2년전인 2021년 10월초에도 플로리다 주 교육위원회는 2021년 새학기 시작전 ‘비판적 인종이론‘(Critical Race Theory – CRT)를 가르치지 말라는 새로운 규정을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밀어부쳐서 개정 하였고, 플로리다를 선두로 공화당 주도 보수 성향의 주에서 CRT 교육을 금지하는 결정을 재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플로리다 교육위원회 결정도 공화당 집권 주들에서 재빠르게 도입할 것이 뻔하기에 앞으로 미국내 역사수정주의는 하나의 이념이 되어 분열의 전선을 더욱 격렬하게 할 것이다.
미국은 4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한다. 그동안은 멋진 말로서 신사적인 정책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2016년 대선은 정책 선거가 아닌 이념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2020년 선거에서는 그 이념 대결의 전선들이 더 넓어지고 치열 해졌다. 예전 같으면 단지 정책의 문제였던 이민개혁, 여성권익, 노동, 낙태, 사회복지, 의료보험, 동성애, 그리고 역사의 관점들이 진보와 보수, 인종간의 대결적인 이념이 되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이 되어 버렸다.
이 대결의 전선은 개척해 온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려고 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세상은 변하고 그만큼 사람들의 생각과 정체성도 따라서 변한다. 그런데 변화를 거부하고 심지어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세력들도 있다. 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들의 기세가 명을 압도하자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익을 우선에 놓고 실리 외교를 하던 광해왕이 오랑캐들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이유로 인조와 노론세력은 반정을 일으켜 권력을 빼앗았다. 그리고 몰락하는 명에 사대를 하고 청과 각을 세우다가 청의 침략을 받았다. 그 결과 수만은 백성들이 죽고 수십만이 노예로 끌려 갔고 인조는 자신의 권력유지를 요청하며 청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신하국을 자처 하였다. 결국 그들이 받들어 모시던 명의 종말도 더욱 앞당겼다. 고구려 백제 멸망 후 1천년만에 처음으로 치욕적인 역사적 사변의 주인공이 바로 명 사대주의 이념으로 역사를 거꾸로 돌려 자신들의 권력찬탈에 눈이 멀었던 인조와 노론 세력이었다.
1991년 무너져가는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부통령 겐나디 야나예프, 국방장관, KGB의장, 총리, 내무부 장관등이 고르바쵸프 대통령을 감금하고 쿠테타를 일으킨 사건이다. 그러나 3일 천하로 쿠테타는 막을 내리고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필두로 소비에트 연방 해체의 뇌관이 되어 그들이 역사를 거꾸로 돌려 사수하려고 했던 자신들의 권력과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급속한 몰락을 가져왔다.
그동안 미국은 노예제 사회를 부끄러워하고 고통 받았던 이들의 명예를 위해서 노력 해왔기에 미국을 건국한 조상들의 명예를 지킬수 있었다. 그런데 부끄러웠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 하려는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역사를 이념의 전선으로 만들고 있다. 역사는 거대한 강물과 같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 하려다가는 불행한 시대를 만든다.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사회의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힘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역사수정을 선동하여 나라를 분열 시켜서라도 자신들의 권력 획득 하고자 하는 불온한 자들이 있다. 그들이 미국의 지도자가 되어 다양성을 파괴하고 나라와 사회를 분열 시켜 불행한 나라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은 결국 유권자들이
해야 할 것이다. (8/29 동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