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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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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이상성 컬럼> 핵 카드 만지작 거리는 푸틴의 속사정

“푸틴이 똥줄이 타고, 아주 제대로 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뿐”

/ 러시아가 핵공격을 했는데 미국이 방관한다고 가정하자. 전 세계의 약소국가들이 “이게 뭐야? 누가 우릴 핵공격해도 우린 아무도 막아줄 사람이 없네? 우리도 핵폭탄 보유하자” 하는 붐이 일어난다.
웬만한 경제력과 기술력이 있는 나라들은 앞을 다투어 핵무기를 만들 것이고, 미국이 아니라 미국 할애비라도 이런 상황에서 핵무기 만드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

이 상성 (고양자치연대 대표, 전 재미목회자)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면서 최근 부분 동원령을 내리고 심지어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제 곧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지고 항복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사실은 거꾸로다.
부분 동원령 내리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것은 푸틴이 똥줄이 타고, 아주 제대로 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러시아의 경제 규모이다. 러시아는 국민총생산이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작다. 우리나라 국민들 전체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적은 돈을 러시아 국민들이 번다.
이 돈으로부터 세금을 거둬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데, 러시아 총 생산으로 러시아 인구 1억 4천만을 일단 먹여 살려야 한다. 우리 인구의 거의 세 배에 해당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고 남는 돈 중에 세금으로 거둬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 중에는 우리 국토의 185배에 해당하는 국토를 관리하는 비용도 포함한다.

국토 면적이 185배면 도로와 철도의 규모도 비교 불가로 거대하다. 이 도로 눈만 한 번 치우려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추운 지역이 많아 관리도 쉽지 않다.
그리고 우리 군대의 두 배 정도 되는 군대도 유지해야 한다. 금년도 러시아 국방비가 617억 달러이다. 우리나라는 457억 달러, 미국은 7,780억 달러이다. 국방비도 대충 우리보다 50% 정도 더 들어간다.

이 국방비가 135만 명의 군대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들어가는데 결코 넉넉치가 않다. 이 135만 명의 군대 중에 육군은 28만 명이다. 그리고 징집병보다는 모집병의 숫자가 더 많아 인건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특히 러시아는 상당한 핵무기와 다양한 전략 자산들을 보유 중인데, 이들을 유지 관리하는 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간다. 상비군의 숫자는 미국과 비슷한데 군사비는 1/10도 안 되는 것을 보면 러시아 군대가 얼마나 예산 문제에 허덕일지 감이 온다. 우리나라보다 적은 국민총생산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세 배를 먹여 살리고, 국토를 관리하고, 각종 예산을 집행하고 나면 저 국방비 지출도 큰 부담이 될 게 자명하다.

그런데 러시아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이 때 우크라이나는 거의 변변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국토를 빼앗겼다. 감히 세계 군사력 2위 국가에게 대들 엄두를 못냈던 것이다. 러시아는 손쉽게 크림반도를 손에 넣었고, 바로 이것이 독이 되었다.

금년 푸틴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역시 8년 전처럼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땅에 발만 들여 놓아도 우크라이나가 오금이 저려 그냥 항복할 줄 알았던 거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다.

육군 28만 명 중에서 정말 국경을 지키는 필수 인원만 제외하고 20만 명을 뽑아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했는데, 이들 중 약 20%가 전사하거나 부상으로 병력 손실을 입었다. 전체 군 병력 중에서 전투병의 비율이 5-60% 남짓하고, 전사 및 부상자의 대부분은 전투병에서 나왔을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 전투병의 40% 가량이 손실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그동안 미국과 나토의 군사 훈련을 받아 8년 전 군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푸틴에게 남은 수는 철수하거나, 예비군을 징집해서 병력을 보충하여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것 밖에 없는데, 지금 철수하면 푸틴은 목숨까지 내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아무 결과도 없이 수 만 명의 인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예비군 동원을 명령한 것이라 본다.

그런데 이 예비군이 우리나라 예비군으로 생각하면 오산도 보통 오산이 아니다. 러시아 군대는 1년 정도 복무하는데,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이 갔다 온 사람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 예비군은 동원하면 즉시 전투에 투입이 가능할 정도로 훈련이 되어 있지만 러시아 예비군은 제식훈련조차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이들을 기초훈련부터 시작해서 사격훈련과 전투 및 작전 훈련을 시켜야 하는데, 이 훈련을 시킬 교관과 조교들이 전부 전쟁터에 가 있다. 훈련을 시킬 사람이 없다는 거다. 게다가 초급 장교가 대량으로 전사해서 이들을 훈련시킨다 해도 통솔할 장교와 하사관이 없다. 그냥 총알받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군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대거 탈출하고 있는 중이다. 군대 가봐야 그냥 총알받이로 죽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푸틴은 마지막 카드를 던지고 있는데, 핵무기 사용이다.

우크라이나에 핵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푸틴이 핵폭탄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처음에 비해 엄청나게 강해졌을 것은 분명하다. 이제 믿을 것은 핵폭탄 밖에 없으니까… 그것 아니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승리할 길이 없는 것이 명확해 보이므로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혹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한다고 해도 미국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미국이 핵전쟁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푸틴이 핵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큰 오산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핵공격을 하는 순간 미국의 핵미사일이 러시아를 향해 발사된다.

러시아가 핵공격을 했는데 미국이 방관한다고 가정하자. 전 세계의 약소국가들이 “이게 뭐야? 누가 우릴 핵공격해도 우린 아무도 막아줄 사람이 없네? 우리도 핵폭탄 보유하자” 하는 붐이 일어난다.

웬만한 경제력과 기술력이 있는 나라들은 앞을 다투어 핵무기를 만들 것이고, 미국이 아니라 미국 할애비라도 이런 상황에서 핵무기 만드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핵보유국이 될 것이고 여기저기서 핵공격이 일어날 것이다. 전 세계가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여 핵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장 신이 날 나라는 북한이다. 기술을 원하는 나라에게는 엄청난 기술료를 받고 기술을 전수해 주고,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안 되는 나라들에게는 핵무기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나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대놓고 미국에 대해서도 핵공격 협박을 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패권도 끝장나고 세계 평화도 무너지고 대량 핵전쟁의 가능성이 농후한 선택을 미국은 절대로 취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 즉,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하는 순간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내 짐작이지만 러시아의 국방비를 볼 때 현재 러시아가 가동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 핵무기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핵폭탄이 그냥 만들어 놓기만 하면 되는 일반 폭탄이 아니다. 핵폭탄은 만들 때도 돈이 많이 들지만, 그것을 유지 관리하는 데에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돈 덩어리다.

저 국방비로 135만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핵무기와 핵무기 투발 수단, 그리고 핵잠과 전략폭격기 등 운송수단을 100% 가동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잘 해야 총 보유량 중 20% 정도 가동상태가 아닐까 싶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하는 순간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나토 국가들은 러시아의 핵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아마도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핵미사일이 러시아의 마지막 핵미사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때 중국이 조금만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도 중국도 집중적인 핵공격의 대상이 된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쟁으로 둘이 망하고 나면 나홀로 패권국이 될 즐거운 상상을 할 수도 있으므로 여차하면 중국까지 핵전쟁으로 끌어들여 러시아와 중국을 한 묶음으로 박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푸틴의 핵공격 가능성 발언 이전과 이후의 중국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핵 불장난은 중국의 완전한 파괴와 파멸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제 러시아와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마지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번 예비군 동원령을 통해 증강된 군사력으로도 일정한 정도의 군사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푸틴은 몰락의 길을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이번 겨울 지나고 내년 봄에 과연 푸틴이 어떤 상태이고 러시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두고 볼 일이다.

(상성 10-02)

  • 컬럼의 논조는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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