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성 (전 뉴욕지역 목회자, 환경 운동가)
러, 아직은 핵 어뢰 개발완료 못해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미국과 러시아 사이 군사적 대립과 관련한 두 개의 기사가 등장한다. 하나는 미국이 최신형 제럴드 포드 함을 대서양 해역에 파견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벨고로드 라는 잠수함을 북극해로 비밀리에 보냈다는 기사다.
벨고로드는 러시아가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 잠수함이다. 그런데 이 잠수함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탑재하지 못한다. 대신, 포세이돈 이라는 핵 어뢰를 탑재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핵 어뢰는 미 동부 해안에 가서 수중에서 발사하면 해변 가까이에서 폭발하면서 무려 높이 500미터의 쓰나미를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해변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러시아가 지구 최종병기를 내 보냈다고 언론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포세이돈 이라는 핵 어뢰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7년 경이라야 개발이 완료되어 실전배치 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잠수함이 사라진 것은 전략 전술 상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 공격 무기가 아무 것도 없으니까…
제럴드 포드 핵항모는 우리 돈으로 19조 원 정도를 들여서 건조한 최신 항모이다.
요즘 가끔 등장하는 군사 관련 기사를 보면 러시아와 중국이 만든 극초음속 미사일 때문에 핵항모는 움직이는 거대한 표적일 뿐이라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함 장거리 미사일로 중국의 둥펑21(DF-21)이 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1,300-3,000km로 알려져 있는데, 탄두 무게에 따라 이렇게 사거리가 달라진다. 그래서 항공모함을 대상으로 하려면 대체로 사거리가 2,000km정도일 것으로 추측한다. 이 정도 사거리라면 미국의 항공모함은 대 중국 작전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미사일들이 개발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제럴드 포드 함을 건조했고 앞으로 모든 항공모함을 이 급으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예산을 세우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미사일들은 탄도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은 발사하는 순간 핵미사일과 비슷하게 날아오기 때문에 핵 공격으로 오인 받기 십상이다. 따라서 항모 부수려고 미사일 발사했다가 핵 보복공격 받기 딱 알맞다. 그래서 이 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군사 작전에서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작전에 임한다. 따라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상대국의 핵미사일이 발사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둘째, 아직까지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 대함 탄도미사일이 움직이는 표적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없다. 성공은 고사하고 아예 움직이는 물체를 대상으로 실험 자체를 하지 않았다. 중국이 DF-21을 실험하면서 사막이 미국 항모 크기의 그림을 그려놓고 그것을 대상으로 타격하는 실험은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실험은 타격 대상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세심하게 준비해서 한 실험이다. 탄도 미사일의 타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타격 지점의 공기 밀도까지 알아야 한다. 공기 밀도와 그 지역의 미세한 중력의 차이에 의해서도 수 백 미터는 오차가 날 수 있고, 수 백 미터의 오차는 항모를 벗어나 버리기 때문에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정 표적을 타격하는 것도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모든 정보를 획득한 다음, 이 획득한 정보의 상태가 변하지 않을 시점에 미사일을 쏴서 타격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태평양 상에 떠 있는 미 항모에 대한 이 모든 정보를 제대로 획득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일단 정확한 위치 정보 획득도 거의 불가능하고(중국의 여건상 오로지 인공위성으로만 이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데, 전시에 미국이 가진 전자전 능력을 감안하면 인공위성에서 항모 위치 파악은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 매 순간 움직이는 항모의 궤적을 추적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위치 정보 파악하고 발사했는데 불규칙하게 움직이면 어떻게 하여 그 궤적 정보를 획득했다 하더라도 초속 10km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탄도탄을 정확하게 유도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 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탄도탄을 요격하는 SM-3 대공미사일을 미국은 이미 실전배치 놓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런 대함 탄도미사일이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이 가진 전략 전술 자산이면 충분히 격파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항모 중심의 해군력 유지를 포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증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중국이 대함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미국도 그 실용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가진 목표물 위치정보 획득력과 각종 기상 정보 획득 능력, 그리고 유도 장비의 기술 능력이 더해지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가진 이런 유의 미사일보다 훨씬 더 유용한 미사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여튼, 러시아가 포세이돈 핵 어뢰 개발에 성공하고 실재 발사실험까지 성공시킨다면 미국으로서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밸고로드 핵잠은 크기가 어마무시해서 그 내부에 충분한 흡음재를 설치, 원자로와 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을 매우 효과적으로 억제한다고 한다.
핵잠의 소음은 원자로와 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 그리고 스크류에서 나오는 소음 두 가지가 있는데 러시아가 과거에는 핵잠 스크류를 두 개 달았다. 스크류가 두 개면 소음이 두 배로 늘어나고 특이한 소음을 낸다. 두 개 단 이유는 한 개만 달면 스크류 돌아가는 반동으로 잠수함이 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크류 한 개로 줄이는 기술이 필요한데 러시아도 이 기술을 확보했다.
또 하나는 스크류 자체의 형상에서 나오는 소음인데, 소음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는 최적의 스크류는 설계도 어렵지만 만드는 건 더 어려웠다. 그런데 일본의 도시바가 이 스크류를 제작할 수 있는 공작 기계를 러시아(구 소련)에 팔아서 미국이 펄펄 뛴 적이 있었다.
여튼, 지금은 러시아의 핵잠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정숙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예산상의 문제로 10여 척에 불과한 전략 핵잠이 그나마 몇 척이나 제대로 작전에 임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이들 핵잠을 30여 척에 이르는 미국의 공격 핵잠들과 인공위성, 초계기, 그리고 청음기지 등이 상시로 감시하고 있다고 보면 맞다.(상성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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