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AI 분야에서 ‘코닥 모멘트’에 빠질 수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 같은 ‘제너레이티브 AI'(Generative AI·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검색 엔진 등에 통합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인공지능(AI) 혁신에서 MS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5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구글과 MS는 AI가 미래의 핵심 도구라는 점에는 동의했으나 두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차이를 나타냈다고 CNN방송이 26일 보도했다.
CNN은 “구글이 AI 혁신에서 MS에 다소 뒤처진다”며 “지난달 구글이 ‘바드’라는 AI 챗봇을 시장에 내놨지만, 시장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MS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 증가한 520억8600만 달러(약 6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183억 달러(약 24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MS의 검색엔진 ‘빙’ 앱의 하루 이용자도 1억 명을 넘어섰다.
한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697억9000만 달러(약 9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실적 발표 직후 “AI는 구글에 엄청난 기회”라면서 생성형 AI 도구와 검색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차이 CEO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을 신뢰한다”면서 생성형 AI가 허위 정보를 퍼뜨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반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AI가 사람들의 온라인 검색 방식에 변혁을 일으킬 것”이라며 AI의 미래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나델라 CEO는 자사 검색엔진 ‘빙'(Bing)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설치율이 지난 2월 챗GPT를 탑재한 이후 4배가량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가운데 26일 CNBC는 구글이 AI 분야에서 ‘코닥 모멘트’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데이터분석 및 컨설팅 업체인 글로벌데이터의 사이러스 메와왈라 전략가는 “챗GPT에 투자한 MS는 AI 분야의 주도권을 구글로부터 빼앗아왔다”며 “지난해부터 구글이 코닥 모멘트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 선도적인 기술을 가고 있었지만 핵심 사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제쳐뒀다”며 “이제는 핵심 비즈니스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닥 모멘트는 미래의 추세를 예측하지 못하고 대응에 실패한 기업들을 지적할 때 사용한다.
과거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지만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커질 수록 핵심 사업인 필름 시장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코닥은 2012년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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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일찌감치 AI 분야에 뛰어들었다. 수년간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으며, 2014년에는 알파고로 잘 알려진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AI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내부 연구팀인 브레인을 딥마인드와 합병했다.
메와왈라 전략가는 “합병은 오래 전에 이뤄져야 했다”며 “구글 AI 분야에 훌륭한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MS에 뒤쳐졌다”고 말했다.
MS는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자사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도입하면서 구글의 핵심 사업인 검색 분야를 정조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강력한 AI 기술을 보유하고도 MS처럼 자사 제품에 빠르게 도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레트 리서치의 수석 분석가인 리차드 크레이머는 ″구글의 문제는 AI 분야 최고 인력과 AI 분야에 인용된 상위 100개 논문 중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만든 것을 제품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년 간 이어온 AI에 대한 투자가 알파벳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JP모건은 “알파벳은 수년간의 투자를 통해 AI 분야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AI 챗봇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벳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스 포라트는 올해 자본 지출을 늘릴 계획이며 AI가 자본 지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