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사법 행운과 지뢰밭의 상세 내역
2017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제 45대 미국 대통령 으로 재직했던 트럼프는 재직시에는 법적으로 많은 행운이 뒤따랐으나 퇴임과 동시에 무더기 형사범죄 의혹 타깃이 되었다.
검찰 조사와 대배심 운영이 착착 진행돼 기소 까지 된 이번 프로노배우 입막음 관련 기소 말고도 최소 5건에서 다시 형사 피고인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취임 3개월 뒤인 2017년 4월 휘하 연방 법무부 부장관에 의해 대통령선거 때 러시아 세력과 내통 공모했을 의혹을 받으며 특별검사 임명의 뒤퉁수를 맞았다.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에 의해 임명된 로버트 뮬러 특검은 2년 간 수사해 2019년 2월 500페이지의 보고서를 법무부에 냈다. 트럼프가 선수쳐서 교체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교묘한 보고서 요약과 해석에 따라 ‘불’기소되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트럼프는 탄핵에 휘말렸다. 취임한 지 3개월 밖에 안되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간 전화통화를 의무감청한 국가안보위원회 고위공무원이 연방 감사관실에 트럼프가 개인 이익을 위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렸다고 내부고발했다. 바이든 전부통령의 아들 헌터에 관한 우크라 활동 비리를 넘겨주면 우크라가 요청하는 스팅어와 재블린 등 무기를 대량으로 보게 주겠다는 통화였다.
8년 만에 연방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1달반 동안의 청문회를 거쳐 12월 권한남용과 의회공무 방해 혐의의 2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상원에 탄해소추했다. 2020년 1월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도움으로 트럼프는 67표를 얻어야 탄핵되는 상황에서 민주당만의 48표 및 47표에 그쳐 무죄 판결되었다.
2020년 11월3일 대통령선거가 치르졌고 나흘 뒤 친공화당 방송들까지 바이든의 당선을 확정 발표했으나 트럼프는 ‘다 이긴 선거를 도둑질 당했다’며 수십 건의 선거부정 재판을 신청했다. 이 역시 차례로 기각당했다. 2021년 1월6일은 연방 상하원이 각 주의 후보별 확보 선거인 수를 최종 인증하면서 46대 대통령을 공식 결정하는 날이었고 오전에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의 연설에 선동 고무된 수천 명이 ‘폭도’로 돌변했다. 이들은 의사당에 난입해 경찰관 5명을 죽였고 수백 명의 의원들이 간신히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이런 소동 속에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이 최종 인증되었고 민주당은 퇴임 2주 전의 트럼프에 대한 2차 탄핵에 나서 일사천리로 1월13일 수정헌법 25조 위반 및 반란선동 혐의로 소추 가결했다. 1월20일 트럼프는 새 대통령 취임식를 보이콧하고 백악관을 떠났으며 2월13일 상원은 트럼프 ‘전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투표에 나서 찬성 57표를 이끌어냈다. 공화당이 7표 가세했으나 3분의 2에 10표가 부족해 트럼프는 탄핵되지 않았다.
퇴임한 트럼프는 공화당에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2022년 11월 중간선거를 맞아 당 경선서 논란을 무릅쓰고 후보로 만들어줬던 추천 인사들이 다수 패배하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듯 했다. 트럼프는 그 직전부터 여러 형사범죄 의혹의 조사 대상이 되었다.
8월에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저택에 FBI 요원들이 몰려들어 압수수색을 벌였고 트럼프가 무단으로 끌고내려온 백악관 보고문서 중 기밀등급 문서 100여 건이 발견되었다. 문건의 검찰 열람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오가던 중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11월 잭 스미스 전 판사를 특검으로 지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도 부통령직을 끝내고 온 뒤 몇 건의 기밀문서를 반납하지 않고 가지온 사실이 발견되었지만 트럼프 경우와는 스케일과 내용이 사뭇 달라 트럼프는 기밀무단 유출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다.
2021년 9월부터 의사당 폭도난입 사건을 조사해온 민주당 특위는 2022년 12월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 결정했다. 갈런드 법무장관이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2020년 11월 대선 직후 조지아주 개표에서 간발의 차로 자신이 패하게 되자 공화당 소속의 조지아주 라펜스버거 국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그 지랄할 ‘1만1780표’를 어떻게든 만들어내라”고 호통쳤다. 바이든이 이긴 표 수로 이 표를 조작해서 만들어 선거인 20명을 자기 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선거개입 의혹은 조지아주 검찰에 의해 수사된 뒤 언론의 주시 속에 대배심이 막판 운영되고 있으며 기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트럼프는 거주해온 뉴욕주와 뉴욕시 검찰로부터 금융부정 혐의 수사를 오랜 동안 받아왔다. 이번 대배심 기소를 끌어낸 뉴욕시 맨해턴(남부) 지검은 앞서 트럼프의 뉴욕 부동산 사업체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문서 조작으로 장기 임원 앨렌 와이셀버거에 불법 특혜를 해왔다며 수사했다. 결국 와이셀버거가 유죄를 인정해 징역 5개월로 감옥에 갔고 트럼프 사업체는 16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트럼프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지만 이 기소를 성공시킨 흑인이자 민주당 소속의 알빈 브랙 검사장은 이번 포르노배우 건 전부터 트럼프의 공적 1호로 찍혔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유리한 대출을 위해 금융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뉴욕주의 제임스 레티사 검찰총장은 이 사업체를 상대로 2500만 달러의 민사 소송을 낸 상태다. 트럼프는 또 지난해 연방 대법원에 의해 2015년부터 감추어오던 자신의 소득과 납세 내역이 기록된 세금보고서를 연방 하원 위원회에 넘기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원 위원회는 며칠 뒤인 11월30일 ‘별볼일 없는 사업가와 재산가”로서의 트럼프 실체를 드러낸 세금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했다.
트럼프는 또 진 캐롤이라는 여성 언론인으로부터 “1995년 강간” 혐의로 2016년 대통령선거 때 제소당했는데 트럼프 말대로 그냥 지어낸 이야기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이 사건이 지난해부터 진지한 법적 문제가 되고 있다. 12월 법원은 트럼프에게 위증죄가 적용되는 진실증언 선서 후 진술서 작성과 질문답변을 명령했다.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입막음 관련 수사와 대배심 운영은 다른 의혹 사건에 비하면 그간 언론의 관심이 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혐의에서 기소가 나와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뉴욕주 1심 법원에 자진 출두, 자수해서 잠재 범죄자로서 지문을 채취 당하는 굴욕을 당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