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뉴욕 시민참여센터 대표)
4월 5일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다. 물기를 쉽게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땅이 촉촉하여 나무를 심기 좋아서 한국에서는 이날을 식목일로 정하고 있다. 농사력으로 볼 때 이 무렵부터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하여 농사 지을 준비를 한다. 그래서인지1주일 전부터 집 세면대 물 빠지는 곳에서 새싹이 자라고 있었다. 이렇듯 생명력이라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현생 인류의 생명력도 대단하다. 그런데 돌아보면 인류가 여러 번 멸종할뻔 했던 위험들이 많았다.
1883년에는 태양을 근접해 통과하는 447개의 혜성이 나타났는데 10억톤의 거대 규모로 지구를 600km이내 거리로 스쳐 지나갔다. 만약에 지구에 충돌을 했더라면 핵폭탄 1000배 위력으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될 수 있었다. 그리고 1989년 3월 아스클레피오스 소행성이 스쳐간 6시간전 지점에 지구가 있었다. 만약에 충돌했다면 600메가톤급의 핵무기 위력으로 지구를 초토화시켰을 것이다. 이외에도 4억 6600만년전 지구 생명체 86%의 대멸종을 초래한 빙하기도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발생한 소행성 폭발의 먼지가 지구 대기를 덮어 태양 빛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또한10만년전 화산 대폭발로 생긴 빙하기 이후 2만년만에 수마트라의 토바산 화산 폭발로 지구는 6년동안 겨울이 지속되어 인류가 멸종의 위기를 겪었고 이후 2만년 동안 수천여명의 인류만이 고립된 곳에서 겨우 생존 하였다고 한다.
이 외에도 우주의 먼지 정도에 불과한 크기의 지구에 닥쳤던 수많은 위험들이 있었는데 그것도 인류가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고 아는 것은 아주 소수에 불과 하다. 그런데 이런 위험들은 일방적으로 온다는 것이다. 지구를 향해서 오는 혜성을 막거나 진로를 바꿀 능력을 인류는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발생하는 화산도 멈추게 할 수가 없다. 특히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지구 온난화다. 엄청난 속도로 녹고 있는 북극 얼음 때문에 많은 육지가 바다속으로 가라 앉고 북극 대륙이 가벼워지게 되면서 지구의 모든 대륙이 움직이게 되어 겪어 보지 못했던 지진과 화산이 폭발할 것이고, 바다의 염분 농도가 묽어 지면서 바다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며, 바다물의 순환이 바뀌면서 또한 겪어보지 못했던 태풍과 폭우와폭설 그리고 가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오는 위기만으로도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데 인류가 만들고 있는 위기는 충분히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을놓고 전세계는 서로 위기를 향해서 일방적으로 달려 가고만 있다. 특히 인류를 완전히 멸종시키고도 남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합의에 의해 묶어 두었던 핵 괴물의 사슬을 풀고 있다. 그런데 각 나라의 정치권과 여론은 더욱더 강경한 일방적 위기를 향하고 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생명들은 끈질기고 강인하다. 이러한 끈질기고 강인한 힘은 용기에서 나온다. 4월 4일 화요일은 극심한 인종 불평등과 차별의 시대에 인종 평등을 통한 평화로운 인간사회를 위해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온 생을 바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이 그 젊은 39세의 나이에 백인 인종우월주의자의 총탄에 쓰러진 날이다.
인류는 지금 서로 극단으로 나뉘어 파멸을 향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럴때 킹 목사처럼 전쟁을 반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지금 여기서 멈추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정치인과 유권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