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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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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01회

안동일 작

대망의 고구려 프로젝트

어머니와 동생들의 안부를 묻고 다들 그럭저럭 잘 지낸 다는 대답을 듣고 나니 별 할말이 없었다. 승혜는 빌리가 자신 동생들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 하고 있는 것에 감격한 눈치이기는 했지만 특별히 말로 표현 하지는 않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있었고 애들은 몇이냐고 빌리가 물었다.
그녀는 1남1녀를 두고 있다고 했다. 큰 애가 벌써 중학교 3학년 이라고 했다. 빌리는 순간, 머릿속으로 빠른 계산을 해야 했다. 중학교 3학년이라면 귀국하던 해 아니면 그 이듬해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웬지 씁쓸한 심정이 됐다. 식당 아주머니가 아까부터 주문을 재촉하는 듯 그들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집은 매운탕 밖에 없는데 오빠가 그걸 드실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빌리를 걱정 했지만 빌리는 염려 말고 시키라고 했다. 승혜는 오빠라는 호칭을 다시 사용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별 말이 없었다. 승혜가 뉴욕서 같이 알았던 사람들 소식을 물어 왔지만 대개들 빌리와도 연락이 끊겨 있었기에 별다른 애기 전할게 없었다. 다만 크리스가 죽었다는 얘기를 할때 빌리는 혼자만 잠깐 비장해 져야 했다. 승혜는 크리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듯 했다. 크리스는 학생회 모임에 빌리 따라서 몇번 참석했을 뿐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않았기 때문이다.
승혜가 며칠째 계속 신문을 장식하는 빌리의 고구려 프로젝트에 대해 물어 왔지만 웬지 흥이 오르지 않아 간략 하게 대답만 했다. 실은 빌리는 신문들이 너무 크게 다루고 있는 바람에 이러다 중국쪽에서 다시 틀고 나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까지 갖고 있었다. 신문들은 빌리네가 발표한 것 이상으로 계획에 살을 붙이고 있었다. 지금 단계 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당경제위원회와 길림성 인민위원회의 인가가 나왔다는 통지서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서명한 단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내준 달짝지근한 커피를 한모금 마실 때 쯤 빌리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아파 왔기에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빌리가 성큼 성큼 앞장서 콘크리트 계단을 통해 백사장으로 내려 왔고 개펄 처럼 딱딱한 해변을 걷기 시작 했다. 승혜는 애들이 4시쯤 학교에서 돌아 오기에 그전 까지만 돌아 가면 된다고 했다.
“모레 아침에 북경에 가봐야돼, 앞으론 한국에 자주 오게 될꺼야.”
한참 만에 빌리가 승혜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요?”
무슨 뜻에서인지 그렇게 반문 하고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녀로서도 만감이 교차할 터였다.

“오빠도 이젠 나이든 테가 나기는 나요.”
승혜가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옆에서 걷는 모습 보니까 완숙미가 몸에 착 베어 있는데요.”
“완숙미?”
빌리는 피식 웃었다.
“저 아까 부터 물어 보고 싶었는데…”
승혜가 말꼬리를 흐렸다.
“뭔데?”
“물어봐도 되요?”
“뭔데 그래? 말해봐.”
“왜 오빠는 아직까지 결혼 하지 않으셨어요?”
빌리가 독신이라는 것은 각 신문에 나와 잇었다.
“후훗”
빌리는 또 피식 웃기만 했을뿐 대답을 않했다.
“왜 대답하기 싫으세요?”
“글쎄 왜 그랬을까? 승혜 때문이라고 대답하면 믿겠어?”
빌리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잠시 멈칫 하는듯 했지만 이내 그녀는 평정을 찾았다.
“설마? 거짓말도 그럴듯하게 해야죠.”
빌리는 더이상 아무 대꾸 없이 걷기만 했다.

“그런데 왜 그날 날 잡지 않았어요?”
한참만에 승혜가 입을 열었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오기전에 뉴 헤이븐에 갔던 날 말이에요.”
“그때 잡았어야 했나?”
“그랬으면 달라졌겠죠.”
“그래서 돌아오자 마자 그렇게 금새 결혼을 했군.”
빌리의 말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어차피 오빠는 나한테 너무 큰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남편은 승혜와 잘 맞아?”
“좋은 사람이얘요, 남편이지만 존경하고 있어요.”
“존경하고 있다…”
빌리가 혼자말 처럼 되뇌었다.사랑하지는 않는 다는 말인가 하고 묻고 싶은 것을 참았다.
“듣자니 꽤 유망한 정치인 이라고 하던데…”
“그러자니 어려움이 많지요.”
“어떤 어려움인데?”
“정치인의 아내들이 다 겪는 그런 어려움이죠.”
“그래. 세상에 쉬운일 어디 있겠나?”
“사실은 그동안 제가 얼마나 뉴욕 생각 한줄 아세요?”
빌리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영화 같은데서 뉴욕 장면이라도 나올때면 더했죠.”
“그거야 한때 살았던 곳에 대한 일종의 향수 같은것 아닐까?”
“꼭 그것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래 아무튼 우린 이렇게 15년 만에 만날 수 있었잖아? 인생이란 재미있는 거야.”
“만약에 말이에요, 내가 뉴욕을 떠나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오빠의 오늘이 있었을까요?”
승혜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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