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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96회

안동일 작

대망의 고구려 프로젝트

블라디보스톡 일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 되어가고 있었다. 보로이의 전폭적인 협조도 협조 였지만 세멘스코 킴이 무척이나 유능한 친구였다. 브라디보스톡 인근 도시인 아르촘에서 태어난 그는 엉뚱하게도 미술대학을 나온 화가였는데 그림만 그려서는 도저히 먹고 살기 어려워 러시아 고미술의 밀반출 일에 손을 댔다가 보로이네와 연계 됐고 이제는 충직한 빌리의 동지가 됐던 것이다. 그는 빌리와 만난 이래 부쩍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었다.
“회장님, 앞으로는 저한테 말하실 때는 고려말만 하십시요.”
지난번에 갔을때는 어색한 발음으로 이말을 해서 빌리와 윤호를 웃게 했었다. 당분간 그쪽은 그에게 일을 맡겨 놔도 잘 돌아 갈 수 있었다.
회사의 이름은 포탐킨 기계 판매 회사로 하기로 했고 선박 회사며 보안이 철저한 창고 수배들이 다 끝나 있었다. 그곳 토박이였기에 세멘스코는 친구도 많았다. 부루나이의 무스타파가 알루미늄에 무늬 만들어내는 기계와 헬리콥터, 그리고 장총등을 주문해 왔기에 최초의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스타파는 빌리에게 쿠웨이트의 유력 무기상을 소개 시켜 주기까지 하는 등 전폭적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 찾아 뵐 동경의 김천수씨도 빌리네의 기계무역과 관련해서 도움을 줄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헤리에게 말했다는데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날 그 꼬장꼬장한 노인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허튼 얘기거나 작은 건이 아닌듯 싶었다.
김천수는 동경 제일의 현금왕 이었다. 파친코와 도꾸리탕이라고 불리우는 터키 베스 업체를 동경 시내에만 수백개 가지고 있는 그는 왕노사와는 오랜 교분이 있는 막역한 사이였다.
왕노사의 각별한 부탁을 받고 2년전 그 노인을 처음 찾았을 때 빌리는 적잖이 당황해야 했고 또 놀라야 했다. 영감이 지정한 신쥬쿠의 꾀죄죄한 자루우동 전문의 국수집을 찾는데도 애를 먹었지만 정작 영감이 먼저 와서 앉아 있었는데도 그것을 몰라 옆에 앉아서 멀뚱대야 했었다.
노인의 용모가 하릴 없는 지개꾼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한참만에 노인이 넌즈시 아는 체를 했고 당황한 빌리가 인사를 하려다 소매로 컵을 쳐서 물까지 엎질러야 했다.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노인은 빌리를 유심히 관찰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네 때문에 내가 돈을 벌게될 모양이군.”
노인은 물은 돈을 의미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면에 물을 엎질렀다는 것은 큰 돈거래가 있게 된다는 것을 암시 한다고 했다.

노인은 그 식당에서 초밥 몇개와 국수를 먹으면서도 “오늘 이 음식 값은 누가 내는거지?” 해서 빌리를 당황하게 했었다.
“의당 제가 뵙자고 했으니까, 제가 대접해야 하는데 이집을 정하신것은 노인이시니까 노인께서 사주셔도 될것 같구요.”
“내가 왜 자네한테 얻어 먹나?”
“왕노사께서 각별히 대접 하라고 하셨거든요.”
“내가 그 영감 한테 대접받을 짓을 한게 없는데…”
“그래도 노사께서는 어르신을 각별히 생각하고 계시던데요.”
“그래? 나쁘지는 않군, 그럼 얘기를 들어보세, 자네가 왜 나를 찾았는가,용건이 그럴듯 하면 내가 내고 그렇지 않으면 각자 내는 걸세.”

사실 그때는 용건이 없었다. 왕노사가 한번 꼭 만나 보라고 했기에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빌리는 노인과 두시간 가까이 얘기를 했고 음식값은 노인이 냈었다.
음식값만 냈던게 아니라 노인은 그길로 빌리를 동경의 이름난 부자들의 저택 동네인 시부야꾸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끌고 갔었다. 그의 차림새와는 달리 집은 넓고 깨끗했다.

희소식이 또하나 날라들어왔다. 과수향의 고노인이 국내성 성도(城圖)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조부때 부터 집안에 간직돼 있던 고문서 함 속에서 발견 했다는 것이었다. 빌리는 마침 뉴욕을 방문 하고 있던 역사학자인 오영식박사와 고고학자인 민병한씨와 함께 집안으로 날아갔다.
두 박사는 모두 고구려 시대의 국내성 지도가 틀림없다고 기뻐 했다. 지도 뒤에 붙어 있는 한문 설명을 판독한 학자들은 지도가 만들어 지기는 평양시대에 만들어 진 것인데 당시 북방 천도를 계획하던 북진파에서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만든 국내성 개괄도라고 했다. 이제 국내성을 그시대의 그것으로 복원하는 일은 성큼 한걸음 앞으로 다가 선 셈이었다. 지금 박물관으로 되어 있는 자리가 왕궁이 있던 자리였으며 그둘레에 내성이 있었고 태극의 궤와 같이 건 감 이 곤과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으로 계층별 거주지가 꾸려져 있다고 했다.
고문서함을 뒤지던 오박사가 고개를 갸웃 하며 탄성 비슷한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어, 민교수 이것 좀봐요.”
책으로 되어 있는 다른 것과는 달리 한장의 종이로 되어 있는 문서 였다. 상대적으로 그리 낡은 종이가 아니었다. 날짜가 나오고 마지막에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무슨 영수증 같았다.
“이럴 수가…”
민박사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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