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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92회

안동일 작

대망의 고구려 프로젝트

 

크리스가 그렇게 된것은 전적으로 고구려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덩치가 커진 회사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해야했던 과중한 업무 위에 프로젝트일 까지 겹쳐 그는 엄청난 과로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도 맨해턴 사무실에 앉아 작은 얼굴에 어울리는 작은 뿔테 안경을 만지면서 서류를 들여다 보고 있을 텐데 싶으니 빌리의 더욱 가슴이 저려 왔다.
크리스는 누구보다 프로젝트일에 열심이었다. 당초에는 수지타산면에서 도저히 승산이 없는 비지니스라고 미심쩍어 하던 그가 누구보다 열심히 그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빌리와 유진이 재판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던 때도 크리스는 재판에 신경쓰면서 회사의 경리 상태에 신경쓰느라 입이 부르트고 코가 헐 정도의 피곤한 몸으로 프로젝트 때문에 보스톤이며 휴스톤을 오가곤 했다.
크리스가 그일을 당한것은 빌리와 유진이 베트남 중국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간 바로 그날이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던 화요일 밤의 일이었다. 그날 따라 크리스와 언성을 높여 가며 그런 소동을 벌여야 했던 일이 지금도 못내 가슴이 아픈 일이다.

크리스는 언제나 빌리와 유진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심정을 지니고 있었다. 고교 시절 두사람의 운명을 바꾸게 한 스위스 칼 싸움 사건의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빌리와 유진 두사람은 그일을 놓고 크리스를 원망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도 그는 늘 두사람에게 한풀 접어주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날 빌리와 윤호가 전례없이 언성을 높였던 것도 크리스가 또 그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었다.
발단은 스토라냐사 건 이었다. 회사의 경리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는 고구려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금 확보에 남다른 고심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 계획 단계에서 부터 엄청난 예산이 쓰여지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는 수익이 빨리 돌아오는 신규 투자에 관심을 가졌고 빌리등과는 자세한 상의 없이 스토라냐사에 대규모의 투자를 했었던 까닭도 거기 있었다.
부르클린에 본부를 둔 스토라냐사는 뉴욕의 러시안아 마피아들이 세운 건설 회사였다. 대형 쇼핑몰 건설과 관리가 주업종으로 돼 있는 그 회사는 동부 지역 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쇼핑몰 건설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업체였다.

그 회사는 늘 투자가를 찾고 있었다. 투자라기 보다는 고리의 사채 또는 어음할인이라는 표현이 맞았다. 실제 그들은 3개월에 두배에 가까운 돈을 만들어 주곤 했었다. 명목상의 주업종인 건설업 보다는 다른 루트로 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말하자면 투자가들은 그들의 캐쉬 플로우 확보와 돈 세탁에 이용되고 있는 셈 이었다.당연히 그들은 빌리네와 같은 유명기업을 선호 했다.
빌리와 윤호가 뉴욕에 돌아 갔을때 크리스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두사람의 공백을 메워야 했던 일도 일이었지만 스톨라냐사 때문에 회사가 부도 직전에 있었던 것이다. 스톨라냐사가 FBI의 수사와 함께 연방 세무국의 대대적인 감사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 출신 과학자 살해 사건이 발단이었다. 과학자는 바람난 부인과 그녀의 정부에 의해 살해돼 허드슨가에 버려졌다는데 여자의 정부가 스톨라냐사의 간부직에 있는 마피아 단원이라는 것이 밝혀 지면서 사건이 확대 됐고 급기야 스톨라냐 사 전체가 문제시 됐다. 스톨라냐사에 대한 수사와 감사가 계속 된다면 저들의 속성상 회사는 깝데기를 홀랑 벋고 두목급들은 러시아나 제 3국으로 도피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되면 크리스가 동원했던 회사의 자금은 공중으로 날아가게 될 판이었다.

그보다도 스톨라냐사에서 돈이 제때에 나오지 않는 바람에 크리스는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 대야 했다. 그중에는 피도눈물도 없는 유태인 몰게지 회사의 돈도 있었다. 만기일이 내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때문에 며칠째 골머리를 썼지만 그날도 입금액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속도 모르면서 빌리는 이번 출장에서도 블라디보스톡 포탬킨사의 구좌로 거액을 입금하게 했고 베트남의 쿠엔과의 사업에도 투자를 했었다.
크리스의 속이 탈만도 했다.
대강의 사정을 들은 빌리는 난감했지만 아무말 않했다.
직원들은 다 퇴근 했고 세 사람만이 사무실에 있었다. 크리스의 방이엇다.
“야 네가 먼저 이제부턴 그런쪽과 관련 갖지 말자고 해놓고 이게 무슨 일이냐? 어쩌자고 그많은 돈을, 상의도 없이…”
윤호가 조심스럽게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크리스는 대뜸 짜증을 버럭 냈다.
“상의도 없었다니, 지난번에 같이들 얘기 했잖아? 트랜스에서 나온돈 단기 투자 하자고…”
“그때야 이정도 규모인줄 알았나. 또 그 회사가 그런 회사라고는 않헸잖아? 넌 잘나가다가 결정적일 때 마다 그러냐?”
“그래, 난 언제나 너희들을 망치게 하는 천덕꾸러기 일뿐이야,그럼 왜 나한테 그런 일을 맡겼어?”
“왜 그리 발끈 하고 그래, 아직 무슨일이 난것도 아닌데…”
빌리가 나섰지만 좀처럼 크리스의 흥분은 가라 앉지 않았다.
“알았어, 어떻게든 내가 책임 질테니까…”
“무슨 수로 책임진단 말이야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내가 죽어 버리면 되잖아.”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게 책임지는 거야? 말이되는 소리를 해야지.”
“윤호야 너 왜 그래, 크리스가 피곤해서 그러는것 같은데, 이지경은 무슨 이지경이야 아직 두고 봐야지.”
빌리가 윤호를 말려야 했다.
“자식이 잘못 했으면 잠자코 있기나 하지,계속 저렇게 징징대고 있잖아.”
윤호도 성이 잔뜩 나 있었다. 회사 전체 규모로 봤을때는 별로 큰 액수도 아닌 유태인 회사에 준 어음 때문에 부도가 난 다는 것은 너무도 체면서지 않는 억울한 일이었다.
“뭐 징징댄다고? 그래 너희들은 밖으로 나다니면서 해변에서 수영하고 휴양지에서 호강 할때 코피 쏟아 가며 뛰어 다닌 나보고 징징댄다고.”
크리스는 탁자를 두드리며 눈물이라도 쏟을 형세 였다.
“우린 뭐 네말대로 호강하고 다닌 줄 알아? 호강이야 네가 하고 있지.”
“뭐라고?”
“회사는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넌 집도 늘리고 차도 바꾸고 그랬잖아?”
“야 윤호 너 도대체 왜그래? 너답지 않게”
빌리도 도저히 참을 수없는 지경이 돼 고함을 질렀다. 유진과 크리스의 사이에 그런 문제로 앙금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유진은 아직 코압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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