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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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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이상성 컬럼>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자충수”

이상성 (철힉박사.평론가,전 뉴욕 브루클린한인교회 부목사)

선박에는 격벽이란 것이 있다.
격벽은 어떤 이유로 배에 물이 들어오면 배 전체가 침수되어 침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공간 간격으로 물이 새지 않게 벽을 설치한 것을 의미한다. 이 벽이 격벽이다. 다른 공간과의 통행은 문을 만들어 가능케 하고 유사시 이 문을 닫아서 잠그면 완전히 방수가 되어 격리된다.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이유가 이 격벽 설계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격벽을 천정까지 올리지 않고 대충 높은 곳까지만 설치했다가 물이 점점 차올라 이 격벽을 넘어서 넘치자 차례차례 격벽들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침몰했다.
94년 발틱해에서 침몰한 페리 에스토니아 호도 파손된 전방 출입구 잠금잠치 때문에 거친 파도로 인해 물이 들이쳐 침수되어 침몰했다. 이 배는 아예 격벽이 없었다. 연안에서 운행할 예정으로 건조되어 안전 구조가 매우 미흡했는데 몇 차례 선사가 바뀌면서 발틱 해 대양을 운행하면서 사고가 났다. 격벽이 없던 덕분에 순식간에 침수되어 사고 8분 만에 완전히 배가 90도로 기울어지면서 순식간에 침몰하여 희생자가 많이 나왔다.

오늘 한은이 기준금리 3.5%에서 동결 결정을 하였다.
이 결정은 어뢰를 맞고 급격하게 침수되는 잠수함에서 침수된 격실에 갇힌 친한 동료를 구하려고 안전한 격실의 문을 열은 것과 같다. 곧 죽을 친구를 몇 분 혹은 몇 초 더 살게 할 지는 몰라도 대신 모든 선원이 함께 침몰하여 죽게 만든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기준금리를 최소한 미국 수준으로 올려서 거시적 국가 경제를 건전하고 안전하게 몰고 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코너에 몰린 부동산과 건설 회사를 살리겠다고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결정을 한 것이다.

생활 물가가 살인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이자율을 동결하면 오르는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 서민들이 일단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
서민들이 같은 지출을 해도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유통되는 재화의 양은 줄어든다. 재화의 양이 줄어들면 재고가 싸이고 기업들의 생산이 줄어든다. 생산이 줄어들면 임금 지출이 줄어들고 기업들의 수익이 떨어진다.
이런 과정이 악순환되면서 경제는 심각한 불경기의 늪에 빠져들어 간다.

동시에, 기준금리의 동결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낮은 금리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 국채 수익이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낮다. 누가 우리나라 국채를 사겠는가?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정부는 이를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으로 상황을 개선시키겠다고 외환 거래를 완전 자율화했다.
이렇게 하면 외환이 자유로워져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달러를 들여와 예치하게 될 것이다. 특히 돈을 숨기고 싶은 외국 자산가들이 우리나라 은행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틈을 타고 소러스 같은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치고 들어올 가능성도 매우 높다. 영국도 조지 소러스의 단독 공격에 무너져서 IMF 사태까지 불러들였었다. 그 후 영국은 외환에 대해 철저한 감시를 한다.
영국도 그러한데 하물며 우리나라가 이런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으면 엄청난 타격을 받으며 노동자들이 부가가치를 만들어 쌓아 올린 부가 한순간에 금융가들에게 털려서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즉, 우리나라가 부동산과 건설 부문을 살리려고 나라가 통째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격벽 하나쯤 열어줬어도 다른 격실들이 대비를 잘 해서 모두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잠수함이나 선박에서 이런 모험은 하지 않는다.
한낱 선박에서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정책에 있어서 한 부문을 살리려고, 그것도 스스로 그 함정에 파고 들어간 기업들과 개인들을 구제하겠다고 세계 어느 나라도 쓰지 않는 구제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은 나라들이 있다. 일본과 EU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 이자를 올리면 당장 죽을 판이고(격실 문을 열 권한이 안전한 쪽에 있는 게 아니라 침수되는 쪽에 있다고 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경우 문을 열어 일단 목숨을 부지하고 볼 일이기 때문이다.) EU는 미국에 비교해 우리보다 금리가 더 낮지만 지속적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로는 기축통화다. 그것도 달러와 맞장 뜰 만큼 기축통화라 버틸 체급이 된다.
올 봄과 여름에 우리 경제와 관련해서 어떤 소식이 들려올지 두렵다.

*컬럼의 논조는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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