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는 야산서 발견한 1원짜리 참기름병
한국 문화재청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 책자펴내
뉴욕 크리스티에 한국 도자기 가운데 최고로 치는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가 온다고 해서 도자기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되는 달항아리는 백만달러에서 2백 50만 달러를 홋가 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도자기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 되는 도자기는 어떤 것일까?
1920년대 경기도 팔당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봄나물과 참기름을 팔아 생계를 잇던 노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야산에서 나물을 캐다가 흰색 병을 발견했다.
목이 길어 참기름을 담기에 안성맞춤인 병이었다.(위사잔) 할머니는 필요할 때마다 그곳에서 병들을 주워 참기름병으로 사용했다. 할머니가 병을 발견한 곳이 바로 조선시대에 왕실용 자기를 생산했던 사옹원 분원 가마터였다.
할머니는 야산에서 주워 온 흰색 병에 직접 짠 참기름을 담아 중간상인에게 1원씩 받고 넘겼다. 중간상인은 광주리 장수인 개성댁에게 참기름을 팔았고, 개성댁은 참기름을 경성의 황금정에 사는 일본인 단골 부부에게 가져갔다.
이 참기름병에 마음이 간 일본인 부인은 개성댁에게 병값으로 1원 더 쳐줘 5원에 참기름을 구입했다. 이때가 1920년 초였다
그 일본인 부인의 남편인 골동품상 무라노는 참기름병이 조선백자임을 알아보고 이것을 다른 골동품상에게 60원에 팔았다.
얼마 후 백자는 스미이 다쓰오(1881~1962)라는 조선백자 수집가에게 600원에 팔렸다. 스미이는 1932년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자기 수장품 180점을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 출품했다. 경매에서 그 조선백자는 모리 고이치라는 수집가에게 3000원에 낙찰됐다.
3000원에 낙찰된 ‘1원짜리 참기름병’은 이후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1997년 1월 붉은 안료 진사, 검은 안료인 철사, 푸른 안료 청화를 함께 장식한 매우 이례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고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이란 이름으로 국보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책에는 에는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미술·기록 유산이 한 눈에 담겼다.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국보와 보물을 정기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별한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보물 서경우·서문중 초상’ 등 주요 문화유산 13개를 조사한 소회와 그 뒷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참기름병 국보’ 이야기를 비롯해 6·25 전쟁 때 피난길에서 어두운 밤을 이용해 커다란 영정함 두 개를 실은 수레를 끌며 지켜낸 후손, 불교미술 전공자가 사찰 문화유산의 정기조사를 맡으면서 느끼는 덕업일치, 딸·아들, 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고 나눈 재산 상속과 분배 문서 ‘분재기’를 통해본 사회상 등 연구자들의 현장 이야기가 담겼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법으로 정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와 보관 환경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전국에 산재한 국보와 보물의 상태를 조사하려고 소장자를 찾아가 문화유산의 보관 상황 등을 점검·기록하고 조습제나 방충제 등 보존 용품을 전달한다.
책자는 문화유산 정기조사 및 보존·관리에 기여한 개인 소장가, 문중, 사찰,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에 배포된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