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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이상성 컬럼> 중국산 풍선 격추와 미국의 저력

이 상성 (철학박사,  신학 과학 평론가 )

 

 “바이든이 풍선 격추 후 우리 조종사들이 사격 솜씨가 대단하다고 한 마디 했다. 그렇게 말할 만하다.”

요즘 국제 뉴스에는 중국의 풍선이 화제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풍선을 격추한 것을 두고 모기를 잡는 데 대포를 사용했다고 비꼬는가 하면, 정부는 남의 나라 사유재산을 마음대로 파괴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금메달 급이다.
중국이 패권국가가 결코 될 수 없다는 근거가 여기서도 등장하는데, 패권국가가 되려면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래야 다른 나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다.
자기네 나라에 들어온 풍선을 거침없이 격추해 놓고 자기네 풍선이 남의 나라 들어간 건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어떤 나라가 그런 나라를 믿고 따르겠는가? 하찮은 풍선 하나 놓고도 원칙이 흔들리면 다른 중요한 것들, 가치가 높은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이 깔끔하게 미국에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실수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면 오히려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풍선을 격추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풍선은 18km라는 거의 성층권 높이에서 떠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그냥 헬기가 가서 기총소사하면 될 걸 F-22까지 동원한 건 지나친 것 아니냐고 하는데, 헬기는 최고 성능의 군사용 헬기라도 최대 비행 고도가 5km를 넘지 못한다. 헬기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전투기인 F-15도 안정적인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를 10km 넘기지 말아야 한다. F-15면 저 풍선 고도까지 올라갈 수는 있을 테지만 비행이 굉장히 불안정해져서 사격도 어렵고 자칫하면 사고 나기 안성맞춤이다.

지대공 미사일로 쏘아서 떨어뜨리기도 어려운 것이 풍선은 레이다에 잘 안 잡히고 잡혀도 속도가 느려서 미사일이 목표물로 인식을 못한다. 지대공 미사일은 대부분 레이다 추적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지대공 미사일은 100%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목표로 설계되었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거나 속도가 느린 것은 목표물에서 걸러버린다. 안 그러면 새를 향해서도 날아갈 테니까…
또 목표물로 인식이 되어도 풍선은 약한 물질이라 미사일이 그냥 관통해버리고 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며칠을 더 하늘에 떠 있으면서 어디로 날아가 떨어질지 모른다. 관통한 미사일은 엉뚱한 데 가서 폭발할 테고…
지대공 미사일 중에서 레이더 추적이 아닌 열 추적 미사일이 있기는 한데, 그런 건 다 휴대용이고, 저 풍선은 열을 내는 장치가 없어 추적당하지도 않고, 고도가 너무 높아 그런 미사일의 사거리를 몇 배나 초과해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F-22가 유일한 선택이 되었다. 현존하는 전투기 중에서 고도 18km에서도 안정적으로 비행하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전투기가 F-22 랩터이기 때문이다.
랩터가 발사한 미사일이 AIM 9X 사이드와인더였는데, 원래 사이드와인드도 열 추적미사일이어서 이번 경우에 사용할 수 없는데 9X버전에 와서 한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광학적으로 형상을 록온 하면 열만 추적하는 게 아니라 모양까지 추적하게 진화된 것이다.
열만 추적하니까 목표물 비행기가 플레어 같은 열을 내는 기만체를 내 뿜어 도망가기 때문에 열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모양도 추적해서 비행기 모양의 열을 내는 것을 쫓아가게 만든 것이다.
이번에 중국 풍선을 격추한 미사일은 바로 이 형상까지 추적하는 미사일이고 이 미사일에 형상추적 장치를 조금 손 봐서 발사했다고 한다.

F-22가 그 고도에 올라가서 비싼 미사일을 쏠게 아니라 기관포를 쏘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말도 있는데(F-22에는 20미리 기관포가 있다. 기관포는 기관총처럼 1분에 수 천 발을 쏘면서 이 총알이 그냥 총알이 아니라 폭발하는 포탄이다.) 당연히 기관포를 쏘고 이 포탄이 폭발하면 풍선이 격추되겠지만, 풍선은 천이라 기관포탄이 명중해도 신관을 작동시킬 정도의 충돌력이 안 나와 그냥 관통하게 되고, 관통한 기관 포탄이 어디 떨어져 폭발할지 모른다.
그리고 관통당한 풍선은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작전하는 전투기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캐나다가 풍선을 기관총으로 쏴서 떨어뜨리려다가 일주일이나 제멋대로 날아다닌 것 때문에 낭패를 본 경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이든이 풍선 격추 후 우리 조종사들이 사격 솜씨가 대단하다고 한 마디 했다. 그렇게 말할 만하다.

(02/08 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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