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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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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3회

안동일 작

인생 최대의 위기

 

피닉스의 사건이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난번 차이나 타운 검거 선풍때 잡혀간 친구들이 엉뚱한 모함을 했구나 싶었다.
무언지 검사는 초조해 하고 있었다. 공소유지에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영장은 수리 됐을까 싶다.
“법정에서 봅시다.”
빌리가 두번째로 입을 열었다.
“내말 명심하시오, 미 합중국과 연방 검찰이 그렇게 당신들 생각처럼 만만한 곳이 아니요.”

빌리는 다음날 오후나 되서야 구치감에서 풀려 날 수 있었다. 알프레드가 불러낸 직후 샥스틴 영감이 젊은 변호사 여럿을 데리고 연방검찰 사무실에 몰려와 빌리를 안심 시키고 갔지만 보석 허가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았다. 보석을 결정하는 당직 판사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딸의 결혼 5주년 축하연에 갔었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핑계 였다. 어딘가 보이지 않는 손이 빌리를 옥죄고 있었다.
한나절이나 걸려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그를 찾아 냈고 2백만달러 라는 어마어마한 보석금을 내고 석방 될 수 있었다. 윤호에게는 50만 달러가 보석금으로 책정 됐다.
한심한 노릇 이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게 뛰어야 할 시점에 주거와 여행의 자유를 제한 받는 보석의 신세라니, 그러나 빌리는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결백이 입증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시간이 문제 였다.
그날 저녁으로 빌리의 집에서 대책 회의가 열렸다. 샥스틴 영감이 불러모은 변호사들은 빌리가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야무졌다. 폴을 제외 하고는 모두들 시립대학 같은 이름없는 로우스쿨을 나온 친구들이었는데도 빌리의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수준의 친구들이었다.
“문제는 프랭키의 진술이야, 녀석이 엉뚱하게 회사에서 집시 트러커들 포섭비로 내준 돈을 사고와 연결해서 한바탕 붙으라고 내준 돈으로 진술 하고 있기 때문인데…”
프랭키는 아리조나 피닉스를 중심으로 하는 남서부 쪽의 책임자였다. 그를 그쪽 지역 책임자로 정할 때 모두들 내심으로는 마땅치 않았었다. 그러나 그쪽에서 그가 동원 할 수 있는 트럭 들이 많았고 또 영향력도 컸기에 급한 김에 그를 인준 했던 것이 큰 실수였다. 프랭키는 모터사이클 폭주족의 두목이기도 했다. 트럭 운전이 없는 날이면 수하들과 혼다를 끌고 나가 서부 해안 일대를 휘젓는 무법자였다. 그런 그가 찰리네 노조 쪽에서 호락호락 하지 않자 한술 더 떠 먼저 쳐들어 가 총기를 난사 했고 화염병을 집어 던졌다. 이 사건으로 찰리네 노조원 4명이 죽고 18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 했던 것이다. 술에 쩔어 있던 프랭키는 경찰에 연행 되어 자신의 배후에는 탈라리아 트랜스가 있고 또 그곳에서 자신에게 자금을 대 줬다고 진술한 모양이었다.
“프랭키한테 건네준 돈이 얼마나 되는데?”
“1만 5천불 밖에 되지 않는데…”
“2백 50대에 만 오천 불이라면 한사람에 백불도 되지 않잖아?”
“그래 말이야.”
“영수증은 받았지?”
“그걸 못받았어.”
“그건 그렇다고 넘어가고, 큰 문제가 아니니까…빌리가 프랭키를 만난 건 언제야?”
“벌써 두달 전이죠, 그땐 일이 성사되지도 않았을 때고, 그뒤엔 만나지 않았죠.”
“그게 중요한 포인트야.”
“유진은? 프랭키 한테 무슨 언질 준게 있어?”
“언질이라니? 될수 있으면 좋은게 좋은 거니까 잘 달래고 넘어가라고 신신 당부 했었는데…”
“그때 누구 옆에 있었나?”
“이번에 프랭키하고 함께 잡혀간 마이클 이란 친구가 있었지.”
“됐어 그럼.”
“그리고 다음에 범죄 단체 결성 문제인데, 24K란 단체가 정말 있기는 있는거야?”
“명칭이야 옛 명칭이지만 있다고 봐야지.”
“그쪽으로 다달이 돈 나간것은 사실이고?”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어찌보면 한인 청소년 애들 친목단체 비슷 한건데, 그 조직의 담당 카운셀러 격인 친구가 목사인데다가 요즘엔 눈살 찌푸릴 짓 하지 않는데…”
이렇듯 하나 하나 짚고 넘어가다 보니 검찰의 억지를 뒤집을 자신이 섰다고 변호사들은 의기 양양해 졌다.
재판 준비는 착착 진행돼 가고 있었다. 이쪽의 증인들도 확보되고 있었다. 오히려 증언을 해 주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어느 증언이 더 효과 적일까 선별을 해야 할 형편 이었다.
피고 쪽에서 빨리 재판을 진행 하자고 재촉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 지고 있었다.
빌리의 엄청난 소식에 왕노사가 득달 같이 달려 왔다.
“어떤가? 정상적인 재판으로 승산이 있는가?”
노인이 던진 첫마디였다. 승산이 없다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틀림없습니다. 승산 있습니다. 그랜파.”
빌리는 노인의 눈을 또바로 쳐다보며 결연히 대답 했다.
승산도 승산 이었지만 웬지 빌리는 정면으로 승부를 걸고 싶었다. 여기서 깨진다면 어차피 이런 세상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그래? 그럼 됐어.”
노인은 눈가에 잔주름을 지으며 웃었다. 그리고는 빌리의 손을 쥐어 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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