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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거대 기술기업) 5곳 시가총액 3조달러 사라졌다

성숙해진 시장,  치열해지는 경쟁,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 요인

세계 경기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미국 실리콘밸리에 올해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5곳의 시가총액이 약 3조달러 사라졌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등 미국 5대 빅테크는 지난해까지 지난 10년간 매출과 이익이 미국 국내총생산(GDP)보다 5배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국 500대 대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9.3% 하락한 데 비해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인 나스닥종합지수는 32.9% 급락했다. 5대 빅테크의 시가총액도 3조달러가 줄었다.
특히 메타는 주가가 64.9%나 폭락하면서 시가총액도 3천억달러(약 383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빅테크 전성기가 저물게 된 배경으로 성숙해진 시장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을 꼽았다.
알파벳과 메타의 핵심 먹거리인데다 아마존과 애플, MS에도 상당한 수익을 안겨준 디지털 광고는 과거 경기침체 당시 전체 광고시장 지출이 줄어들 때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광고주들이 TV나 신문처럼 전통미디어의 광고에 대한 지출은 줄이면서도 온라인 광고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 광고시장의 3분의 2를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등 이미 온라인 광고로의 전환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과거 전통 광고시장처럼 디지털 광고시장도 경기순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메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매출이 감소했다.
또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이었던 것처럼 IT업계에서는 시장 집중화가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나 최근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메타의 경우 중국의 짧은 동영상 공유 앱 틱톡과 같은 경쟁사들 때문에 페이스북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테크들은 또 경쟁사들의 사업 영역에도 가차 없이 뛰어들고 있다.
세계 클라우드 업계의 최강자였던 아마존은 구글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표하던 넷플릭스도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콘텐츠 기업뿐 아니라 자금력이 풍부한 애플, 아마존과도 경쟁하게 되면서 올해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해 지속해서 금리를 올리면서 IT기업 투자를 꺼리게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IT업계의 돈줄인 벤처캐피털 업계를 말라붙게 만들고 있다.
리서치회사 프레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가 작년 동기보다 42%나 줄었다.
반도체업계도 고통을 겪는 분야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지난 2년간 호황을 누렸으나 최근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줄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붕괴하면서 채굴시장도 시들해져 엔비디아나 AMD가 제조하는 첨단 프로세서의 수요마저 감소했다.
또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제조했던 애플은 생산시설을 인도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가총액의 25%가 감소했다. 미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손실을 발표하고 내년 중에 직원의 10%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IT업계의 이 같은 어려움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결국 IT기업들이 한때 투자자와 직원들의 천국처럼 보였지만 최소한 당분간은 그런 호황을 다시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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