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62회

안동일 작

녹색 바다가 부서지고 있었다.
어쩌면 바다의 색이 저처럼 아름다운 녹색을 띨 수 있는지 경탄이 절로 나왔다. 태양은 또 어쩌면 이렇게 부드러운지, 해변의 모래는 왜 저리 하얀지 빌리는 감탄 하고 있었다. 빌리는 푸에르토 프라타 도미닠 호텔 스위트룸 베란다 비치 췌어에 누워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브루스와 숙정등은 호텔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주관하는 망아지 타기 놀이 대회에 참가 하겠다면서 수선스럽게 방을 나갔었다.
이곳에 온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저녁에 도착 했기에 정작 휴가를 즐긴 것은 하루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심신의 피로와 상념들이 싹 가신 느낌이다.
이정도의 휴식으로도 이처럼 맑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쁘게 뛰었을까,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뛰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자신의 두뇌를 쉬게 한 적이 있는가, 그런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해야 했고 또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했던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할 일이 없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예수는 서른 다섯에 부활을 했고 석가모니는 그 나이에 득도를 했다는데 자신의 설흔다섯, 어떻게 살아온 인생일까? 또 무엇을 향해 달려 가야 하는가. 그러나 지금은 결정할 순간이 아닌것 같다. 지금은 또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 미 국무장관, 하원의원, 진작에도 그랬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 더 하찮게 여겨 진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이 좋은 해변에 와서 벌거 벗지 않을 수 없었다.
도미닠 호텔은 꽤 짭짤하게 운영 되고 있었다. 종업원들도 훈련이 잘 돼 있었고 시설도 좋았다.
‘두고온 집안일, 회사일, 몽땅 잊어 버리세요, 바다가, 태양이, 어머니 자연이 당신을 포근히 감싸 드릴 것입니다.’
호텔 로비 정면에 큼지막하게 써 있는 표어 였다.
모든것이 호텔 내에서 해결 됐다. 해변도 호텔 소유의 개인 땅 이었고 쇼핑센터며, 각종 식당과 디스코텍, 골프장, 테니스장, 또 사우나와 실내 수영장을 갖추고 있었기에 호텔 단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전혀 없었다. 또 나가면 워낙 낙후된 동네 여서 모든 것이 불편 했다.
호텔서는 레크레이션 부가 따로 있어 매일매일 투숙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 했다. 어제는 서핀 강습이 있더니 오늘은 망아지 놀이를 한단다.
어제 심하다 싶을 정도로 파도를 탔기에 오늘 동키놀이에는 빠지기로 하고 혼자 누워 있는 참이었다.
아무 생각을 말자고 했더니 더 생각이 났다. 윤호의 말대로 자신은 참 억세게 운이 좋은 편이었다. 뭐 그렇게 죽자 사자 노력 하지 않았는데도 성적은 항상 최고 였고, 하고 싶은 일은 다 이루어 지곤 했다. 우연처럼 도움의 손길이 찾아온 적도 많았고 또 결정적인 순간에 상황이 유리하게 돌변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런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처럼 느껴 지기는 했다. 자신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라는 운명의 지침 인것 같기도 했다.
왕노사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사나이의 꿈이라고 했는데, 자신도 그것에 동의 한다고 했고 또 동의하고 있는데 자신의 꿈이 뭐냐고 물어 오면 대답 할 것이 없었다. 돈?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얼만큼 벌어 들이고 있었다. 당분간은 적어도 윤호며 혜성 부부 크리스등 회사 식구들이 구차하게 살지 않아도 될만큼의 경제적 여견은 확보 돼 있었다. 또 큰일이 없는한 사업은 잘 굴러갈 전망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왕노사가 ‘빌리 자네의 꿈이 뭔지 묻지 않았는데 도대체 자네의 꿈은 어떤 것인가?’ 하고 물어 온다면 뭐라고 대답 할까?
갑자가 부끄러워 졌다. 그러나 부끄러워 하기에는 햇빛이 너무 부드러웠다. 그리고 바닷바람이 너무 시원했다.

자신의 가슴위로 차가운 물방울 몇방울이 떨어지면서 살구향의 비누냄새가 물씬 풍겼을때 빌리는 눈을 떠야 했다. 비몽사몽간에도 조금 전 숙정이 방에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지만 베란다에 그냥 누워 있었다. 욕실서 샤워 소리가 잠시 들렸고 베란다 쪽으로 숙정이 온다고 느끼고 있는데 물방울이 떨어 졌던 것이다.
눈을 뜬 빌리는 깜짝 놀라야 했다. 숙정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로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누워 있는 자신의 위로 살며시 올라오고 있는 것 아닌가.
빌리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숙정의 입술이 빌리의 입술을 막았고 그렇지 않아도 서서히 강해지는 햇빛에 따가움울 느껴지기 시작 했던 전신으로 시원함이 퍼졌다.
빌리네 스위트는 맨 꼭대기층 해변으로 돌출된 곳에 위치 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볼 염려는 없었다. 그러나 환한 대낮에 숙정이 이처럼 대담하게 나오는 것은 전에 없는 일이었다.
빌리의 가슴에 뭉클한 숙정의 가슴과 딱딱한 돌기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빌리는 뭐라고 할 틈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입을 막은 숙정의 입이 열리면서 그녀의 혀가 빌리의 이 사이를 비집고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상큼한 오렌지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빌리의 손이 숙정의 젖은 등을 쓸었다. 기름이라도 칠한 듯 숙정의 살결은 매끄러웠다. 숙정의 무릎이 빌리의 무릎 사이를 비집고 들어 왔고 빌리는 다리를 벌렸다. 빌리의 옆구리를 쓰다듬던 숙정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 왔다. 빌리의 반반지 일레스틱 밴드 사이로 갸녀린 손이 쑥 하고 들어왔고 이내 대들보를 덮쳤다. 순간 빌리가 고개를 흔들며 숙정을 가만히 밀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가만히 있어 봐, 여기나 안이나 뭐가 달라?”
숙정이 빌리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한손은 아직 빌의 팬츠 안에 있었고 한손으로는 가슴을 쓸 면서 였다.
“그래? 웬일이야?”
비치췌어의 출렁거림과 팬츠 안의 손의 감촉을 전신으로 느끼면서 빌리가 조용히 물었다. 흥분하면 이성을 잃는 다는 말은 이경우에 해당 되지 않았다. 돌연한 숙정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지만 머리속 한구석에는 왜 숙정이 갑자기 이러는지 또 가영이나 청연이 들어 오면 어쩌려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웬일은. 당신이 누워 있는 모습이 너무 섹시 해서 그렇지.”
“섹시해? 나 원참.”
“응.”
숙정의 입술이 빌리의 가슴위를 쓸듯이 움직였다. 그녀의 입술이 빌리의 젖꼭지에서 멈췄다.
빌리는 작은 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이럴때면 빌리는 중학교 1학년때의 체육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선생은 무슨 까닭에서였는지 쓸데없는 것이나 필요 없는것을 지칭 할때면 꼭 남자 젖꼭지 같다고 했었다. 그땐 그말이 그럴듯 해서 까르르 웃곤 했지만 그러나 선생의 말은 틀린 말이었다. 남자의 젖꼭지가 쓸데 없는 물건이라니.
빌리의 손이 숙정의 허리를 지나 둔부로 움직였다. 팽팽한 송구공 같은 모양에 말랑한 밀가루 반죽의 감촉을 지닌 숙정의 엉덩이가 빌리의 손바닥 밑에 있었다.숙정이 숨을 몰아 쉬었고 두사람은 위치를 바꿨다.
“이젠 누가 와도 난 모르겠다, 이 여우야.”
숙정이 빌리의 목을 꽉 안으며 눈을 감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파도가 밀려왔다.
철썩하고 부서졌다가는 다시 쏴하고 밀려 왔다.
빌의 등에 송긋송긋 땀방울이 맺혔고 숙정의 옆구리로 땀방울이 흘렀다. (계속)

Related posts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12)

안동일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56회

안동일 기자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17)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