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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3회

안동일 작

 

“도와주세요, 경찰을 불러요.”
아직 비키는 빌리네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한것 같았다.
숨을 헐떡 거리면서 두사람 사이를 비집듯 띄어 들었다.
“비키 이게 웬일이야?”
유진이 막 비키의 어깨를 움켜 쥐려는 사내와 그녀의 사이로 끼어 들며 말했고 비키가 그제서야 빌리를 알아보곤 순간적 이었지만 놀라는 표정과 안도의 표정이 교차 하는 것이었다. 녀석들도 이쪽에서 비키의 이름을 부르자 멈칫 하는 듯 했다.
“무슨일들이야 여자를 놓고?”
윤호가 덩치큰 사내녀석을 노려 보며 말했다.
비키도 빌리의 등뒤에 숨어서 녀석들을 노려 보고 있었다. 아직 떨고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대담한 여자 였다.
“너희들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다치기 전에 꺼져.”
오버 코트를 입은 녀석이 막말로 나왔다.
“그래?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닌가? 우린 이여자를 잘 아는데.”
“이름이 알려진 편이니까 그렇겠지.”
“그정도 뿐인가 비키?”
유진이 고개를 돌려 비키에게 물었다.
“이사람들이 나를 납치하려 했어요.미스터 챙 도와주세요.”
비키가 빌리의 등에 오그라뜨린 손을 살짝 올려 놓으며 말했다.그녀는 빌리를 미스터 챙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사실 스튜디오와 사무실에서 몇번 눈인사나 했던 그정도의 사이일 뿐이었다.
“납치?”
사내가 비키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봐 친구, 들었지? 납치하려 했다고 하는데?”
유진이 말했다.
“납치라니? 일이 있어 온건데, 어쨌든 당신들은 상관 마시요.”
녀석이 손을 뻗어 비키의 머리채를 움켜쥐려 했다.
비키가 몸을 피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빌리가 그손을 탁 치워냈다.
“어쭈?”
사내가 빌리를 노려 봤다.
“사연이야 어떻든 간에 지금 이여자는 당신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고 또 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네들 뜻대로 해줄 수 없네.”
빌리가 말했다.
“이자식이 꺼지라면 꺼지지.”
녀석이 다짜고짜 주먹을 날려 왔다.
녀석의 주먹이 꽤 빠른 편이었지만 그런 주먹에 얼굴을 맡길 빌리가 아니었다.
상단막기로 녀석의 주먹을 막아내면서 그대로 팔을 비틀어 쥐었고 밧다리 후리기로 녀석을 땅바닥에 뉘었다. 비틀어진 팔 때문에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주먹은 그렇게 함부로 쓰는게 아니야, 친구.”
빌리가 녀석의 팔을 한번더 비틀었다 놔줬다. 녀석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일어섰다.
한녀석이 뛰어들려 하다가 유진의 주먹에 턱을 한방 얻어 맞고 저만큼으로 나가 떨어져야 했다.
다른 두 녀석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레이스 양, 어떻게 이 친구들을 경찰에 넘겨야 되겠죠?”
빌리가 뒤에서 아직 떨고 있는 비키를 보면서 물었다.
그녀는 계속 녀석들을 노려 보기만 할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스터 챙이라고 하셨소?”
녀석들 가운데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사내가 빌리에게 말을 걸어 왔다. 말투가 상당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렇소.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우린 라루시씨의 보좌관으로 있는 사람들이요. 저 비키 트레이스는 우리가 관리하는 여자요. 알아듣겠소?”
“라루시씨라?”
마피아 라루시 페밀리의 보스였다. 그 한마디로 사건을 대강은 짐작할만 했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
“글쎄, 그런데 당신들이 비키 트레이스양을 관리한단 말은 뭐요?”
“뭐 그런게 있소, 이제 알았을테니 순순히 여자를 넘기고 물러가시요.”
“그건 전적으로 트레이스 양에게 달려 있는 일이지.”
빌리가 비키를 쳐다 봤다.
“이친구들을 따라 가겠소? 아니면 우리가 트레이스양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까요?”
“저사람들을 따라갈수는 없어요, 미스터 챙 도와 주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갑자기 왕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들었지? 친구들 트레이스양이 당신들을 따라 가기 싫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는걸. 알았으면 이제 비키시지.”
“비키 너 죽을려고 환장 했냐?”
한녀석이 비키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일단 저 안으로 들어갑시다. 우리를 기다리는 손님도 있고하니”
빌리가 울고 있는 비키의 팔을 잡았고 유진이 다른쪽을 부축했다.
녀석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제치며 입구쪽으로 걸어 가는 세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신발이…”
비키가 망설이듯 말했다.
그들이 타고 온 차는 아직 그자리에 서 있었다.
빌리등이 그쪽으로 다가가자 모든 광경을 다 봤는지 리무진 운전사 노인이 핸드백과 하이힐을 내줬다.
그때 녀석들 가운데 한 사람이 다가왔다.
“미스터 챙, 당신 우리일에 이렇게 끼어들면 정말 큰 코 다칩니다. 또 우리들 입장도 있고…”
사내의 말투는 거의 애원조였다.
“당신들 입장이란게 도대체 뭐요? 라루시씨가 누군지는 자세히 몰라도 여자를 납치하라고 시켰는데 그걸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는 그 얘기요?”
“다 알만한 분 같으신데 한번 이해해 주십시요. 선생님. ”
이제는 경칭까지 붙히고 있었다.
“분명히 말했지 않소, 오늘은 트레이스양이 그쪽으로 안가겠다고 했으니 보낼 수 없다고…”
빌리와 유진은 신을 다 신고 옷매무시도 고친 비키를 가운데로 하고 계단을 올랐다.
“저 미스터 챙, 푹칭에 계신것 같은데 정말 이래도 됩니까?”
등뒤에서 사내의 애원조 목소리가 한번더 울렸다.
“난 풐칭에 있지도 않고 씨엔씨 엔터프라이즈라고 옷 만드는 회사를 하는 사람이요,트레이스양은 우리회사 전속 모델이요.”
빌리가 녀석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신분을 일렀다.
“야 그걸 일러주면 어떻게해?”
윤호가 걱정 스럽다는듯 말했다.
“어차피 조용히 넘어가기는 틀렸는데 뭐.”
“미스터 쳉, 정말 미안해요, 나 때문에…”
비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요? 정말 경찰 안 불러도 되겠소?”
“저도 뭐가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어디로 가야 합니까?”
로비에 올라 왔을때 윤호가 물었다.
“아무데라도 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너무 떨려서…”
“어떻게 하지?”
윤호가 빌리에게 물어왔다.
“좀 늦었지? 스텔라 기다리겠다, 일단 전화 해주고 너만 올라갔다와, 난 라운지에서 기다릴께.”
“혼자? 그러지 말고 같이 올라가자 방이 제일 낳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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