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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48회

안동일 작

/ “자네가 홍콩에 한번 오면 어때?”
“제가요?”
“홍콩 왔다 간지 오래 됐잖아, 내가 각별히 같이 갈곳도 있고…”
“한번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젠마노가 이자리에 와 있다면서?”
잠시 쉬었다가 노사가 입을 열었다./

 

하객 중에는 빌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와 있었다. 처음에는 의절이라도 할듯 그토록 펄펄 뛰던 아버지도 이제는 달라져 있었다. 아버지가 빌리가 법률회사를 때려치고 난데 없이 봉제업을 한다는 것을 안것은 헤리의 골프대회가 끝난 직후였다. 무슨일 때문에 회사로 연락을 했다가 빌리가 그만 뒀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날 저녁 빌리의 아파트로 직접 찾아 오셔서 어찌된 셈이냐고 들이댔을때 빌리는 걱정 마시라고만 했다. 얼굴이 붉어져 돌아가신 뒤 반년쯤 서로 연락이 없었다. 어머니의 생일날 빌리가 꽃을 들고 오랜만에 리틀넥 집으로 갔고 그날은 딱 한마디 ‘밥은 굶지 않니?’ 했지만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고 ‘탈’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면서 부터 거의 정상화 단계에 들었고 이날 현성의 결혼식에 까지 참석 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오히려 요즈음 왜 빌리네 회사의 대외적 대표로 윤호가 나서냐고 그걸 불만으로 삼으실 정도 였다.

신랑이야 원래 덩치 좋고 인물 훤한 청년 이었지만 신부도 눈이 부실 만큼 환했다. 상미는 그리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용모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신부화장을 하고 자신이 직접 디자인 했다는 아이보리 웨딩드레스에 휩싸인 그녀의 모습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었다. 그녀의 살짝 불렀음 직한 아랫배도 완벽하게 커버 되어 있었다. 결혼식을 조금은 급하게 서둔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녀석들은 속도위반 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실수 라고 해야 할지 그런 일을 저질렀다. 둘이 잠자리를 같이 한것이야 벌써 10년 가까이 될테니까 속도위반 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 지도 몰랐다.
헤리는 사업을 더 궤도에 올려야 하도 또 유진과 빌리와 함께 보조를 맞추고 싶다고 했지만 상미의 상태를 눈치챈 유진이 다구쳤고 결혼식을 서둘렀던 것이다.
아무튼 헤리의 결혼으로 나머지 두 노 총각들도 얼만큼은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상미가 진작부터 씨멘 엔터프라이즈의 안주인 역할을 해내고 있었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평생동지가 된 것이었다.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법상스님의 주례사와 신랑신부의 행진으로 결혼식은 끝났고 3층 메인 홀에서 피로연이 시작 됐다.
피로연은 사물놀이 패와 탈춤패의 공연으로 시작 됐다.
‘탈’브랜드와 마침 맞아 떨어 지는 기획이었다.
이날 결혼식의 모든 프로그램은 하킴이 맡아서 기획 했다.
신랑신부가 좌석에 앉자 워싱턴 광장 만큼이나 넓은 메인홀의 테이블을 가득 메운 하객들이 스푼이나 포크로 빈잔을 두들기기 시작 햇다. 신랑과 신부를 향해 보내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익숙한 솜씨로 서로를 포옹하고는 진한 키스를 나눴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신랑신부가 아니라 구랑구부야..”
김화백이 소리를 질러 좌중이 모두 웃었다. 꼰 말총머리에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사회를 보는 하킴이 알아들었는지 뭐라고 영어로 번역을해 좌중이 더 웃었다. 하킴은 탈춤이 공연 될때도 뭐라고 영어로 떠들어 정작 한국사람들이 탈패들의 재담에 배꼽을 잡을때보다 미국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더 크게 튀어 나오게 했었다.
신랑과 신부가 중앙 플로어로 나가 춤을 추기 시작 하는 것으로 댄스 파티가 시작 됐다.
젠마노와 함께온 건장한 이틸리안 청년들 이가영이 데리고 온 차이나 타운의 미남들, 그리고 늘씬한 패션 모델과 배우들이 어우러지는 댄스파티는 어떤 영화에서 보는 것 보다 더 멋있고 화려 했다.
상미가 시아버지인 혜성의 아버지와 손을 잡고 가벼운 스텝을 밟았고 헤리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세라의 어머니를 안고 돌아 가는 모습을 빌리가 흐뭇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때 왕대인이 손짓으로 빌리를 불렀다.
“애썼네, 이렇게 멋진 결혼식 생전 처음이야.”
“제가 애쓴게 뭐 있습니까? 다 헤리 녀석 제 복이죠.”
“다음엔 유진 차레지?”
왕노사가 무슨 생각이 있는지 유진 얘기를 해왔다. 노인과는 떨어져 있어도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네, 될 수 있으면 빨리 하도록 하죠.”
조금도 떨어질 줄 모르고 계속 돌아가고 있을 유진과 스텔라를 눈길로 찾으며 빌리가 대답 했다.
“자네 문제는 신경 안쓰는것 같아 섭섭한가? 빌리,”
“무슨 말씀을 다 아시면서…”
“카니는 다음달에 시집을 보내기로 했네.”
“네?”
“아주 건실한 사람이야 카니 신랑감. 우리 호텔 지배인으로 10년 넘게 일했지.”
“카니가 결혼 생활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그 개성에…”
“그러니까 그런것 다 이해 할만한 적당한 사람 찾은 거지.”
놀랍지는 않았다. 그러나 묘한 기분이었다. 질투랄까 아쉬움 과는 또다른 기분이었다.
왕노사가 굳이 왜 이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알것 같았다.
“아무튼 이번에 가시면 각별히 안부나 전해 주십시요.”
“결혼식 맞춰서 자네가 홍콩에 한번 오면 어때?”
“제가요?”
“홍콩 왔다 간지 오래 됐잖아, 내가 각별히 같이 갈곳도 있고…”
“한번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젠마노가 이자리에 와 있다면서?”
잠시 쉬었다가 노사가 입을 열었다.
“네 그렇습니다, 인사 하시렵니까?”
“응 좋은 기회인데 그러면 좋겠는데…”
“앉아 계십시요, 제가 데리고 오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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