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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0회

 

안동일 작

/특정사의 카메라 맨들은,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다.
선수들의 샷을 방해 하지 않는 다는 신사협정은 자신들의 편리와 필요에 따라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건 너무한 것이었다.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선수 곁에서 차르르 하면서 베타 테이프가 돌아 간다고 생각해 보라.
아니나 다를까 셋업에 들어 갔던 헤리가 다시 몸을 빼면서 카메라 맨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니콜슨을 헤리와 한조로 해줬으면 경기하기 더 편했을 텐데 대회 본부는 웬일인지 니콜슨을 헤리 바로 앞조로 편성해 놓고 있었다.
첫티에 올라선 헤리의 얼굴이 심하게 굳어 있었다. 자신의 몸이 뜻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헤리 응원단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 티샷 부터 훅이 나왔다. 겔러리들이 환성을 질러 댔다.그런 갤러리들을 노려보는 헤리의 표정이 더 굳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휘었어도 늪지대로 들어 갈 뻔 했던 공은 러프 끝에서 멈췄다. 워낙 홀마다 진을 치고 있는 갤러리들 때문에 빌리등은 헤리 곁으로 다가설 수 없었다.
그래도 빌리들은 멀찌감치 일 망정 될 수 있으면 헤리와 가까운 자리를 차지 하려 애를 썼다.
“헤리 신경 쓰지마 귀 막어 귀막어.”
윤호가 소리 쳤다. 어제 같으면 씽긋 웃음이라도 보내 줬을 텐데 헤리는 그냥 굳은 표정으로 걷기만 했다.
어렵사리 러프에서 탈 출 했지만 그린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러프를 탈출하는 샷의 임팩트가 제대로 된 것이었기에 빌리등은 다소 마음을 진정 할 수 있었다. 세번째 칩샷은 무척 좋았다. 핀 에서 5피트 정도 떨어진 곳에 붙혔던 것이다.
문제는 퍼팅이었다. 어제 그제의 컨디션이라면 이정도 거리 퍼팅은 90퍼센트의 확률이 있었지만 오늘 그의 목덜미가 문제였다.
그린에 올라선 헤리의 얼굴은 백지장 같았다. 고개를 자꾸 만지고 있었다. 끝내 헤리는 그 짧은 퍼팅을 놓치고 말았다. 공이 홀 주변을 스치듯 하면서 지나가자 갤러리들의 엄청난 환성이 올랐다. 니콜슨과 3타차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헤리는 전혀 제경기를 못하고 있었다. 세컨 홀에서도 그의 티샷은 평소의 비거리를 내지 못했고 세컨 샷은 그린에 오르긴 했어도 핀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간신히 파로 끝내고 3번홀로 갔을때 니콜슨과의 타 차는 두타로 좁혀져 있었다. 니콜슨이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았기 때문이다.
3번홀 파 3에서 헤리의 티샷은 지금까지의 샷 중에서 가장 좋았다. 핀에서 5피트 떨어진 곳에 공을 안착 시켰다.
이 퍼팅만 성공시키면 경기는 이제 헤리의 페이스로 풀려 갈 수 있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간절히 바랬건만 헤리카 툭 쳐낸 공은 홀컵을 스치며 지나쳐 버렸다. 도무지 퍼팅 라인에 정신을 집중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니콜슨은 티샷도 자꾸 빗나가고 있었으나 그는 계속 세컨셧 리카버리를 기막히게 해내면서 갤러리들을 열광케 했다.
어렵게 어렵게 헤리가 경기를 끌어 가면서 두타 차이의 선두는 전반 나인을 끝냈을 때까지 유지 되고 있었다.
헤리는 파를 잡기에도 급급한 경기 운영을 하고 있었다. 더블이글을 기록했던 4번 홀에서 조차도 간신히 파를 했을 정도 였다. 퍼팅이 문제 였다. 특히 짧은 퍼팅이 문제였다.
후반 나인에 들어 서면서도 헤리는 계속 물을 마셨다. 그만큼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초조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대형사고는 11번 홀에서 찾아 왔다. 모두 중계하는 카메라맨 녀석들 때문이었다. 티샷이 이번에도 빗나가 고약한 러프에 떨어 졌다. 그쪽은 늪지대와 면한 곳이어서 갤러리들도 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멀찌기 서 빌리등이 보려니 카메라맨 녀석이 평소 보다 훨씬 가까이 헤리에게 접근해서 카메라를 돌리고 있었다. 거기다 녀석은 워키토키 소리를 찍찍 울리고 다니는 조수까지 대동하고 있었다.
“아니 저녀석 왜 저렇게 가까이 가지?”
현성이 안타까운 듯 소리쳤지만 그쪽까지 들릴 리 만무 였다. TV앞에 앉아 있는 전국의 팬들을 위한 다는 명분으로 카메라 맨들 , 그것도 특정사의 카메라 맨들은,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다.
선수들의 샷을 방해 하지 않는 다는 신사협정은 자신들의 편리와 필요에 따라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건 너무한 것이었다.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선수 곁에서 차르르 하면서 베타 테이프가 돌아 간다고 생각해 보라.
아니나 다를까 셋업에 들어 갔던 헤리가 다시 몸을 빼면서 카메라 맨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녀석이 비실비실 뒤로 조금 물러 나기는 했지만 헤리는 그샷을 망치고 말았다. 어이없는 슬라이스가 나서 반대변 러프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신경을 긁었으니 가뜩이나 컨디션 나쁜 헤리의 샷이 제대로 될리 없었다.
그홀에서 헤리는 더블보기를 범해야 했다. 3타에서도 제대로 그린을 공략하지 못해 엣지에 떨어 졌고 거기서도 3퍼트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갤러리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빌리등은 그런 얄미운 사람들의 면상을 주먹과 발로 짓이겨 주고 싶었다.
이 대형 사고로 니콜슨과 타이가 됐다.
빌리등에게 이제는 끝났구나 하는 절망감이 엄습 해 오기 시작 했다. 아직 7홀이나 남아 있었지만 니콜슨은 떠오르는 태양이었고 헤리는 떨어지는 해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14번 홀 페어웨이서 니콜슨 조의 퍼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린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함성이 올랐다.
빌리등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대형 스코어 보드에
니콜슨과 해리의 이름이 서로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헤리가 홀아웃을 한 뒤 바꿔도 됐을텐데 벼락치듯 바꿔 놓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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