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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팔콘사 RPG '영웅의 진격'에서
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29회

안동일 작

/ 찜질도 했고 진통제도 먹이고 정성을 다했지만 헤리의 상태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목은 괞찬은데 목이 뻐근 하다는 것이었다. 그럭저럭 샷은 할 수 있는데 퍼팅을 하기 위해 허리와 목을 굽히면 통증이 온다는 것이었다.하긴 빌리와 윤호도 목이 뻐근한 판에 뒤에 앉아 있었던 데다가 사흘 간의 엄청난 프레셔와 피로에 쌓여 있던 헤리의 컨디션이 자신들 보다 낳기를 바랬던게 욕심일 수도 있었다./ 

 

윤호의 제안에 따라 오늘 저녁 만큼은 헤리가 좋아하는 한식으로 먹자고 한식당을 찾아 마이아미 시내로 차를 몰고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캐디인 타미 까지 다섯이서 즐겁게 식사를 마친 것 까지는 좋았다. 내일의 중요한 결전이 있기에 술을 마실 수는 없었지만 맥주 한잔 쯤은 숙면을 위해서라도 괞찬았다.
식당에서 호텔로 돌아오면서도 넷은 너무도 흥겨 웠다. 계속 어제 오늘의 멋진 샷들을 떠올리면서 제스쳐까지 쓰고 있었다. 윤호가 운전을 했고 헤리와 세라가 뒤에 앉아 있었다. 호텔이 저만큼 보이는 교차로 에서 신호가 바뀌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갑자기 뒤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뒤에서 어떤 차가 헤리네가 탄 차를 들이 받은 것이었다.
빌리는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머리를 앞 유리창에 박아야 했다. 다행히 유리창이 깨질 정도는 아니 었지만 꽤 심한 타격이 있었다.
그 와중에도 빌리는 헤리가 걱정이 됐다.
“헤리 너 괞찬아?”
“응 괞찬아.”
헤리의 즉각적인 대답에 빌리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어떤 자식이야.”
윤호가 먼저 차문을 열고 나갔고 나머지 세명도 차에서 내렸다.
낡은 밴 트럭 이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뚱뚱한 백인 녀석이 차에서 내려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윤호가 녀석과 차를 번갈아 보며 짜증 스런 투로 말했다. 빌리네 일제 렌트카는 범퍼가 움푹 찌그러져 있었고 뒷 라이트가 깨져 있었다. 녀석의 밴차는 워낙에도 낡아 있기는 했지만 별로 상한 곳이 없는 듯 했다.
“너희들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니까 그랬지.”
털보 녀석이 뚱한 말투로 궁시렁 거렸다.
“급브레이크는 무슨 급브레이크야?”
윤호가 다시 따지듯 물었다.
“야, 큰일 없는것 같은데 라이센스하고 보험카드나 내놓으라고 그래.”
빌리가 눈길은 헤리에게 둔 채 윤호에게 말했다.
헤리는 목덜미와 오른 손목을 어루 만지고 있었다.
“헤리 너 진짜 괞찬아?”
“글쎄 지금은 괞찬기는 한데 손목이 어떨지 모르겠다.”
꽝하는 순간에 왼손으로 앞 시트를 잡은 모양이었다.
상미는 입술이 터졌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상미는 손목을 흔들고 있는 헤리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웬일이냐. 그래.”
빌리가 상미에게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
친구들은 두툼한 지갑에서 면허증이며 보험카드를 꺼내고 있는 털보녀석을 잡아먹고 싶은 심정으로 노려 보았지만 달리 어떻게 할일은 없었다.
경찰을 불러 사고 경위서를 받아 내면 더 확실 하겠지만 어차피 렌트카였고 차가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기에 녀석의 신원과 보험 번호를 베낀 뒤 그냥 보내기로 했다.
헤리는 게속 목덜미를 만지면서 손목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괞찬은것 같애,”
“오늘 자봐야 알지, 별일 없어야 할텐데…아이 저 자식, 하필이면 요때…”
도망치듯 사라져 가는 털보의 벤을 노려 보면서 윤호가 말했다. 빌리는 그 순간 멈칫 어떤 생각이 떠올라 몸을 떨어야 했다.
녀석의 밴 앞유리 쪽 백미러에는 커다란 스펀지 주사위가 장식물로 매달려 있었다. 식당에 들어갈 때 빌리는 그차를 본것 같았다. 빌리네 차를 따라오듯 거의 같은 시각에 얼만큼 뒤에 멈춰섰던 것이다. 그때 빌리는 차나 운전사를 똑똑히 보지는 못했지만 주사위가 눈에 들어 왔었고 ‘ 저렇게 큰 장식물을 달고 다니면 운전에 방해 안되나’하고 생각 했었다. 녀석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호텔을 나설때 부터 빌리네를 따라 왔고 적당한 장소에서 적당한 사고를 일부러 낸것 같다는 의혹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빌리는 자신의 의혹을 가슴에 담아 두기로 했다. 얘기를 꺼내 봐야 증거도 없고 헤리의 기분을 더 상하게 하면서 몹씨 흥분하게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텔로 돌아오니 헤리의 엄마와 남동생 현성이 와 있었다.
도저히 중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뉴욕에서 날아왔다는 것이다. 헤리등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무슨일이냐고 물어 왔고 사고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자 헤리의 엄마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정말 괞찬아?”
엄마는 해리의 목덜미를 쓸면서 걱정스런 투로 계속 물었다.
해리, 현성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친구들 엄마가운데 가장 자상하고 정이 많은 분이었다.
“괞찬아요.살짝 박힌 접촉사곤데요 뭐, 걱정 마세요.”
“별일 없어야 할텐데.하필이면 오늘 밤에 그랬단 말이냐?”
“모처럼 엄마한테 효도하려고 하니까 이런일이 다 생기네…”
“아이구 우리아들, 어떤 녀석이 이 귀한 몸을…이만 하길 다행이지, 그래 너희들은 다친데 없구?”
엄마는 그제서야 빌리 등을 돌아보며 걱정을 해줬다. 상미의 입술이 퉁퉁 부어 오르고 있었다.
“아이구 우리 상미가 고생한다.”
엄마가 상미의 어깨를 두들겼다.
헤리의 엄마는 진작 부터 상미를 며느리로 인정 하고 있었다. 헤리는 자신이 1승이라도 올리기 전에는 결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결혼을 미루고 있어 상미의 집에서는 불만이 대단 했다.
“고생은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뭐?”
“윌리나 윤호는 바쁠텐데 여기 내려와 있어도 되니?”
엄마가 둘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얘들 마이아미에 지들 일 보러 왔어요.”
헤리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너희들이 같이 일해?”
빌리의 아버지며 어른들은 빌리가 회사를 그만둔것, 또 윤호와 사무실을 차린것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예, 그렇습니다.”
엄마는 고개를 갸웃 하기는 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다음날, 마지막 라운드가 있는 그날, 빌리등 헤리의 응원단은 모두들 초상이 난것 같은 풀죽은 얼굴로 경기장으로 향해야 했다.
밤새껏 그렇게 걱정을 하며 찜질도 했고 진통제도 먹이고 정성을 다했지만 헤리의 상태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목은 괞찬은데 목이 뻐근 하다는 것이었다. 그럭저럭 샷은 할 수 있는데 퍼팅을 하기 위해 허리와 목을 굽히면 통증이 온다는 것이었다.하긴 빌리와 윤호도 목이 뻐근한 판에 뒤에 앉아 있었던 데다가 사흘 간의 엄청난 프레셔와 피로에 쌓여 있던 헤리의 컨디션이 자신들 보다 낳기를 바랬던게 욕심일 수도 있었다.
경기장은 완전히 니콜슨 응원단 일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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