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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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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생활 타운뉴스

“고향집에 송아지 사주고, 형제들 학비 대다보니 돈 모을 수 없었어요.”

 파독 근로자를 위한 양구 공동쉼터 주역 하영순 회장

‘양구 힐링하우스’로 유명한 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 지회장이 힐링하우스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을 찾았다.
힐링 하우스의 다른 이름은 ‘파독 근로자를 위한 양구 공동쉼터’. 이 공동쉼터는 60-70년대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 이른바 파독 근로자들과 2세들을 위한 휴식공간 이자 국내 거점 공간이다.
지난 시기 어렵고 가난했던 나라를 일떠서게 한 일등 선봉 공신, 이들이 모국 여행을 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 정착해 고국의 품에서 노후생활을 영위하기를 희망할 때, 국내의 휴식처이자 근거지 역할을 하기위해 마련된 시설이다.

하영순 회장은 “파독 근로자들이 이제 모두 70대 후반에서 80대들로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다”며 “한 많은 독일 교포들이 매주 4명씩 죽어간다”고 안타까와 하고 있다.
”아름다운 조국 고향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된 것이 천추의 한(恨)입니다’
지난 2019년 독일 쾰른에 살고 있던 80대 초반의 한 동포가 임종을 앞두고 방문한 하 회장에게 눈물을 흘리며 남긴 말이란다.  60년대 파독광부 1세대인 그 동포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고 그렇게 눈을 감았단다.

“60~70년대 독일로 들어간 파독 근로자들은 외화를 벌어 고향집에 송아지를 사주고, 형제들의 학비를 대는데 모조리 지출하다보니 돈을 모을 수가 없었어요. 이런 돈이 모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종자돈이 됐습니다. 이제는 한국정부가 나서서 파독근로자들의 공로를 감안한 정책 세우고 합당한  지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1964년12월10일, 서독 루르 탄전지대의 광산도시 뒤스부르크 한 강당에 박정희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제원조를 요청하러 서독을 공식 방문했던  박 대통령이 서독에 파견된 천여명의 한국인 광원들과 간호사들 앞에서 연설을 했던 것이다.

” 광원,간호사 여러분,  이역만리 남의 나라에서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
그러나 연설은  제대로 이어지자 못했다. 장내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끝내는 대통령 자신도 울먹이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장내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곁에 있던 육영수 여사도 자꾸 손수건을 눈가에 갖다 댔다.  대통령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모국의 가족이나 고향 땅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로 생각되지만 개개인이 무엇 때문에 이 먼 이국에 찾아왔던가를 명심하여 일합시다. 여러분 난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정말 반드시…”

이러니 장내 눈물 바다는 통곡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1950년대, 그리고 그 이전에  태어나 평범하게 자란 한국인들은 대개 어린 시절에 배를 곯았던 기억을 갖고있다. 이른 봄철 야산을 다니며 진달래를 따먹다 비슷하게 생긴 철쭉꽃을 잘못 먹어 호되게 배앓이를 했던 기억. 오뉴월에 피는 감꽃 또한 허기진 아이들은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저 함박눈이 모두 쌀이라면…”하는 절박한 공상도 누구나 한번쯤은 했다. “이놈들, 쉬이 배 꺼진다!” 영양실조로 아랫배만 볼록 튀어나온 아이들이 함부로 뛰노는 모습을 보면 동네어른들은 반드시 호통을 쳤다.

이런 보릿고개를 넘게한 첫 모멘텀이 독일에 대한 근로자 파견이었다.  그때 대통령의 간절함과 파독 근로자의 성실 근면에 감복했던 당시 독일 정부가 전무후무의 최고 조건의 거액 차관을 제공했던 것은 유명한 일.

60~7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된 인원은 대략 2만 여명. 이 가운데 천여명 정도는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1만 5천여명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고 현재 독일에 남은 교포는 4000여명(후손 포함)이 전부란다.

“파독근로자들이 돈을 벌어 고향에 보낸 뒤 몇 년 뒤 한국에 정착하려고 돌아와 보니 그때까지도 한국은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다시 독일로 넘어온 뒤 이민의 나라인 캐나다와 미국 등지로 이주를 하면서 한국의 가족들을 불러내 현지에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독일은 이민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살기가 어려웠던 것이죠.”
활동가인 하 회장은 그동안 한국서 열린 각종 재외동포 행사에 참석,  파독 근로자들이  모국에 정착할 수 있는 보금자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 박대통령의 약속대로  선진국 대열에 오른 만큼, 국격과 품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강의 기적’에 큰 기여를 했던 파독 근로자들의 한국방문과 한국에 정착에  국가가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 고  역설하곤 했다.

이런 하회장의 바람과 억척은 지난 2019년 가을,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제정돼 첫 단추는 끼워졌다.
그래서 내친 김에 추진한 것이 파독 근로자들의 한국내 공동 쉼터다.
이미 고령에 접어든 파독 근로자 출신 동포들 상당수가 비행기를 타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하 회장도 8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 7학년 8반’ 이라고 밝힌 하 회장은 “파독산업요원들이 한국을 방문해 형제나 친지나 집에 머문다고 해도 1주일이면 서로 부담이 된다”면서 “마음 편하게 머물 수 있을 곳을 찾기 위해 포천 평택 등지를 돌았던 끝에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의 도움으로 양구 군청과 연결돼  파독 근로자 쉼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경남 창녕 출신인 하 회장은 1964년 서울여자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로 넘어갔다. 1966년 김포공항을 떠난 63명의 파독 간호사 속에 그가 포함돼 있었다. 그는 파독 초기, 간호사로 임상활동에 10여년 종사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35년간 면세점과 무역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파독근로자 가운데 비즈니스로 성공한 케이스다.

하 회장은 독일 교포사회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그간 재독한인상공인총연합회 2,3,4대 회장을 지냈고 프랑크푸르트한인회 부회장도 역임했으며 재독 여성모임도 만들어 오랫동안 봉사해 왔다. 또한 2016년 대한노인회 독일지회를 창립해 매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인근에서 대형 기념행사를 치루고 모국방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양구 쉼터가 정식으로 개소한 것은 2021년 11월의 일이다.

하회장과 대한노인회 독일지회는 2019년 6월부터 양구를 수 차례 방문해 답사를 실시했고, 2차례 간담회를 열어 양구읍 송청리에 위치한 힐링하우스의 3층과 4층을 선정했다. 당초는 군소속 운동선수들의 숙소 였단다.
양구군은 지난 2019년 11월 양구군 민관협치위원회를 열었고 , 의회의 동의를 얻어 같은 달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양구군 공동쉼터 조성 및 운영조례’를 제정·공포했다.
군비 9400만 원이 투입된 878㎡의 공동쉼터는 기존 19실의 객실과 사무실, 세탁실, 다용도실 등의 노후시설을 일부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생활 필요시설인 침대, 서랍장, 티테이블 등의 가구를 교체했고, 7인용 숙박실을 2인용으로 리모델링했으며, 파독 근로자들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며 쉴 수 있는 휴게실도 마련했다.

당초  2021년 4월  개소를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 시행 등으로 인해 파독 근로자들이 독일에서 입국해 양구를 방문하는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양구군은 그해  8월부터 10월까지 세밀한 시설보완 공사를 했고, 11월에야 개소식을 갖게 됐다.
파독 근로자들이 하루 숙박비 1만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는 ‘양구 힐링하우스’.  여기까지 오는데도 적잖은 발품을 팔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서울과 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아쉽지만 그럼에도 일단은 만족해야 하고 고마와 해야 한다는 그의 설명이다.  인천에서 춘천까지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 도착하면 춘천 터미널에서 양구군청이 제공하는 픽업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단다.

“짐 풀 곳만 있다해도 그게 어딥니까?” 하회장의 정신승리성 자평이다.

양구 쉼터가 첫발을 내딪자 미국내에서 문의가 빗발쳤기에 하 회장은  자비를 들여 미국을 찾았다. 언급한대로 파독근로자의 상당수가 미국에 정착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에 살고 있는 파독 근로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 도착한 하회장은 지난 10일 시카고에서 설명회를 가졌고 15일 뉴욕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홍보가 덜된탓에 많은 재미 파독 근로자가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 모두 서로 손을 부둥켜 잡고 건강하게 고국여행도 하면서 살자고 다짐했죠.”

바쁜 일정을 마친 하회장은 18일 일단 독일로 돌아간다.

“아직  LA와 워싱턴 디씨 지역을 못갔는데 자주 오겠습니다.  사실  저도 아직  미국 동부 여행을 못했는데 조만간 노인회 회원 관광단을 꾸려  함께 올 생각입니다. ”

양구 쉼터의 신청자격은 파독 광부, 간호사, 간호 조무사의 1세, 2세, 3세 배우자 및 직계비속 등이 해당되며 신청시 파독근로자 관련증빙자료 제출과 여권사본, 파독년도(해외파견근로자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양구 쉼터 운영비는 정부보조금으로  충당이 되기에  파독 근로자임이 공식 확인돼야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있다. 파독 근로자 확인은 한국 이주공사(KEICO)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쉽게 이루어 진단다.

미국 거주 파독 근로자가 양구 쉼터를 사용 신청할 시 더 자세한 문의는 하영순 회장 (전화번호 독일 0177-240-2197) 이메일 frauha@naver.com 로 직접 하면되고 미국내의 경우 일단 시카고 동우회의 한용준회장: 708-602-4707 또는 시카고 간호사협희 이정희 (전)회장: 773-450-9617에게 하면 된다.

아직 뉴욕 지역과 LA, 워싱턴DC 지역 연락처는 확정되지 않았다.

“내외에 산재해  계신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선봉장, 파독 근로자 어른신들의 건강과 행복을 다시 한번 축수하면서 양구 쉼터를 활용한 노후의 밝고 즐거운 고국 방문을 권합니다.”   (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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