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릇의 모양 크기 보다는 담겨질 내용에 관심
한국의 대통령실은 용산으로 이전한 새 대통령 집무실의 임시 명칭인 ‘용산 대통령실’을 당분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새이름위원회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의 새로운 명칭을 심의·선정하는 최종회의를 진행한 결과 집무실의 새 명칭을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 새이름 위원회는 지난 4월 부터 대국민 공모로 약 3만건의 응모작을 접수받고 지난 3일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다섯 개를 최종 후보군으로 추려 대국민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지만 후보작 중 과반을 득표한 명칭이 없는 데다 각각의 명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할 때 후보작 모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면서 한번 정하면 오랫동안 그 이름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성급히 선정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합당한 명칭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더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별칭은 대통령실 공간조성 완료, 용산공원의 조성, 개방에 따른 방문의 활성화 등 국민과의 소통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정해지는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윤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하면서 이곳 미국의 백악관,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 집무실, 독일의 연방총리관저 등이 모두 도심 속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용산 대통령실은 볼수록 멋이나 품격이라는 전혀 없는, 10대 경제 대국에 들어가는 나라의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건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는 없는 듯하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정신승리 하게 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미국의 백악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의 구조와 운영, 소통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개방성과 소통에 방점을 둔 새 집무 공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백악관을 최고의 모델로 제시했었기 때문이다. 하긴 이름으로 따지자면 백악관, 화이트 하우스도 결코 의미가 있는 멋진 이름은 아니다. 미국민들도 당초 불만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쩔수 없어 한단다.
워싱턴 DC 시내 중심가 평지 한복판에 있는 백악관은 ‘내셔널 몰’로 불리는 대형 공원이 있는 남쪽을 제외하고 동·서·북쪽 3면은 연방 건물이나 일반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주변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백악관 건물이 내려다 보일 정도다. 이런 구조는 애초 계획도시인 워싱턴DC를 설계할 때부터 백악관을 중심으로 삼권 분립의 정신에 맞춰 의회나 다른 시설들을 배치한 영향을 받은 것이란 설명도 있다.
백악관은 건물 중앙 관저를 중심으로 서관과 동관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 가족의 숙소로 쓰이는 중앙관저(Executive Residence)를 기준으로 왼쪽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 웨스트윙과 오른쪽에 영부인 집무실이 있는 동관, 이스트윙 으로 이 세 부분은 서로이 연결돼 있으며 백악관 건물 옆에는 백악관 직원들이 근무하는 ‘아이젠하워 행정동’이 있다.
알려져 있듯이 백악관은 관광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내 투어 제도를 두고 있다. 근자에는 신종 코비드 사태로 정기 투어를 중단하고 있는데 조만간 다시 경내 관광을 재개키로 한 상태다.
백악관 투어는 영부인의 집무실이 있는 이스트윙 쪽에서 출발해 복도를 지나고 관저인 거주시설인 중앙관저 일부를 둘러보는 식으로 짜여 있다. 철저히 통제된 형태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잠을 자는 건물의 일부까지 둘러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은 관광 코스에 포함돼 있지 않다.
백악관은 외부에서 보면 백악관 구역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다. 특히 백악관 건물 남쪽의 긴 잔디밭 끝 지점 담장은 대통령의 중앙관저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 외부 관광객이 꼭 들러 사진을 찍는 명소가 돼 있다. 아울러 이곳은 각종 시위대가 집회를 여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백악관 건물의 핵심은 웨스트윙이다. 4개층짜리인 웨스트윙의 1층에는 ‘오벌 오피스’로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1층에는 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선임고문관, 대변인의 사무실과 국무회의가 열리는 캐비닛룸, 회의실인 루스벨트룸 등도 몰려 있다. 오래 전 좁고 빼곡하게 지어진 건물인 탓에 누군가가 큰 목소리를 내면 주변에 모두 들릴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과 참모 간 물리적 거리가 짧다.
이 중 ‘결단의 책상’이라 불리는 대통령의 책상이 놓인 오벌 오피스는 4개의 문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중 동쪽 문은 대통령이 종종 기자회견이나 행사를 하는 로즈가든으로, 북동쪽 문은 비서실장실로 연결돼 있고, 나머지 2개의 문은 개인 서재와 식사 공간, 웨스트윙 메인 복도와 닿아 있다.
웨스트윙의 지하에는 안보상 중요하거나 위급한 일이 생길 때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상황실’이 있다. 웨스트윙의 동쪽으로 연결된 건물은 중앙 관저다. 대통령과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집무실과 붙은 건물에 함께 있는 것이다.
5개 층 구조층인 이 건물엔 주거 시설은 물론 집무 공간, 식당, 도서관, 외교 접견실, 직원 근무실 등이 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미 대통령은 종종 금요일 오후가 되면 백악관을 떠나 머물 다른 곳을 찾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저와 레호보스 별장을 비롯해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떠났다가 일요일 오후나 월요일 오전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일이 잦다.
무엇보다 백악관은 대통령과 언론의 접촉이 다른 어느나라 관저 보다 활발한 곳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일정을 전날 밤 언론에 매일 제공해 이를 취재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모든 기자가 대통령 일정 취재에 직접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의 출입 기자단이 있고, 이 기자단 중에서도 상주하다시피 하거나 메이저 언론을 중심으로 공동 취재단이 꾸려져 있다. 이 공동 취재단은 대통령의 행사에 직접 참석해 나머지 기자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백악관은 고정 출입증이 없는 기자에게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하루짜리 출입 권한을 부여해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한다. 백악관 기자실과 브리핑룸은 웨스트윙의 서쪽과 맞닿은 1층짜리 건물에 있다. 하지만 브리핑룸이 있는 지점을 기준으로 ‘이 선을 넘어갈 수 없다’는 문구가 표시돼 있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 건물로 들어갈 순 없게 돼 있다.
미국 대통령과 기자들간 특징 중 하나는 각종 현안을 둘러싼 즉석 질의 응답이 많다는 점이다. 공식 기자 회견이나 간담회가 아니더라도 기자들은 대통령의 공식 행사가 끝나면 질문 공세를 퍼붓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이에 답할지 아닐지는 대통령이 몫이다.
용산 이전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았던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며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새 대통령의 발언이 ‘용산 대통령실’ 에서 어떻게 실행 될런지 내외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