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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멈춘 트럼프 ‘돈로 독트린’…극우 연대 흔들린다

중남미 우파 지도자 잇단 실각,   네타냐후 퇴진 땐 중간선거 위험

트럼프, 룰라 당선에 “조작 의심”   ‘출국금지’ 보우소나루, 패배 승복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우파 후보를 꺾고 승리하자, 서반구 패권 계획에 타격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친밀함을 과시해온 세르비아의 독재정권마저 같은 날 무너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미시시피주로 향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브라질 대선은) 끔찍해 보였다”며 “나는 어느 편도 들지 않았지만, 조작된 선거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선거에서 집계 방식과 관련해 매우 불운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상원의원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는 선거 결과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계획을 하루 만인 이날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의원의 ‘부정선거’ 주장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세탁 혐의를 받는 보우소나루 의원은 대선 패배가 확정된 직후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윌 프리먼 연구원은 AP통신에 “대선에서 두 차례 연속 패배한 보우소나루 가문을 미·브라질 관계의 핵심 의제로 계속 삼으려는 사람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브라질의 투명한 선거 시스템을 고려할 때 ‘부정선거’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룰라 대통령의 재당선이 그만큼 뼈아픈 결과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중남미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대국인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루가 승리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돈로 독트린’의 중대한 성과가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룰라의 재선은 트럼프와 뜻을 같이하는 중남미 우파 지도자들의 연대가 애초 생각만큼 강력하거나 이념적으로 결속돼 있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돈로 독트린은 19세기 먼로 독트린을 트럼프 대통령 이름과 합성한 용어로, 서반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가리킨다.

AP도 “브라질을 마약 카르텔 소탕을 위한 미국 주도의 군사연합 ‘미주의 방패’에 참여시키고, 브라질의 핵심 광물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을 확보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룰라의 승리로 차질을 빚게 됐다”고 분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브라질은 그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라며, 미국의 중남미 패권 강화 구상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세르비아 총선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이 이끈 우파 세르비아진보당(SNS) 연합이 실권한 것 역시 악재다. 2014년부터 장기 집권해온 부치치 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 유지를 위해 트럼프 일가와 친분을 쌓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는 지난 5월 폭스뉴스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세르비아 국민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대형 리조트 개발사업을 벌이는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액시오스는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트럼프 가족과 측근에 구애해온 발칸의 권위주의 지도자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면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온 세르비아와 미국의 향후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권위주의 포퓰리즘 막을 전환점”

이제 시선은 27일 이스라엘 총선과 다음달 3일 미국 중간선거로 쏠리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일주일 전에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심판론에 밀려 퇴진하게 된다면, 이란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에 한층 기름을 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MS나우의 칼럼니스트 스티브 베넨은 트럼프 대통령의 ‘롤모델’로 꼽혔던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의 몰락과 브라질·세르비아 선거 결과의 공통점은 “민주주의가 독재정권을 물리쳤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부치치나 보우소나루 같은 정치인을 거부한 것은 이들과 소속 정당에 타격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대표하는 정치운동 전체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도 서브스택에 쓴 글을 통해 최근의 선거 결과는 “전 세계를 휩쓸어온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승리 행진을 뒤집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선거는 미국 중간선거”라며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라는 우익 권위주의자가 장악해온 공화당을 거부한다면, 민주주의가 쇠퇴하는 이념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강력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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