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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해외 살다 귀국해도 월 34만원”…한국정부, 복수국적 ‘연금 쇼핑’ 손보나

 해외소득 누락 등 불공정 논란 속 입법 재추진 주목

장기간 해외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복수국적자나 뒤늦게 한국 국적을 취득한 고령자가 별도의 국내 거주기간 요건 없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2년 전 최소 국내 거주기간을 두는 방안을 내놓고 관련 법안까지 국회에 발의됐으나 논의가 사실상 멈춰선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직접 제도 개선을 주문하면서 입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외국인의 기초연금 ‘꼼수 수령’ 논란과 관련해 지급 기준에 국내 최소 거주기간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국내 거주기간 ‘0년’도 가능…복수 국적자 지급액 10년 새 9배

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세금으로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제도다. 올해 기준 1인당 최고 월 34만9706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를 따지는 별도의 거주기간 요건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기초연금법에는 해외에 60일 이상 체류하면 기초연금 지급을 정지하는 규정이 있으나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하다 국내에 들어온 경우에는 입국 후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가령 수십 년간 해외에서 생활했더라도 국내에 들어와 기초연금의 소득·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다른 수급자와 동일하게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소득과 재산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으로 꼽힌다. 해외 현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연금 등은 국내 당국이 모두 들여다보기 어려워 실제 경제력보다 소득인정액이 낮게 잡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복수국적 기초연금 수급자의 1인당 평균 소득인정액은 월 34만4000원이었다. 단일국적 수급자 평균인 월 58만7000원의 58.7% 수준이다.

외국에서 매달 수백 달러의 개인연금을 받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소득인정액이 ‘0원’으로 산정돼 기초연금을 받은 사례까지 지적된 바 있다.

수급자와 지급액도 빠르게 불어났다.  복수국적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4년 1047명에서 2023년 5699명으로 5.4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에게 지급된 기초연금은 22억8000만원에서 212억원으로 9.3배 뛰었다.

전체 기초연금 예산 역시 2014년 6조8000억원에서 2024년 24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고령화로 기초연금 재정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국내에서 세금을 내온 국민과의 형평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5년’, 국회는 ‘5~10년’…법안은 1년 넘게 낮잠

정부도 이미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9월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만 19세 이후 국내에 최소 5년 이상 거주해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거주요건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 소득과 재산에 대한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담았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세금으로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제도에 일정 기간의 거주요건을 두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는 10년, 노르웨이는 5년, 스웨덴은 3년 등의 거주기간을 요구한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다.  안상훈 의원 등 12명은 지난해 1월 만 19세 이후 국내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3월 한지아 의원 등 10명도 국내 거주기간을 5년 이상으로 정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두 법안 모두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과 보유 재산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해외 자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제 경제력보다 소득인정액이 낮아지는 문제를 함께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정부가 제도 개선 방향을 정하고 관련 법안까지 발의됐으나 입법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국회 문턱에 멈춰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도를 한꺼번에 강화하기보다는 먼저 5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거주기간을 적용한 뒤 운영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현경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 등도 이 같은 단계적 접근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이미 5년의 국내 거주기간이라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데다 대통령까지 직접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기초연금 예산이 매년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급자의 국적 자체가 아니라 국내 거주기간과 실제 소득·재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가 향후 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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