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송 ( 미교협 나눔터 국장)
지난해 9월 4일,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에 무장 요원 500명이 들이닥쳤다. 노동자들을 벽에 세우고 신분증을 요구했으며 이민 신분을 확인했다. 조지아주 순찰대와 이민단속국(ICE), 국경순찰대,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등 여러 연방 기관이 최루탄, 헬리콥터, 드론, 군용 차량까지 동원해 현장을 포위하고 봉쇄했다. 영장은 단 4명 앞으로 나왔지만 475명이 끌려갔다. 1년이 지난 지금, 대규모 급습은 미 전역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ICE의 급습은 조용히, 더 넓게 퍼지고 있다. 국토안보부 자료에 따르면 ICE 체포는 지난 6월 4만3000여 명, 7월엔 약 5만여 명으로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잡혀간 대다수는 폭력범죄 전력이 없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단속 지역도 달라졌다. 거리 검문 대신 공항, 법원, 국립공원에까지 출몰한다. 합법 망명과 이민 신청 절차를 밟던 이들까지 끌려간다. 조지아에서는 지역 경찰과 ICE의 협력이 이뤄지는 지역이 6곳에서 69곳으로 늘었고 교통 단속조차 이민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됐다.
연방정부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 올해 2월 기준 이미 미국에서 300만 명 가까이 쫓겨났다. 67만5000여 명은 강제 추방됐고, 220만 명은 자진 출국했다. 정확한 표현은 자진 추방이다. 비록 제 발로 떠났지만 단속에 대한 두려움과 불투명한 앞날 등으로 사실상 등 떠밀려 나간 것이다. 수많은 한인 청년들도 한국에 돌아가고 있다. 한국어도 서툴고, 취업과 생활에 걱정이 앞선다. 병역 문제로 재판을 받아야 할 남성들도 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낯선 고국으로 돌아간다.
9월 4일 조지아 현대차 공장 인근 사바나에서는 1주년 행사가 열렸다. 조지아와 미 전역에서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를 비롯 이민자 단체들이 모여 ICE를 규탄하고 앞으로도 계속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미교협 김정우 공동 사무국장은 “공포가 우리를 옭아맬 수 없다. 우리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거부한다. 우리는 지금 완전한 보호와 온전한 존엄, 그리고 시민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사바나 지역 단체 남동부이민자형평성(MESE)은 1주기 성명에서 급습이 “가정을 파괴하고, 지역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며, 공포를 조성할 뿐 노동 환경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조지아 전역의 가정들은 출근을 할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지, 응급 의료 처치를 받을지를 두고 불가능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집을 나서면 곧 ICE에 의해 납치되거나 살해당하거나, 지역 법 집행기관에 붙잡힐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라고 했다. MESE는 지난 1년간 거의 10만 달러를 모금해 법률 비용과 긴급 지원에 썼고, 현대 노동자 9명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제 ‘동남부 정의 기금’을 출범시켜 이 싸움을 이어간다.
이민자는 숫자가 아니라 동료이자 이웃이다. 공동체의 한 부분이 공격받을 때,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향한 공격이다. 1년 전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금도 계속되는 단속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힘을 보태야 할 때다.(9/2 갑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