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한 달도 안 돼 재공습…가디언 “재임 중 최대 도박 될 수도”
미국인 68% “전쟁 계속할 가치 없어”…공화당 내부서도 양쪽 비판
전문가들 “이란 협상 지렛대 약화 계산…오판 땐 지상전·장기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 있고 유가까지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이란 공격을 재개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약화해 핵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지만, 이란의 군사·경제적 피해 감내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면 공격 확대가 미 지상군 투입과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이번 공격 재개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통틀어 가장 큰 도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지노 여러 곳을 소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위험을 감수하고 기존 관행을 깨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왔지만, 이번에는 국내 정치적 타격과 고유가 부담, 전면전 위험을 한꺼번에 떠안은 승부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이란과의 잠정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상선 통항을 둘러싼 충돌 끝에 이달 7일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재개됐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해 이란의 군사시설과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고,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하며 맞섰다.
정치적 부담은 이미 뚜렷하다. 지난 8~13일 실시된 워싱턴포스트·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 대응을 지지한 미국인은 29%에 그쳤고, 68%는 이 전쟁을 계속할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방향의 비판이 나왔다. 신보수주의 진영은 휴전 합의를 ‘이란에 대한 항복’이라고 비판한 반면 해외 군사개입에 반대해 온 ‘미국 우선주의’ 진영은 공격 재개에 반발했다. 고립주의 성향 보수매체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커트 밀스 편집국장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든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을 재개한 핵심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계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월28일 이란전 발발 전 이 해협을 통과한 석유·석유제품 물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은 세계 교역량의 약 20%에 달했다. 한국도 이 해협을 거쳐 운송되는 원유와 LNG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여서 해협이 봉쇄되거나 유가가 오르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양해각서는 60일간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 등을 둘러싼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잠정 합의였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행을 재개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이란산 원유의 국제시장 판매를 허용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 자산의 동결을 푸는 등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는 체결 며칠 만에 흔들렸다. 걸프 연안국 소속 상선들이 미 해군의 보호를 받으며 이란 연안의 기존 항로 대신 중립국인 오만 연안 항로를 이용하자 이란이 선박들을 향해 발포했다. 이란은 기존 항로의 통항을 관리하며 ‘항행 서비스료’를 부과하려 했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불법 통행료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일부 분석가는 양해각서에 선박 항로가 명시되지 않은 점을 들어 미국 측의 허술한 합의 설계가 충돌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오해가 아니라 양측의 오판”이라며 “양해각서는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숨 고르기였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 문제 등을 놓고 협상하기 전에 이란이 쥔 해협 통제력부터 군사적으로 약화해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려 했다는 설명이다.
나스르 교수는 JD 밴스 부통령의 최근 발언도 이러한 해석의 근거로 들었다. 밴스 부통령은 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행이 재개되고 유가가 안정된 동안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시간을 벌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나스르 교수는 미국이 비축유를 확충해 해협 재봉쇄에 따른 공급 충격을 견딜 여력을 확보하면 이란의 협상 지렛대가 약해진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는 나스르 교수의 해석일 뿐 밴스 부통령이 비축유 보충을 휴전의 목적으로 직접 밝힌 것은 아니다.
이란도 해협의 상선 통행이 재개된 휴전 기간에 필요한 물자를 들여오고 경제적 숨통을 틔우며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고 나스르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으로 거둘 수 있는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이란도 제재와 공습을 견딜 능력을 과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이란이 공습을 견디지 못하고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제한다.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이란 문제를 담당했던 네이트 스완슨은 당초 충돌이 일시적인 수준에 그친 뒤 휴전과 협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지렛대를 되찾아 양해각서의 조건을 다시 정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판 위험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 내 이란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국무부에서 이란 정책을 담당하다 물러난 스완슨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핵심 인력들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 정통한 관료들보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밴스 부통령 등 자신이 신뢰해 온 측근 협상팀에 더 의존하고 있다.
알렉스 바탕카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의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지도부는 뉴욕의 사업가들이 아니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며 “이란은 트럼프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군사·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아 걸프 국가들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초 하메네이 암살과 함께 표면화한 이란 정권교체 구상은 당장 선택지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규모 장례 행렬도 이란 정권이 외부 위협에 맞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통치 정당성을 회복하려 한 시도로 해석됐다. 가디언은 공습만으로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중단과 확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확전을 택할 경우 미 지상군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중립국 오만까지 미국의 ‘협력자’로 규정해 보복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바탕카 연구원은 충돌이 최악의 경우 5~10년간 이어지는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다며 “미국이 이란을 장기간 폭격할 수는 있지만, 이란 전역을 점령하지 않는 한 정권을 군사적으로 무너뜨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란 전면 점령보다 제한적인 방안으로는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기지인 페르시아만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그러나 트럼프 1기 당시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조지프 보텔 예비역 장군은 하르그섬 점령만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기는 어렵다며 군사작전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의 외교 공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장의 군사적 공방만도 몇 주에서 몇 달간 계속될 수 있다. 성급한 확전을 피하며 장기간 상황을 관리할 인내가 필요하고 위험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