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스피 호황 속 체감 경기 ‘냉랭’
랠리 이끄는 대형 반도체주 ‘낙수효과’ 적어
제조업 일자리 감소, 실질임금 증가율 정체
코스피 지수가 6일 ‘7000선’을 넘고, 1분기 경제성장률도 ‘깜짝’ 성장했지만 한국 경제 전반의 체감 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탑승한 반도체 호황이 증시와 기업 이익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 ‘낙수효과’가 경제 전반에 퍼지지 않으면서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 괴리가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았다. 고령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주식 재투자 흐름, 취약계층 자금 사정 악화까지 겹치며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증시 랠리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 자체가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측면이 크다. 기술집약적 산업인 반도체 등의 특성상 기업의 이익이 고용 호조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는 3월 기준, 각각 21개월,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면, 이날 ‘불장’에도 코스피 시장에서 하락한 종목은 679개로 상승 종목(200개)의 3배를 웃돌았다. 코스피가 올랐다지만 증시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지는 않은 셈이다.
특히 현재 비어 있고 한달 안에 채용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는 2년 넘게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상장사의 이익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사람을 새로 뽑으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뜻이다.
실질임금 증가율도 2021년 2%를 마지막으로 줄곧 1% 아래에 머무는 등 기업 이익이나 주가에 비해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점도 체감 경기가 싸늘한 배경이다.
여기에 고령화와 저성장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도 거론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산이 늘더라도 당장의 소비보다 저축과 자산 유지를 우선하는 은퇴·은퇴 예정 가구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는 환경에서 자산가격 상승은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데 충분했지만, 성장률 둔화와 함께 소비 여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적인 주가 상승 국면에서 소비보단 ‘추매(추가매수)’에 나선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주식 수익 실현을 통한 소비 보다는 잔고 보유 또는 추가 매수에 활용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며 “수익을 실현하지 않는 한 소비 증가로 의 연결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연금을 통한 주식 편입이 늘면서 단기간에 수익 실현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론 현금여력이 악화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주요 카드사의 지난 3월말 카드론 잔액은 약 43조원으로 3개월 연속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신용자가 생활비 등으로 이용하는 카드론은 통상 실물경기가 둔화될수록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도 2월 기준 0.62%로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경기가 활성화되려면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제한적인 분야의 소비만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의 경제 성장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코스피 성장 온기를 어떻게 산업 전반으로 퍼지게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