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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컬럼> 4.29 LA폭동 34주년에…

김동찬 (뉴욕 시민 참여센터 대표)

1992년 4월 29일, 천사를 자처하던 도시 로스엔젤리스는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미주 한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성실하게 일해서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개인적 안위가 그 전부였다. 하지만 리워드 스트리트의 연기가 하늘을 덮고 나서야  한인들은 깨달았다. 국가의 보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 성실함은 무력했고, 정치적 목소리가 없는  공동체는 가장 먼저 버려지는 소모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올해로 34주년을 맞는 4.29 LA 폭동은 이제 박제된 과거가 아니다. 오늘날 미국 사회는 34년  전보다 더 복잡한 갈등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백인 민족주의, 인종 간의 긴장,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정치적 양극화는 언제든 제2, 제3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휘발성을 품고 있다. 우리가 또다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의 슬픔을 추모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첫째, 개인적 성공에서 공동체적 영향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폭동 당시 한인 상점들은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다. 이는 단순히 지리적 위치 때문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주류 시스템과 연결되지 못한 정치적 고립 때문이었다. 이제는 성실한 납세자를  넘어, 적극적인 투표자이자 정책 결정자로 거듭나야 한다.
중국계, 유대계, 그리고 일본계 커뮤니티가 겪었던 박해를 멈출 수 있었던 힘은 결국 법을 바꾸고 여론을 움직이는 조직된 힘에서 나왔다. 한인 사회 역시 개개인의 성공을 공동체의 정치적 자산으로 치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고립된 섬이 아닌 연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4.29 폭동은 흑인과 한인 사이의 갈등으로 비춰졌으나, 본질은 인종 차별적인 구조 안에서  소수계끼리 부딪히게 방치한 시스템의 실패였다. 우리가 다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타 인종 커뮤니티와의 전략적 연대가 필수적이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소수계 공동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 위기의 순간 우리를 지켜줄 아군은 늘어난다.우리끼리의 성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타 커뮤니티와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엮어야 한다.

셋째, 기록하고 기억하며 가르쳐야 한다
역사를 잊은 공동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4.29의 교훈은 한인 2세, 3세들에게 시민권 교육의 핵심 교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미국 땅에서 누리는 평등은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선배 세대의 눈물과 투쟁으로 쟁취한 것임을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 다음 세대가 당당한 미국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를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의무다.

34년 전,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상처받았다. 그러나 미주 한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미국땅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 유권자가 되고 투표에 참여하여 커뮤니티의 정치력을 만들고 키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미주 한인 커뮤니티는 괄목할만한 정치적 경제적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한인 커뮤니티 구성 방식은 한계에 다달았고 새로운 세대들과 깊이
단절된 현재의 커뮤니티를 새롭게 조직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였다.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뿌리 내리고 성공하면서 각자가 흩어진 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인들이 밀집한 지역에 구심의 역할을 하는 수많은 커뮤니티 센터를 세우고 미주한인의 역사를  기록하고 가르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미국사회의 법과 제도를 더욱더 열심히  배우고, 우리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과 계몽을 끊임없이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티센터들을 서로 연결하여 거대한 사회적 방어막을 형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4.29의 비극을 통해 얻은 가장 아픈, 그러나 가장 강력한 유산이다. 다시는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이 불타는 가게를 바라보며 절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찬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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