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지식인 부부 ‘엡스타인과 친분’ 논란 뒤늦게 사과
미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이자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97)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밀한 관계가 드러난 것과 관련해 아내와 함께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8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의 아내 발레리아 여사는 부부 명의로 장문의 성명을 내고 엡스타인이 자신들을 속였으며 그의 배경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은 “중대한 실수”였다고 밝혔다.
발레리아 여사는 촘스키 교수의 두 번째 부인으로, 두 사람은 2014년 결혼했다. 촘스키 교수는 2023년 뇌졸중을 겪은 뒤 현재 회복 중이다. 발레리아 여사는 남편이 엡스타인을 처음 만난 것은 2015년으로, 엡스타인은 자신을 과학에 관심이 있는 자선사업가로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발레리아 여사는 “우리는 그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은 부주의를 범했다”며 “이는 중대한 실수였으며, 이러한 판단 착오에 대해 우리 두 사람을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겉으로는 도움을 주는 친구처럼 보였지만, 범죄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변태 행위를 일삼는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모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촘스키 교수와 엡스타인의 관계는 지난달 30일 미 법무부가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면서 집중 조명됐다.
파일에는 엡스타인이 2019년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뒤 촘스키에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촘스키는 ‘노엄’으로 서명한 메시지에서 “최선의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라 했고, 엡스타인은 이 메시지를 지인과 e메일로 공유했다.
촘스키는 메시지에서 “독수리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대중의 반응”이라며 “지금처럼 여성학대에 대한 히스테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혐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살인보다 더 심각한 범죄로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썼다.
파일에는 엡스타인이 촘스키 부부와 만났으며, 추후 뉴욕이나 카리브해 방문을 논의하는 듯한 정황도 담겨 있다.
발레리아 여사는 남편이 엡스타인에게 조언한 내용은 “맥락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며 “엡스타인은 노엄에게 자신이 부당하게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노엄은 언론과의 정치적 논란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엡스타인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조작적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노엄은 선의로 그것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남편과 함께 엡스타인의 뉴욕 자택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뉴욕과 파리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도 머물렀지만, 카리브해 섬에는 가지 않았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발레리아 여사는 남편과 엡스타인 사이에 두 건의 금융거래가 있다고 밝히고, 이는 “아마도 노엄에게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한 계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엡스타인이 자신들의 재정 자문 역할만 했으며, 자신들이 엡스타인의 회사에 투자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