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80원 근접…1500원 공포도 확대
삼성전자 등 수출기업 소집해 환헤지 확대 당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148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환율이 1500원 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더욱 커졌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주요 수출기업을 상대로 외환 운용 전략을 조정해줄 것을 설득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외환 당국에 따르면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0원 오른 147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일시적으로 148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야간 거래에서는 오름폭을 축소하며 1473.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건 지난주부터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인공지능(AI) 버블론’이 확산하고 일본의 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가 늘면서 달러 상승 압력도 확대됐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지난 주말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수출 기업들에 환헤지 확대를 요청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래에 발생할 외화 거래의 환율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고정하는 금융 전략으로, 주로 선물환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기업이 환헤지를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면, 매수한 은행은 달러 현물을 팔게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날 회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수출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 등을 정기 점검 및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의 연장선에 있다. 수출 호조로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일종의 압박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형일 차관은 기업들에게 최근 출범한 기재부 외화업무지원 태스크포스(TF)를 소개하고, 향후 기업들과 TF간에 자료협조 등에 있어 긴밀히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TF는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과 해외투자 현황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책수단도 검토한다.
국민연금도 소방수로 등판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650억 달러(약 95조원)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한은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는 지난 2022년 9월 100억 달러 규모로 시작된 뒤 점차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외환스와프를 이용해 한은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직접 조달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전략적 환헤지 운영 기간을 내년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기금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집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도 마련하기로 했다. 모수개혁으로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가 36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환율이 오히려 크게 떨어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