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의거’직전 쓴 서예작품 브루클린 박물관 서 전시
미국 수집가가 LA 경매서 구입 뒤 기증. 대중에 공개
안중근(1879∼1910) 의사(義士)의 손도장이 찍힌 서예 작품이 뉴욕 브루클린뮤지엄(Brooklyn Museum)에 기증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 의사의 유묵(遺墨)이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유묵은 미국의 한국 미술 수집가인 조셉-패트릭 캐롤(Joseph-Patrick Carroll) 씨가 기증한 작품으로 현재 동 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다. 위 사진은 조은 커밍스(왼쪽) 브루클린뮤지엄 큐레이터가 “안중근 의사 글씨를 수장고에 잘 보관하고 있다”며 기증자 조셉 캐롤 씨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
캐롤 씨는 작년 로스앤젤레스의 뉴 오리엔탈 갤러리 경매에서 이 유묵을 구입했다. 가로 39㎝, 세로 49㎝ 크기의 모시 섬유 위에 한자로 ‘爲國捐軀義無反顧(나라를 위하여 몸을 버리는 것은 옳음이니 돌아볼 필요가 없다)’라고 쓰여 있는 서예 작품이다. 작품 왼쪽에는 ‘己酉 十月(1909년 10월)’이라는 날짜와 함께 서명이 있다. 이 작품이 왜 미국까지 흘러갔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안 의사가 하얼빈 의거 직전에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0년간 아시아 미술을 수집해 온 캐롤 씨는 경매 시장에 나온 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매입했으며, 마침 200주년을 맞은 브루클린뮤지엄에 축하한다는 뜻으로 기증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미술 애호가 모임인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Korean Art Society)’ 회원으로서 지난 2017년부터 브루클린뮤지엄 한국실(Korean Gallery) 관계자들과 교우해왔다고 한다.
브루클린뮤지엄은 브루클린에서 가장 큰 문화시설로, 매년 65여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20세기 초반부터 한국 미술에 관심을 두고 1913년 큐레이터가 서울로 와서 작품을 수집했다. 1977년 한국실을 최초로 설치했으며, 2017년엔 규모를 3배로 확장해 재개관전을 열기도 했다.

뮤지엄 측은 캐롤 씨의 기증 후 안 의사의 기존 서예 작품들과의 비교 분석 작업을 정밀하게 진행했고, 시료를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과 가속기질량분석법(AMS)을 연동해 연대 측정을 했다. 그 결과로 안 의사 작품임을 확신하고, 전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알려진 것처럼 안 의사는 탁월한 서예가로,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까지 우국충정과 평화 사상을 담은 글씨를 꾸준히 썼다. 그중 50여 점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발견됐고 31점이 국가유산청에 의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안 의사 작품 기증자인 캐롤 씨는 “작품의 메시지인 애국심, 개인의 자유 등은 오늘날 미국과 한국인들에게도 함께 통할 수 있는 가치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증으로 순수 미술 기관을 후원하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진작하게 돼서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브루클린뮤지엄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인 조은 커밍스(Joan Cummings) 박사는 “아시아 미술 수집가 중에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독립 운동가인 안 의사 작품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커밍스 박사는 “그러나 안 의사는 동양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의 작품이 그동안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예술의 역할을 강조해 온 우리 뮤지엄 컬렉션에 어울리기 때문에 전시 작품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부르클린 뮤지엄 주소 200 Eastern Parkway Brooklyn, New York 11238-6052 전화 718.638.5000
(안지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