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이시바 총리와 첫 정상회담
과거사와 현안 분리 ‘투트랙’…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17일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의 접근법은 명확했다. 과거사 문제를 현안 논의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투트랙’ 원칙이다. 요컨대 ‘과거사 문제는 우리의 원칙을 지키며 점진적 해결을 시도하되, 통상 협상과 지정학적 위기 등 두 나라가 직면한 현안에선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여러 면에서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이 대통령이 회담 모두발언에도 담겨 있다.
30분 남짓 이어진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국제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 가까운 관계, 또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엄혹한 국제 상황에서 한·일 협력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양국은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던 지난 16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행사 영상축사와 같은 흐름이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는 중심 의제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을 더 키워 미래지향적 관계를 꾸려 나가자’는 얘기들이 나왔다”며 “과거를 덮어두자는 게 아니라, 과거 문제는 논의를 하되 그것이 현재·미래의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다. 취임 전부터 표방했던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에 부합하는 접근법이다. 이날 두 정상은 올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좀 더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의 기반을 조성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관계와 셔틀외교 재개 의지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이 ‘한·미·일 공조’라는 전임 정부 시절의 컨센서스를 재확인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대통령실이 밝힌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지속 유지, 발전시키고, 한·일 간에도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는 두 정상의 합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 양국의 이해관계에서 전략적 접점이 커지며 협력 필요성과 그에 대한 지지 여론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한-일 관계 안정화의 첫 단추를 잘 끼운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일거에 해결할 묘수가 부재한 과거사 이슈는 전략적으로 관리하면서 안보·경제·문화교류 등에서 필요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잘 표현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본 정부가 이 대통령의 대일 인식에 가졌던 불안과 의구심도 이번 회담으로 상당 부분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