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 멜라니아 여사 설득 작용했다는 추측
푸틴, 이탈리아 입국시 체포될 수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두 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이민 정책을, 푸틴 대통령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리로 갈등을 벌였다.
26일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고 푸틴 대통령은 불참하기로 해 배경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 선종 직후 미국 전역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발동 사실을 밝히며 “교황은 세상을 사랑한 매우 좋은 사람이다. 특히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들을 사랑했다”고 기렸다.
그러나 장례식 참석 계획은 곧바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모른다. 곧 보고받을 것”이라며 “시점을 봐야 한다”고 즉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을 꺼린다는 추측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의 마지막 날까지 두 지도자는 이민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두 사람 모두 이민 문제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고 짚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첫 집권 때 내걸었던 ‘멕시코 국경 장벽’ 공약에 대해 “벽만 쌓고 다리를 놓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공식적으로 만난 마지막 인사인 JD 밴스 미 부통령에게도 이민자들을 차별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악관은 교황 선종 하루를 넘기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장례식 참석 계획을 밝혔다. 장례식 일자가 정해지기도 전이었다.
거의 모든 서방 국가 정상들이 직접 참석하는 교황 장례식에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당시에도 200여개국 대표단이 ‘조문외교’를 펼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우크라이나·폴란드·벨기에·포르투갈·헝가리·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스페인·아르헨티나·브라질 등에서 정상이나 국왕이 참석할 예정이다.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수장도 바티칸에 모인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때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부친인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 여사의 설득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멜라니아와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적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부드러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호의를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멜라니아 여사가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도 이 때 밝혀졌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을 확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위대한 분에 대한 밝은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으나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자유로운 해외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ICC 가맹국인 이탈리아는 푸틴 대통령이 입국할 경우 즉시 체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헝가리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공식 초청하면서 ICC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러시아정교회를 사실상 국교로 삼고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키릴 총대주교가 전쟁을 공개 지지하자 러시아정교회를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은 “우리는 국가 성직자가 아니다”라며 “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무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푸틴 대통령은 2013년, 2015년, 2019년 세 차례 만났다. 교황은 2015년 회담 때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합병을 우려를 표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양측에 특사를 파견해 중재를 시도했다.
러시아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때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를 파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에도 대통령이었으나 직접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