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90% vs 김동연 5% vs 김경수 5%… 경선 첫주 李 압도
힘실리는 ‘세종 대통령실’… 이재명 “완전히 이전할 것”
몸 낮춘 李 “원팀 정신 잃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20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영남권(대구·울산·부산·경북·경남) 경선에서 90.8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열린 충청권(대전·충남·세종·충북) 경선에서도 88.15%를 얻어 압승했다.
민주당의 지역순회 경선 첫 주차 결과를 두고 민주당 내에선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기류가 확고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이번 영남권, 충청권 경선에서 얻은 득표율은 지난해 당 대표 연임에 도전했던 전당대회 당시 해당 지역에서 얻은 91.08%, 89.52%와 유사한 수치다. 권리당원과 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이 전 대표에게 몰표를 던진 셈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권리당원들의 투표율도 높았고 이 전 대표의 득표율도 예상보다 더 높게 나왔다”며 “지난 전당대회 때와 유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충청권과 영남권 경선에서 모두 한 자릿수 득표에 그쳤다.
이 전 대표는 주말 이틀간 충북 청주시와 울산 울주군에서 열린 순회경선에서 지역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며 지역 표심 공략에 주력했다.
그는 20일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선 “동남권 발전의 발판이 될 북극항로를 면밀히 준비하겠다”며 “북극항로 시대 준비를 위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과 관련해선 “2차산업 벨트와 미래형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안동이 낳고 길러 주신 영남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자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의 첫 시작을 충청에서 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모두 충청의 선택으로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매번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온 충청 표심에 대한 구애에 나선 것.
이 전 대표는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 및 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세종을 ‘행정수도 중심’으로 완성하겠다”며 “헌법 개정 등 난관도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부인 김혜경 씨가 충북 충주 출신인 점을 강조하며 본인을 ‘충청의 사위’로도 소개했다.
● 김경수·김동연, 한 자릿수 득표율로 고전
이 전 대표의 경선 첫 주 높은 득표율엔 당내 ‘어대명’ 기류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대선 경선 땐 대전·충남과 세종·충북에서 각각 54.81%, 54.54%를 얻었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선 각각 51.12%와 55.34%를 득표했다. 3년여 만에 득표율을 30%포인트씩 끌어올리며 확고해진 당내 지지를 입증해 보인 셈이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가 이번 경선에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던 지난해 전당대회와 비슷한 득표율을 얻어 결선 없이 끝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마지막 순회경선 날인 27일 권리당원 득표 결과(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50%)를 합산해 과반 득표자를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한다.
2위 다툼을 벌이는 김 지사와 김 전 지사 측은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충청도가 고향인 김 지사는 경선 첫 일정으로 1박 2일 충청도를 찾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써 왔다. 김 지사 측은 전체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경선 마지막 날에야 공개하는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는 슈퍼위크 형태로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도 경선 일정 중간중간 발표했다”며 “이번에는 권리당원 결과만 발표하면서 ‘어대명’ 분위기에 쐐기를 박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도지사 출신이자 ‘친노’ ‘친문’ 적자임을 내세웠던 김 전 지사 측도 득표율 5.93%로 예상보다 낮은 영남권 경선 결과에 아쉬워하는 기류다. 김 전 지사는 “(득표율에) 영남 지역에서 어렵게 힘들게 민주당 당원으로서 걸어온 분들의 땀과 눈물이 담겼다고 생각한다”며 “그분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남은 경선 기간에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일방적 우세에 당내에서도 “1극 체제가 두드러지는 것이 본선에선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 측도 이를 의식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상대 후보를 포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9일 “치열하게 토론하되 원팀 정신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며 과연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이런 압도적 득표율은 독재국가의 선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