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안보 연계…동맹의 美신뢰 우려 가중”
“한국·일본 등, 미국 우정 당연하게 여길 수 없어져”
미중 무역전쟁 이차전 격화 국면에서 미국의 동맹국이 확신 부족으로 관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 시간) ‘미국의 동맹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관망한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런 지적을 내놨다. 기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미국이 동맹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골자로 한다.
매체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한 지금, 미국은 지정학적 우위를 위한 장기전 구도에서 동맹과 파트너 국가를 필요로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동맹은 편을 선택하기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이 동맹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WSJ는 “많은 유럽·아시아 파트너 국가는 그들이 미국과 여전히 어느 정도의 동맹을 맺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표방하며 발표한 상호관세 등이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WSJ은 상호관세가 “장기적인 적국과 신뢰할 만한 동맹을 구분하지 않고 높은 관세를 매겼다”라고 했다.
WSJ는 아울러 “(상호관세) 공격의 충격은 트럼프의 미국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관한 몇 달간의 우려를 가중했다”라며 “특히 트럼프가 무역에서의 타협을 안보 협력과 연계한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안보 연계 협상 기조가 이미 그린란드 편입 거론 등으로 유럽의 동맹이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취지다. WSJ는 이 때문에 미국에 동조하는 유럽의 대중국 정책에 변화 목소리가 감지된다고 했다.
실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쇼크 속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통화하고 세계 경제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EU·중국 간 관계 개선 기류가 감지되는 것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지난주 중국을 방문하며 관계 개선을 시사했다.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은 ‘일방적인 괴롭힘 행위’에 유럽과 중국이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게 WSJ의 주장이다.
매체는 “일본, 한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국가는 중국의 역내 지배를 가장 우려한다”라면서도 “이들 역시 미국의 우정을 더는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이번 주 동남아시아를 순방한다. 순방지에는 베트남이 포함됐는데, 90일 유예되기는 했지만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 목록에서 가장 높은 세율이 적용된 국가 중 한 곳이다.
WSJ은 아울러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미국과 매우 가까운 호주 같은 곳에서도 유대감은 점점 거래적 성격으로 변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이 아닌 중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다”라며 “호주의 대미 수출은 대중국 수출의 15%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매일 정책을 바꾸다시피 하는 미국 행정부를 기쁘게 하려” 중국과 멀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저장사범대 소속 선스웨이 연구원은 “중국은 벽을 쌓고 있고, 중국은 다리를 짓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WSJ은 아울러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아시아에서의 방위 조약 같은 동맹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 동맹이 기술적 측면에서 중국 견제 등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게 매체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