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멕시코·캐나다 철강업체는 타격 예상
미국이 철강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부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뜻밖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1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명한 ‘미국으로의 철강 수입 조정’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이날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 내 철강 가격은 트럼프가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이후 급등했다. 철강은 자동차, 건설, 포장 산업의 핵심 원자재다.
이번 고율 관세는 낮은 수요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미국 철강업체들에 혜택을 주기 위한 조치다.
미국에서 전체 이익의 절반 가량을 창출하는 블루스코프의 주가는 올해 들어 20% 이상 상승했다. 이 회사는 미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노스스타(North Star)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누코(Nucor)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철강을 생산하고 있는 야마토코교의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로 중국 철강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올해 들어 5% 상승했다.
야마토코교의 미키오 고바야시 사장은 “25%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 철강과의 현지 시장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투자은행 케플러슈브뢰의 분석가 보리스 부르데는 스웨덴의 SSAB, 스페인의 아세리녹스(Acerinox) 등 미국에서 철강·스테인리스 제품을 생산하는 유럽 기업들도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독일 증시에 상장된 철강 유통업체 클뢰크너(Kloeckner)도 이번 조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사업 대부분을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철강업체들도 이번 조치로 인해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평가기관 아거스미디어의 철강 부문 대표 콜린 리처드슨은 “콜라콜루(Çolakoğlu), 토샬리(Tosyali), 에르데미르(Erdmir) 같은 튀르키예 철강업체들이 유럽 경쟁업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2주 동안 튀르키예산 철강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철강업체들은 이번 관세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특히 한국 철강업체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철강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받아왔다.
룩셈부르크의 세계 2위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미국에서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의 캐나다 공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철강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 공장은 멕시코에서 반제품(semi-finished) 철강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