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광물협정 서명 준비돼” 트럼프에 면박당한 뒤 화해 손짓
‘트럼프 쇼크’… 젤렌스키와 머리 맞댄 英-佛 정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 미국과 광물 협정을 체결할 의사를 비치며 “미국과의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고성 끝에 ‘노딜(No Deal)’로 끝났음에도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퇴까지 언급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 뒤 취재진에 “미국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광물 협정 체결에 합의했고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다. 미국도 여전히 준비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한 종전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은 현재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마이클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미국 고위 인사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사퇴를 속속 촉구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체결 가능성을 두고도 “현재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국으로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노딜(No Deal)’ 정상회담을 복구하려 애쓰고 있지만 미국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해 5월 임기가 끝났지만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실시하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정당성도 문제 삼고 있는 데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우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계속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존슨 의장도 같은 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거론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장에 돌아오거나,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집권 공화당의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인 그레이엄 의원 역시 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젤렌스키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가 사임하고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거나, 그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럽 차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이들은 별다른 방안을 도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