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분석, “진실의 순간 다가온다”
“적이 무너질 땐 개입 말라”는 나폴레옹의 교훈 따를 듯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3년 동안 소모적 전쟁과 서방의 고립을 견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러시아 입장에서 분석한 기사에서 그같이 지적했다.
푸틴은 지난해 가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지 이틀 만에 소치에서 연설하면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진실의 순간이 이미 도래한 분위기다.
백악관에서 ‘미국이 폭력배들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독재보다 우선하며, 자유가 승리하도록 하겠다’는 발언들이 사라졌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단결된 전선도 흔들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제 미 정부가 러시아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줄지, 나아가 미군이 유럽에 계속 주둔할지조차 확신하기 힘들어졌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고 한데 이어 러시아와 빠르게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격했다.
푸틴에게 완벽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넘어 미국을 유럽에서 배제함으로써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노릴 법하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맥스 버그만 러시아 분석가는 푸틴이 궁극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푸틴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에게 ‘냉전 시대의 세력권 부활’을 요구했다. 유럽을 다시 미국과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나누자는 주장이었다.
러시아는 3년 전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다시 묶는’ 전쟁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 2022년 공식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전체를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결정적 돌파구를 만들지 못한 상태다.
반면 하루 1000~1500명의 엄청난 사상자를 내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또 러시아 경제도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10%에 달하며 금리가 치솟고 성장이 둔화되며 과도한 국방비 지출에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약해지길 노린 나토는 오히려 핀란드와 스웨덴을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며 더욱 확장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수 있으려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전투 중단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가 푸틴과 일방적으로 맺은 합의를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모스크바가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이다.
푸틴이 미국에서 인기가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트럼프가 러시아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합의를 추진하는 건 미국인들에게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80% 이상이 러시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88%는 푸틴이 국제 문제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거의 3분의 2가 러시아를 ‘미국의 적’으로 간주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조차 푸틴을 “피에 굶주린 자”, “도살자”, “괴물”이라고 욕한 적이 있다.
다만 폭스뉴스 전 진행자 터커 칼슨이 주도하는 우익 미디어의 변화가 일부 푸틴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사실이다.
푸틴에 맞서는 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은 국방예산 대폭 삭감을 검토하면서 고위 국방당국자들이 “유럽은 스스로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며 자원을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푸틴에는 나폴레옹의 조언을 따를 시기인 셈이다. “적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을 때는 개입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