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는 탑재 안 돼” 사거리보다 짧게 고각발사
서방에 무력 과시용 가능성
러시아군이 21일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주장했다. 러시아가 2022년 개전 이래 ICBM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지만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러시아군이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로 드니프로시의 기업 및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그러면서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 카스피해 인근 도시 아스트라한에서 발사됐다고 했다.
군에 따르면 러시아가 전쟁 중 ICBM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ICBM은 사거리가 수천㎞에 달하는 전략무기로,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 모두 장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ICBM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러시아의 타격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발사했다는 ICBM이 어떤 모델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공군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ICBM에 핵탄두는 탑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 측이 함께 발사한 Kh-101 순항 미사일 6발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영통신 우크라인폼은 러시아의 극초음속 킨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중동부 도시 드니프로를 강타했다고 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다수 지역에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현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 공격으로 최소 2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BM 발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며 “군에 연락하기를 추천한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ICBM 발사가 사실이라면 이는 러시아가 서방을 상대로 내놓은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ICBM 발사지로 지목된 아스트라한에서 드니프로까지의 거리는 1200㎞가량으로, 보통 5500㎞ 이상인 ICBM의 사거리보다 거리가 매우 짧다. 이 때문에 고각 발사를 통한 무력 과시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발사한 것이 ICBM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서방 관계자는 이번 공격에 탄도미사일이 포함된 게 맞지만 ICBM은 아니었다고 가디언 등에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미국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지 하루 만에 영국이 지원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를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을 향해 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배치한 데 대응해 영국이 스톰 섀도 미사일 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300㎞인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을 해제하자 영국도 뒤따라 스톰 섀도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가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