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3% 증액, 이후 4년 ‘물가 연동’ 5% 상한
한미 양국이 오는 2026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리되, 2027~2030년엔 현행 국방비 증가율이 아닌 물가를 연동시켜 연간 인상율이 최대 5%를 넘지 않도록 합의했다.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자산의 정비 비용은 우리의 방위비 분담금에서 쓰지 않기로 했다. 매년 한국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도 현실화한다.
한국 외교부는 이같은 내용의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협상을 개시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양국은 지난 3월 11차 협정 종료 기한을 2년 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차기 협정 협상의 조기 착수에 합의했고, 한 달여 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약 5개월 간 총 8차례 협의 및 조율을 거쳐 이달 2일 협정 본문 및 이행약정 문안에 최종 합의했다. 하루 뒤인 3일에는 가서명 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속전속결로 매듭을 지으면서 한미동맹의 걸림돌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양국이 최종 합의한 협정 유효기간은 2030년까지 5년이다. 11차 협정의 6년(2020~2025년)보다 1년 축소되긴 했지만 다년 계약을 유지해 안정성은 확보했다. 8차와 9차 협정의 경우 5년 계약이었고 10차에서 1년짜리 협정을 맺은 뒤 11차에서 6년으로 늘린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차 협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협정은 5~6년의 다년간 협정이었다”면서 “주한미군 예산 수립에서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동맹국 간 빈번한 협상에 따른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초년도인 2026년 분담금 총액은 1조5192억원으로 합의했다. 이는 2025년 총액 1조4028억원보다 8.3% 증액된 금액으로, 1991년 이후 11차례의 SMA 협정을 체결한 이래 1994년(2차·18.2%)과 1996년(3차·10.0%), 2021년(11차·13.9%)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분담금 총액 증가율인 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한국 국방부가 사용하는 군사건설 분야 건설관리비 증액으로 인한 상승분 등이 반영됐다는 게 외교부 측 설명이다.
그 대신 한국에 불리했던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 연동’을 물가상승률 연동으로 되돌리고, 해마다 5%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했다.
현행 11차 협정 내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4.3%에 이른다. 국방예산이 증가할수록 방위비도 늘어나는 구조여서 이를 적용한 총액 증가율은 연평균 6.2%로 가파르게 뛴다. 이와 달리 연간 인상률에 8~9차 협정 때의 전전(前前)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적용하면 예상치 못한 경제상황으로 인한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의 분담금 방식 전환 등은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결론을 도출해 내진 못했다. 한국이 택한 총액형은 방위비의 총액부터 우선 합의한 뒤 지출 세목을 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SMA를 맺는 유일한 나라인 일본은 구체적인 지출 세목에 따라 총액을 산출하는 소요형을 따른다. 미국이 받아가 놓고 정작 쓰지 않아 쌓여있는 미집행금 문제도 풀지 못했다. 미집행금 규모는 현재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소요형 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이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