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대규모 시위 ‘무시’…연정 유지 위해 ‘강경’ 고수
이스라엘 여론도 ‘하마스에 많은 양보는 안 된다’가 우세
이스라엘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총파업과 70만명이 동참한 대규모 시위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를 바꾸긴 어려우리란 분석이 이어진다. 극우의 지지를 등에 업는 한 정권은 흔들리지 않으며, ‘외부의 적’으로 분노의 방향을 틀기가 쉽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 국민들의 저항이 네타냐후 총리를 협상 타결 쪽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네타냐후 총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로는 우선 이번 시위와 총파업이 그의 ‘텃밭’인 극우 지지층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오츠마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와 시오니즘당 등 극우정당과 연합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인질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연립정부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밖에 없다.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로 나오긴 했으나 이를 극우 지지층의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 시위대는 지난해 정부의 사법개편 반대 시위에도 동참했던 자유주의 성향이 대부분이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단체가 파업을 선포했지만 예루살렘을 비롯한 보수적 도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원도 정부의 총파업 철회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파업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로선 시위대를 무시해도 정치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NYT는 짚었다. 오히려 극우가 보기엔 저항이 일어나면 날수록 그를 고평가하게 될 공산이 크다. 정치분석가 나다브 스트로흘러는 “극우는 네타냐후가 악의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지지자들은 파업을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대한) 포상으로 본다”고 NYT에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개인의 정치적 생존도 그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극우 연정의 핵심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동의하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에 불과한 것을 봤을 때 네타냐후 총리는 직을 유지할 수 없다.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그는 기존에 문제가 됐던 부패 혐의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이번 시위 규모가 전쟁 이래 최대 규모이긴 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여론 압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이어지는 ‘상수’였단 점도 한계다. AP는 “전쟁 이후 매주 인질들과 연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이란이나 헤즈볼라와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시위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은 내부 분열을 봉합하고 ‘외부의 적’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는 호소가 먹히기 쉽다.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는 지난해 사법개편 반대 시위가 초래했던 사회 불안정이 하마스 등 적들의 눈에 이스라엘을 약하게 보이게 했고, 결국 기습으로 이어졌다는 정서도 존재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러한 두려움이 시위에 대한 지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마스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더 높다.